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3월 9일

현역 조합장에게 절대 유리한 불공정한 선거 제도 하에서 치러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결과는 예상대로 현역 조합장 출신들이 대거 당선됐다. 전북에서는 현역 조합장이 절반 이상 당선됐는가 하면, 연임 제한이 없는 농협조합장의 경우 7선 이상 조합장들이 다수 당선됐다.

전국에서 10선 조합장이 당선되는 사례도 나왔다. <전북의소리>는 그동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연속 기획보도를 통해 '기울어진 선거 제도'의 실태와 문제점, 대안 등을 진단해 왔지만 선거 과정 뿐만 아니라 선거 결과에서도 문제점들이 여전히 노출됐다.

전북 81.2% 투표율, 전국 4번째 높아...현역 조합장 110곳 중 70곳 당선 

KBS전주총국 3월 8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3월 8일 뉴스 화면(캡처)

전라북도선거리위원회원회(전북선관위) 등에 따르면 8일 실시된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전북지역은 전체 선거인(조합원) 20만 1,552명 중 16만 3,599명이 투표에 참여, 81.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같은 투표율은 전국 투표율(79.6%)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지난 1회 도내 조합장 선거(80.4%)보다는 높고, 2회 때와는 같은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북 투표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대구(86%), 경남(82.8%), 광주(82.6%)에 이어 4번째를 기록했다. 

전북지역 조합별 투표율은 농·축협 82.8%, 수협 77.1%, 산림조합 72.1% 등의 순이었다. 농·축협은 선거인수 16만 6,027명 가운데 13만 7,453명이 투표해 82.8%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수협은 선거인수 1만 769명 중 8,305명이 투표해 77.1%%, 산림조합은 선거인수 2만 4,756명 중 1만 7,841명이 투표해 72.1%의 투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날 전북지역에서는 농·축협 93곳, 수협 4곳, 산림조합 13곳 등 모두 110곳의 조합장을 선출하기 위해 마련된 1491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도 현역 조합장이 절반 이상 당선되는 결과가 나왔다. 이날 오후 8시 기준 전북지역 현직 조합장이 당선된 곳은 110곳 중 절반이 넘는 70곳(단독 포함)으로 집계됐다.

전북 최다 7선 조합장 3곳, 최고령 76세·최연소 46세, 여성 조합장 당선 2곳 뿐

전주MBC 3월 8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3월 8일 뉴스 화면(캡처)

전북지역의 최다선 조합장들로는 부안농업협동조합 김원철(71) 조합장, 정읍농업협동조합 유남영(67) 조합장,  김제백산농업협동조합 강원구(63) 조합장이 모두 7선 도전에 성공했다. 

최다 득표 조합장은 전주농업협동조합의 임인규 후보로, 이날 조합원 4,808명 가운데 3,338표를 얻어 득표율 69.57%로 3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완주고산농업협동조합에서는 이례적으로 4선에 도전하는 현직 조합장을 꺾고 손병철 전 상임감사가 당선됐다. 

또 완주운주농업협동조합에서는는 윤여설(51) 후보와 정성권(57) 후보가 각 317표(33.40%)로 같은 표를 기록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농협 정관 86조 1항(득표수가 같을때는 연장자를 당선자로 한다)에 따라 연장자인 정 후보가 현직 조합장인 윤 후보를 제치고 정 후보가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다.

여성 조합장 후보로 나선 5명 중에서는 2명 만이 당선됐다. 당선의 주인공은 김제금산농업협동조합 최복순(59·여) 후보가 다른 3명의 남성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고, 지난 2회 선거에서 유일하게 도내 여성 후보자로 당선됐던 순창순정축산업협동조합장인 고창인(61·여) 후보가 재선 도전해 성공했다. 

또한 전북지역 최연소 조합장 당선자는 진안전북인삼농협의 신인성(46) 현 조합장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고령 조합장 당선자는 고창부안축산업협동조합의 김사중(76) 현 조합장으로 밝혀졌다. 김 조합장은 2009년 조합이 합병된 후부터 현재까지 조합장 자리를 계속 유지해 왔다. 도내 최연소 당선자와 최고령 당선자의 나이 차이는 무려 30세에 달했다. 

이밖에 단독 출마로 무투표 당선이 확정된 조합장은 농·축협 14명, 수협 2명, 산림조합 5명 등 모두 21명이다.

충북 제천 봉양농협 조합장 10선 도전 '성공'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는 현역 조합장들이 전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최다선인 10선 조합장도 탄생했다. 충북 제천시 봉양농업협동조합의 홍성주(70) 조합장은 10선에 성공했다. 그는 35세였던 1988년 전국 최연소 조합장에 당선된 이후 내리 9차례 당선되며 36년을 한 지역 조합장으로 역임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합장 선거운동 기간이 13일로 제한돼 너무 짧고, 선거운동이 지나치게 제한되는 이른바 깜깜이 선거로 인해 현직 조합장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에 비해 신인 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선거여서 결과도 현역들에 비해 훨씬 좋지 않았다.

남원 운봉농협, 선거도 치르기 전 후보 줄사퇴로 재선거...전북, 불법 44건·66명 적발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전경(사진=전북선관위 제공)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전경(사진=전북선관위 제공)

게다가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는 여느 때보다 혼탁 양상을 보이면서 남원시 운봉농업협동조합의 경우 선거도 치르기 전에 후보들이 경찰에 고발돼 줄사퇴로 이어져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등 전북지역에서도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선거 위반 사례가 드러나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북경찰청은 이번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지난달 23일부터 8일까지 불법 행위 44건을 적발해 67명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중 2명을 검찰에 송치하고, 65명에 대해 수사 중이다. 유형별로는 금품·향응제공이 29건(51명, 76.1%)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사실 유포 5건(6명, 9%), 사전 선거운동 5건(5명, 7.5%), 선거운동방법위반 5건(5명, 7.5%) 순이었다.

경찰은 “조합장 선거 사범의 경우 공소시효가 당해 선거일로부터 6개월인 점을 고려해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 전부터 홍어와 곶감 등 선물 세트 외에도 돈 봉투가 살포되는 등 불법 선거 운동이 기승을 부려 조합장 선거를 혼탁하게 했다. 이 바람에 민심이 갈등과 분열로 얼룩져 당분간 지역 곳곳에서 후유증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국회에 계류 중이거나 대표 발의됐다가 폐기된 ‘비상임 조합장 연임을 3선으로 제한하는 농협법 개정안’과 신인들에게도 선거의 기회를 넓혀 주는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시급히 논의되고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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