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연임을 위한 로비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투서가 직접 저에게도 전달된 바 있습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농협중앙회의 로비 시도가 있었습니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현직 회장의 '연임 족쇄'를 푸는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전체 회의를 통과했지만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전북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국회의원(정읍·고창)이 농협중앙회 측의 ‘입법 로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윤준병 의원, “농협중앙회 측 ‘입법 로비’ 의혹” 제기 ‘파장’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사진=윤준병 의원 페이스북 캡처)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사진=윤준병 의원 페이스북 캡처)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전체 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 등이 발의한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통과시켰다. 주요 골자로는 '현직 농협중앙회장에게 개정 연임제를 소급 적용해 1회에 한해 연임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4년이며 중임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과거 연임한 농협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배임과 횡령, 뇌물 등의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아 2009년 정부 주도로 농협중앙회장 단임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상임위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14년 만에 연임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져 ‘특혜법’ 논란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개정안이 몇 차례 제출될 때부터 '셀프 연임법'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라는 점에서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과거 연임제 중앙회장들 배임·횡령·뇌물 등 비리로 줄줄이 '유죄'...2009년 단임제 시행 

윤준병 의원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페이스북 캡처)
윤준병 의원이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페이스북 캡처)

과거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가능할 당시에는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연임한 농협중앙회장 4명 중 3명이 배임과 횡령, 뇌물 등의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는 사례들을 남겼다.

이처럼 농협중앙회의 잇단 사법처리에 '제왕적 권력'이 한몫을 한 것으로 판단한 정부의 주도로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지난 2009년 단임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관련 법안이 상임위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14년 만에 연임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 됐다. 

이에 대해 윤준병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멀쩡한 연임제가 단임제로 바뀐 것은 바로 농협중앙회장들을 둘러싼 부정부패와 비리 문제 때문이었다”며 “입법을 강행해야 할 뚜렷한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권이 로비를 받아서 그랬다고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제기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농협중앙회의 로비 시도가 있었다”..."사법당국 수사해야" 

그러면서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연임을 위한 로비 흔적이 곳곳에 있다는 투서가 직접 내게도 전달된 바 있다”며 “내가 경험한 바로는 농협중앙회의 로비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해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윤 의원은 특히 “현 회장이 재임기간 셀프 연임을 위해 국회 농해수위 위원들을 포함해 정치권에 로비를 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유포되어 있는 상태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셀프 연임을 허용하는 입법이 현실화하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윤 의원은 “그동안에도 농협중앙회의 주요 기관장 인사를 가지고 현 회장이 정치권과 거래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입법을 강행해야 할 뚜렷한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정치권이 로비를 받아서 그랬다고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과 문제 제기에 대해 일각에선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제왕적 권력 비대”...호남 출신 농해수위 의원 7명 중 2명만 반대 

국회 본회의장 모습(자료사진)
국회 본회의장 모습(자료사진)

더구나 내년 1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연임제가 현직 회장에 소급 적용되는 것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반대 측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일 부 의원들은 "연임제가 도입될 경우 수백조원의 자산과 수십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농협중앙회장의 제왕적 권력이 더 비대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안병길 의원(부산 서·동구)이 반대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안 의원은 농해수위 전체 회의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제 적용은 특혜 소지가 매우 크고, 이때까지 연임 허용했던 현직은 모두 중임해 이는 명백한 특혜”라며 “제왕적 권력을 줄이기 위한 단임제를 현직 적용 연임제로 바꾸는 것은 농협 민주화의 역사를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호남 출신으로 농해수위 소속인 전북의 이원택(김제·부안) 의원을 비롯해 김승남(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 주철현(여수시갑) 의원,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 윤재갑(해남·완도·진도) 의원 등이 농협중앙회장 연임에 찬성하며 해당 법안의 발의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호남 출신 농해수위 소속 의원 7명 중에서는 윤준병 의원과 신정훈 의원(나주·화순)만 반대하고 있다. 농해수위 소속 전체 19명 가운데 연임에 반대 입장인 의원은 윤준병·신정훈 의원 이외에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 등 모두 4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제한 연임 가능했던 농협 비상임 조합장, '2회 연임 제한' 개정안 포함...‘주목’ 

한편 상임위에서 통과된 농협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있다. 상임위 전체 회의를 통과하면서 14년 만에 연임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현 농협중앙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아져 ‘특혜법’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무제한 연임이 가능했던 농협 비상임 조합장을 최대 2회까지만 연임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이 법안 통과 여부에도 촉각이 곤두선 상태다. 

그동안 농협 비상임 조합장의 연임 무제한으로 7~10선 이상의 조합장들이 선거 때마다 당선돼 ‘소왕국의 왕’, ‘제왕적 토호’로 불리어 왔다. 이에 따른 병폐도 적지 않았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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