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6월 9일

‘2023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아태마스터스대회)의 전반적인 부실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회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합격점’, ‘만점’, ‘대성공’이란 표현으로 극찬을 하던 일부 언론들이 다시 ‘동네잔치’, ‘허상’, 고비용 저효율' 등으로 평가절하함으로써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전 세계 생활체육인들의 축제인 아태마스터스대회가 지난달 11일 성화 채화식을 시작으로 전북지역 14개 시·군에서 9일간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지만 대회 개최 전부터 '참가 인원 부풀리기 의혹'과 '예산 눈덩이 증가', '선정성 홍보' 논란 등의 문제점들을 노출시키며 투입된 사업비만 지방비 116억원을 포함해 총 165억원에 달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아태마스터스대회 종료 직후 엇갈린 평가 왜 나왔나?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대회’ 개막식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특별 공연 모습.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대회’ 개막식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특별 공연 모습.

이는 지난 2018년 말레이시아가 첫 아태마스터스대회를 치르며 지출한 사업비 21억여원과 비교하면 무려 7배가 넘는 예산을 지출했지만 이러한 투자에 비해 경제적 효과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특히 체육을 통한 국제 교류 활성화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애초 목표 달성에 한참 저조했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전북도와 대회조직위원회가 추산했던 625억원의 생산소득 유발에 248억원의 부가가치 창출 등 800여억원의 경제효과는 커녕 지방재정만 축낸 사례라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전북도와 대회조직위원회는 물론 많은 지역 일간지들과 통신사 등은 대회가 끝난 직후 좋은 평가를 내려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이와 관련해 5월 22일 일일 뉴스 모니터 보고서(전북 주요뉴스 피클)에서 실태를 비판했다.

당시 전북민언련 보고서는 “지역 일간지와 통신사는 9일간의 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마쳤다는 점을 기사 제목으로 강조했다”며 “전북도민일보는 ‘국제마스터스대회협회(IMGA) 세르게이 부브카 회장이 ‘감동적인 경험과 놀라운 여정’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이번 대회는 경기 진행 뿐만 아니라 안전과 참가자 편의 등 모든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며 전라북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이번 대회가 큰 기여를 했다고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 등은 ‘개‧폐회식으로 전북 홍보 효과’, ‘역대 최대 참가 규모’, ‘종합 컨트롤타워 상황실 운영’, ‘수송, 체류, 음식, 숙박 원스톱 서비스 제공’, ‘자원봉사자, 심판, 운영요원들의 역할’ 등 주로 대회 주최 측이 운영을 위해 진행한 내용들을 정리해 ‘성공적’이었다고 보도했다”고 평했다. 그런 후 불과 보름여 만에 이러한 보도 태도들이 돌변했다.

이수진 전북도의원 “아태마스터스대회, 165억원 투입 불구 메가 이벤트 허상에 불과”

이수진 전북도의원(사진=전북도의회 제공)
이수진 전북도의원(사진=전북도의회 제공)

전북도의회 이수진 의원(국민의힘·비례대표)이 8일 도의회 도정질의에서 “아태 마스터스대회가 저비용 고효율의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될 것처럼 보였지만 결론은 고비용 저효율의 동네잔치로 전락했다”고 지적하자 극찬했던 일부 언론들은 아예 침묵 모드를 유지하거나 비판 쪽으로 돌아섰다. 

이날 이 의원은 먼저 대회 참가자 모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 등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일부 지원을 해줄 수 있다고 하지만, 지원금이 등록비의 2배를 넘는 상황은 ‘돈으로 선수를 모집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면서 “특히 2억원의 예산으로 3개 여행사를 선정해 참가자를 모집했지만, 목표 인원의 22%에 불과한 모집 실적으로 억대의 예산만 낭비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실제 A여행사의 경우 1억원의 예산이 소요됐지만 모객 실적은 25명에 불과해 목표 대비 1%도 미치지 못하는 등 이 과정에서 중국인은 단 한 사람도 모집하지 못했다”며 “B여행사도 5,000만원을 들였지만 16명을 모집한 데 그쳐 결국 1억원이 넘는 예산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고 사례를 들어 꼬집었다. 또한 “대회기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한 순환관광버스 이용률은 3%에 미치지 못했고, 대회 공식 온라인상점에서 10개월간 11개 품목의 판매실적은 고작 5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도민들의 세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모든 효과 분석은 예산에 대비해야 된다"고 강조한 이 의원은 "우리 돈이 지금 165억이 들어갔지만 (직전 개최국) 말레이시아는 23억이 들어갔다"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만큼 예산 집행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주요 방송사들 아태마스터스대회 허상·부실 지속 보도...극찬했던 언론들 침묵·비판 '돌변' 

KBS전주총국 6월 8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6월 8일 뉴스 화면(캡처)

이와 관련 당초 대회 직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쉽다는 보도를 하거나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냈던 주요 방송사들은 이날도 이 의원의 발언과 김관영 지사의 답변 태도를 비중 있게 보도했다. 

KBS전주총국은 ‘‘부풀려진 아태마스터스 성과’…국제행사, 왜 치르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라북도가 아태마스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졌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들인 예산과 행정력에 비해 지역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라며 “참가자 수 부풀리기에, 선수단 금품 지급 등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여러 의문을 남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특히 이 의원 발언을 인용한 뒤 “800억원대로 추산했던 지역 경제 파급 효과는 실체를 찾아볼 수도 없다”며 “이번 대회 공식 온라인몰 판매 실적은 열 달 동안 5만원이 전부이며, 전북 유명 관광지를 알리겠다던 순환버스 이용자는 200명에도 못 미쳤다”고 비판했다.

전주MBC 6월 9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6월 9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는 ’'800억 효과' 어디로?...아태마스터스 '총체적 부실' 도마‘란 기사에서 “전 세계 생활체육인들의 축제인 아태마스터스대회가 끝난 지 3주가 다 되고 있다”며 “이제야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쓴 성과에 대한 일부 성적표가 나왔는데, 800억대 경제효과가 기대된다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실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특히 “여행사 3곳과 수억대 계약을 맺고 참가자 모집을 맡겼지만, 일부 업체의 모집실적이 목표치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도의회 도정질문에선 모두 165억원이 투입된 대회의 부진한 성과가 도마에 올랐고, 김관영 지사는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김 지사(아태마스터대회 조직위원장)가 도정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한 말 중 “대단히 많이, 당초 예상보다 많이 부진했다고 생각이 된다”며 “원인을 한번 분석을 해봐야 될 것 같다”는 내용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지역 일간지들 중에는 전민일보가 9일 1면 머리기사로 이 문제를 보도해 시선을 끌었다. 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최근 폐막한 전북 아시아태평양마스터스대회가 메가 이벤트 유치의 허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며 “참가 등록 선수 1인당 25만원의 참가비를 지원하고도 실제 경기 참가 여부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등 졸속으로 진행되면서 예산낭비 논란이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참가자 3%가량만 전북투어 순환관광버스 이용...고비용 저효율" 

전민일보 6월 9일 1면 기사
전민일보 6월 9일 1면 기사

또한 기사는 “도민들조차 외면한 아태마스터스대회 기간 참가자의 3%가량만 전북투어 순환관광버스를 이용했고, 2억원을 들인 여행객 모집도 고작 899명에 그치는 등 국내외 관광객 유입이 매우 저조했다”면서 도의회 이수진 의원이 전날 지적한 내용들을 전했다.

특히 “참가 등록은 해놓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한 실제 경기에 참가한 선수의 현황 파악이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힌 기사는 “지난 달 20일 기준 참가자 등록비는 10억 6,000만원이지만, 조직위가 제출한 자료는 13억 5,000만원으로 큰 차이가 있다”면서 “대회기간 해외 관광객 모집도 매우 저조했다. 조직위는 2억원의 별도 예산을 들여 3개 여행사를 선정해 권역별로 관광상품 판매에 나섰지만 고작 899명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기사가 밝힌 참가자 현황에 따르면 중국과 아시아권의 경우 25명, 일본 16명 등 한국과 인접한 지역의 해외 관광객은 41명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미주와 유럽, 오세아니아 등이 858명으로 가장 많았다. 중국과 아시아권 여행객 모집 업체는 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 25명만을 모집해 목표 대비 0.99%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했다.

이밖에 전북일보는 ’"혈세로 행사한 꼴"⋯아태마스터스 경제 효과 '고비용 저효율'‘의 기사에서 “아태마스터스대회가 저비용 고효율의 국제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고비용 저효율의 동네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며 도의회 이수진 의원의 전날 정례회 도정질문 내용과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를 통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답변한 김 지사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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