진단
지난 20일 충남 서산지역에서 처음 발견된 소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소 사육지 1, 2위인 경북과 전남 중 최근 전남 무안지역에서도 증세가 발견돼 인근 축산농가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그동안 정부는 우리나라 최대 소 사육지인 경북과 전남까지 럼피스킨병이 확산된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고와 함께 이 지역들의 유입 차단에 사활을 걸었지만 결국 전남지역에서도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북, 부안 백산 한우농가 '확진' 이어 고창서도 '양성 판정' 정밀 검사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새로운 방역·차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북에서도 지난 25일 부안군 백산면 농가에서 확진 사례가 나온데 이어 고창 해리면의 한 한우농가에서 또 럼피스킨병 의사환축이 발생했다.
전북도는 도 산하기관인 동물위생시험소가 29일 해당 농가에서 기르던 소에서 시료를 채취한 결과, 럼피스킨병 '양성'을 판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시료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정밀 검사를 진행 중이다.
전북도는 해당 농가의 인근 한우농장 166호(7,757마리)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서두르고 있으며 최종 확진 판정을 받으면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 무안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134마리 살처분

앞서 29일 전남 무안군 망운면의 한 축산농장에서는 키우던 한우 한 마리가 농림축산검역본부 정밀진단 결과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농장주는 전날 소가 콧물·고열·피부혹 등의 증세를 보여 축산당국에 신고했다. 이에 동물위생시험소의 1차 진단검사에서 양성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즉각 이 농장에서 키우던 소 134마리를 살처분한데 이어, 축산농장 반경 10km 내 615개 축산농가에서 키우는 소 2만 3,000마리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고 나섰다. 정부는 백신접종을 서두르며 각 자치단체에 적극적인 준비를 주문하는 등 전남지역까지 확진 사례가 나오자 다른 지역의 확산 차단을 위해 긴급 방역조치 등을 실시할 것을 잇따라 주문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에서 럼피스킨병 누적 확진 판정은 총 61건으로 증가했다. 시·도별로는 경기 24건, 충남 23건, 인천 7건, 강원 4건, 충북 1건, 전북 1건, 전남 1건 등으로 지난 20일 최초 확인 이후 전국에서 많은 확진 사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전남 무안지역은 발생 농가 반경 10㎞ 내에 615호의 한우농가가 밀집해 추가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무안군의 소 사육 규모는 전남지역의 전체 66만 9,000두 중 6% 상당인 4만 3,000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목포, 나주, 강진, 해남, 영암, 무안, 함평, 영광, 진도, 신안 등 위험지역

이를 의식한 듯 방역 당국은 이날부터 위험지역인 목포, 나주, 강진, 해남, 영암, 무안, 함평, 영광, 진도, 신안 등 10개 시·군 소 29만두에 대한 긴급 백신접종을 시작했다. 그러나 전남에서도 럼프스킨병 확진 사례가 나오자 지역 축산농가들은 불안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축산농가 관계자들은 “럼피스킨병이 다른 나라에서 이미 오래 전에 발견된 병인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확산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동안 바이러스가 들어와 잠복했다가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증세일 가능성이 높다”며 “뒤 늦은 백신접종과 살처분만이 능사가 아니라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방역 당국 관계자는 “럼피스킨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소 농가에서는 해충방제와 농장 출입 통제, 소독 등 차단방역을 강화해야 달라”고 주문하며 “의심 증상이 관찰되면 가까운 방역기관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거듭 당부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전국 전체 소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29일부터 시작해 다음달 10일까지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당장 28일 백신 초도물량 127만마리분을 시작으로 이번주 초까지 터키, 네덜란드 등에서 순차적으로 400만마리분의 백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최대 소 사육지 경북 가축시장 폐쇄 등 ‘초비상’
국내 또 다른 최대 소 사육지인 경북의 경우 지역내 감염 예방을 위해 축산 농가의 이동 차량 방역과 흡혈 곤충 방제 등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지역내 가축시장도 폐쇄했다. 또한 농장 간 수평전파 차단을 위해 다음달 16일까지 축산 시설 종사자와 차량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내린 상태다.
하지만 바이러스 잠복기가 최대 28일로 긴 데다 항체 형성 전까지 기간도 많이 남아 추가 확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지난 26일 전북도청을 방문해 전북지역 럼피스킨병 긴급 백신접종 등 방역 추진상황과 김제시 금구면 소재 한우농장 인근지역에서 실시 중인 파리, 모기 등 매개곤충 방제 및 소독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방문은 지난 25일 부안지역 한우농장에서도 럼피스킨병이 발생함에 따라 긴급 백신접종 등 방역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가축방역 관계자 등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근본적인 차단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매개 곤충 제거한다고 해결되나?...이미 전국적으로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 장기적 대책 필요
이처럼 언제 어디서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축산농가들이 더욱 불안에 떨고 있다. 더욱이 럼피스킨병이 파리, 모기 등 매개 곤충에 의한 전파로 확산되기 때문에 뒤늦은 매개 곤충 제거만으로 확진 차단이 모두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축산농가들은 “이미 매개 곤충들에 의해 들어왔을 럼피스킨병 바이러스는 어떻게 차단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소 럼피스킨병 최초 발견지인 충남 서산에서 100km 넘게 떨어진 경기 김포와 인천 강화, 260km 떨어진 강원도 양구에 이어 전북 부안과 전남 무안에서도 확진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사실상 전국적으로 확산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따라서 단기적인 미봉책보다 극도로 고조된 축산농가들의 불안감을 줄이고 안정적인 소 사육 기반 조성을 위한 근본이고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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