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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에서 수소차 부품을 만드는 일진하이솔루스가 지난 5월 2일 노동절 직후 사측의 공격적인 직장폐쇄로 노동조합원들과 갈등을 이어오다 39일 만에 극적으로 임금과 단체협약 교섭안에 접근하면서 타결 가능성이 높아졌다. 직장폐쇄도 해제돼 오는 12일부터 정상 출근이 이뤄지게 된다.
조합원 91% 찬성...임단협 잠정합의안 가결
민주노총 금속노조 일진하이솔루스지회는 9일 “직장 폐쇄 이후에도 지난 5월 23일 14차 본교섭이 재개된 이후 노동조합이 사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수정요구안을 제시, 교섭이 급물살을 타면서 8일 20차 본교섭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의견 접근안이 도출됐다”며 “이후 9일 조합원 총회에서 전체 조합원 78명을 대상으로 찬반 투표한 결과, 71명이 참여해 91%의 찬성률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사측이 지난달 2일 직장폐쇄를 시작한 지 39일 만이다. 이번 임단협 체결을 통해 노사가 제시한 잠정 합의안에는 근로시간 면제시간 2,000시간, 노조사무실, 근무 중 조합 총회·대의원대회·간부회의·조합원교육 시간 인정과 기본급 및 각종 수당 인상이 포함됐다.
대체인력 투입 논란, 조합원 10여명 연행...'갈등 골' 여전히 남아

노조 측은 이와 관련 “일방의 완전한 승리도 아니고, 부족함이 많아 앞으로의 과제를 많이 남긴 의견 접근안”이라며 “하지만 무엇보다 새롭게 노동조합에 가입한 '2030 생산직 노동자들'이 일진그룹의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한 공격적 직장폐쇄와 윤석열 정권의 경찰 폭력을 정면으로 받아내면서 전북지역 노동계, 시민사회, 그리고 행정관청과 정치권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조직하며 타결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노조는 지난해 말부터 진행해온 임단협 교섭이 결렬되자 부분 파업 등을 했으며 사측은 이로 인한 생산성 하락을 이유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체인력 투입 논란이 일어 노조와 경찰이 충돌하며 조합원 10여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노사 간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다음은 금속노조 전북지부 일진하이솔루스지회가 이날 밝힌 ‘설립부터 투쟁 승리까지’란 제목의 경과 브리핑 내용 전문이다.

2022년 12월 15일 1차 교섭을 시작으로 2023년 6월 8일 잠정합의까지 176일, 6개월이 걸렸습니다. 176일 동안 20차례의 본교섭과 실무교섭의 과정들이 있었습니다. 그동안 조합원은 징계를 받고, 경찰에게 연행되고, 고소 당했으며, 공격적 직장폐쇄로 회사에서 쫓겨나 임금도 지급 받지 못하는 상태로 천막에서 38일을 버텨냈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주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176일 동안, 전국이 일진하이솔루스에 모였습니다. 이례적인 공격적 직장폐쇄와 경찰의 강제 연행 이후, 일진하이솔루스지회는 전라북도의, 금속노조의 투쟁 선봉대로 분류되었습니다. 금속노조는 위원장을 중심으로 전북을 넘어 전국단위로 연대가 시작되었고, 민주노총 전북본부를 중심으로 전북의 모든 단위가 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전국단위의 폭력경찰 규탄 기자회견, 일진하이솔루스지회 중심의 금속노조 전북지역 총파업, 일진하이솔루스지회 중심의 전북지역 투쟁사업장 결의대회, 민주노총 가맹산하 단위의 회의 등 모든 것이 일진하이솔루스로 집중되었습니다.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뿐만 아닙니다. 진보정당을 비롯한 국회의원, 도의원, 군의원, 전북도청, 완주군수와 완주군청,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등이 수시로 일진하이솔루스에 방문하여 노사면담을 진행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사회적 압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는 일진하이솔루스지회의 성과이자 전라북도 지역의 성과이기도 함을 의미합니다.
사회적 연대가 실현되어 결국 일진하이솔루스지회 조합원들은 진짜 가족이 되어 대오 이탈 없이 민주노조 깃발을 사수했으며, 노동조합할 권리를 쟁취하였고, 임금인상을 쟁취하였고, 안전한 일터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쟁취하였습니다. 이상으로 176일의 경과 보고 마치겠습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