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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경북 예천의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리며 실종돼 14시간 만인 19일 내성천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해병대 고(故) 채모 상병에 대한 정확한 사망 원인을 밝힐 수사가 해당 소속 부대인 해병대와 국방부 간 갈등으로 인해 표류하면서 비난의 소리가 높다.

특히 유족 측이 경북경찰청에 이첩 하려던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자료 기록 목록과 설명회 자료 등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 당하는 등 수사가 본격 착수조차 안 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 시선이 싸늘하기만 하다.

유족 청구 '수사기록 정보공개' 거부...유족 고통 '호소'

특히 고 채 상병의 유족은 물론 고향인 전북 남원지역과 고인이 재학했던 원광대학교 주변에서는 조속한 수사로 사망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기를 원하고 있지만 국방부는 보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수사 결과를 경찰에 넘겨 '항명' 혐의로 입건된 해병대 박정훈 대령 사건을 군검찰수사심의위에서 다루기로 하는 등 오히려 수사의 초점이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면서 우려와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고 채 상병 유족 측에 따르면 유가족이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하려던 자료의 기록 목록, 수사단이 유가족에게 설명했던 설명회 자료, 수사단이 파악한 혐의 내용이 담긴 사건 인계서 등을 공개해달라고 해병대사령부에 요청했지만 해병대는 이들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방침을 전날 유가족에게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해병대가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족들은 채 상병 순직 경위의 조속한 진상규명은 제쳐둔 채 이와 무관한 공방이 이어지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유족들은 전날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채 상병의 이름이 계속 보도되면서 정신적 고통이 심하다”며 실명을 쓰지 말아 줄 것을 정식 요청하기도 했다. 유족이 요청한 수사 보고서에는 고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병대 수사단은 지난달 말 이 보고서를 상부에 보고하고 결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채 상병이 소속된 해병대 1사단 임성근 사단장 등 관계자 8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적시된 보고서를 경찰로 이첩했지만 국방부는 이후 경찰 인계를 보류하라고 방침을 바꿨고 이에 따르지 않은 박 대령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가 지금은 ‘항명’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해병대-국방부 갈등...고 채 상병 수사 뒷전 밀려, “조속한 수사 촉구” 비등

이 과정에서 국방부는 박 대령의 ‘항명’ 혐의에 대해선 군검찰수사심의위에서 다루기로 해 고 채 상병의 수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국방부는 “대검찰청, 경찰청, 사법연수원, 국가인권위원회, 소방청에 추천을 요청해둔 상태이며, 추천이 오면 그 인원들을 전원 위촉할 계획”이라며 “조만간 위원회가 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채 상병이 순진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상황에서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유족은 물론 지역 사회에서 비난이 높게 일고 있다.

고 채 상병이 다녔던 원광대 재학생들과 고향인 남원시민들 사이에는 “국민이 군 복무 중 억울하게 숨진 사건을 군에서도 민간에서도 수사하지 않으면 누가 수사를 하느냐”며 “안타깝게 사망한 고인의 조속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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