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블록체인과 미디어
쟁점 1, ‘블록체인 미디어 시대’ 가능할까?
쟁점 2, 블록체인은 미디어를 어떻게 진화시킬 수 있을까?
쟁점 3, 블록체인, ‘미디어 포털 종속’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Blockchain)’
낯선 용어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 다가와 사사건건 개입하며 간섭하려 든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의 융합'에서 비롯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불어 닥친 블록체인 바람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
블록체인이 우리 사회 곳곳에 확산·적용되고 있다.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불기 전에 비트코인과 함께 알려지기 시작하더니 블록체인이란 단어가 일반인들 사이에 급속도로 회자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침투하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 산업, 정보, 정치, 언론에 이르기까지.
블록체인이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한번 기록한 정보를 훼손할 수 없고, 해킹이 어려우며, 기록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특징 때문이다. 미디어 진화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블록체인을 미디어에 접목시키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블록체인과 미디어 관계를 <‘블록체인 미디어 시대’ 가능할까?>, <블록체인은 미디어를 어떻게 진화시킬 수 있을까?>, <블록체인, ‘미디어 포털 종속’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란 3가지 쟁점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쟁점 1.
‘블록체인 미디어 시대’ 가능할까?
뉴스를 전하는 미디어의 발달사는 뉴스를 ‘더 빨리 더 멀리’ 전하려고 노력한 기술의 속도에 비례해 진화해 왔다. 미디어 환경은 그동안 활자, 전파, 영상, 인터넷에 이어 소셜 미디어까지 진화해 왔다.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정보 욕구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미디어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당분간 미디어 환경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 시대에 오래 머물 것이란 전망과는 달리 최근 불어 닥친 블록체인이 차세대 기술인 빅데이터(Big Data), 로밍(Roaming : 서로 다른 통신 사업자의 서비스 지역 안에서도 통신이 가능하게 연결해 주는 서비스), AI(Artificial Intelligence : 인공지능) 등에 접목되면서 미디어가 급 진화될 것이란 지적과 함께 업계가 비상이다.
이미 블록체인을 둘러싸고 세계적인 클라우드 거인들의 각축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IBM,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오라클이 기업용 블록체인 플랫폼을 출시했다. 또 구글과 아마존 웹 서비스도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서비스 기업인 구글이 대표적 혁신 기술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구글 클라우드’와 결합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나선 것만으로도 미디어 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구글은 7월 23일(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뉴욕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기반 애플리케이션 구축 스타트업 '디지털 에셋'과 파트너십을 맺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주 분산 앱을 만드는 스타트업 '블록앱스'와 협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구글은 블로그에서 "앞으로 구글 클라우드 고객들은 디지털 에셋과 블록앱스를 활용해 분산원장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DLT)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거래 내역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DLT는 대표적인 블록체인 기술로 꼽힌다.
블록체인은 암호화폐의 핵심인 분장원장 기술이지만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의 탈중앙화 개념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려 나서고 있다. 비트코인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의 익명 접근을 허용한다. 반면, 기업용 블록체인은 허가된 참여자만 접근 가능한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만하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보상의 개념으로 암호화폐를 거래하게 한다. 기업용 블록체인은 암호화폐 외에 특정 거래에 사용되는 다양한 재화를 주고받는다. 거래를 '스마트 계약'이란 개념으로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구글의 블록체인 사업 참여에 대해 "구글은 다수의 컴퓨터에 영구적 장부를 생성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클라우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글과 디지털 에셋 파트너 십의 핵심은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인 SDK(Software Development Kit)에 디지털 에셋의 프로그래밍 언어인 DAML(Digital Asset Modeling Language)을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중 특히 주목한 대목은 DAML이다. 이것은 블록체인 기반 지불 및 기타 금융 서비스(스마트 계약)를 고객들이 더욱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외에도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 기록이나 미디어 서비스에 많은 발전을 가할 것이란 분석이다.
구글 클라우드의 금융서비스 플랫폼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분산원장 기술은 금융뿐 아니라 미디어 등 많은 업계에서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큰 잠재력이 있다"고 호언했다.
KT, “블록체인을 통신망 속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블록체인 사업 다각화와 투자 확대 바람은 국내에도 상륙했다. KT가 ‘KT블록체인’이라는 상용망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발표하면서 2019년 초당 거래량 10만 건이 가능한 속도(10만TPS)를 실현하겠다고 7월 24일 발표했다.
이 네트워크가 본격 상용화되면 국내 인터넷은 개별 로그인 없이도 보안에 안전한, ‘ID기반 인터넷’으로 진화하게 된다. 즉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하려 할 때 ID와 비밀번호 없이 가능하고, 자동으로 로그인돼 메일을 확인할 수 있어 더 빠르고 더 많은 정보를 이용하게 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별도의 보안 장비가 없어도 해킹 공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기업들도, 언론사들도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IP기반 웹캠 해킹으로 원격에서 집안을 훔쳐보고 동영상 거래 사이트에 해당 영상을 유통시키는 등 IoT(Internet of Things : 사물인터넷) 해킹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KT 블록체인 기반 인터넷 고객은 보안 걱정 없이 안심하고 IoT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전반적 IoT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게 KT측 자랑이다.
KT는 유무선 인프라, 5G 등 차세대 네트워크, 그리고 5대 플랫폼 사업 영역(미디어, 에너지, 금융, 재난/안전/보안, 기업/공공)에 블록체인을 적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사업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디어 시장이 요동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구글과 KT의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 확장과 다각화는 미디어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블록체인 업계, 웹툰·유튜브 결합 대중과 소통
이와 맞물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업계가 웹툰(인터넷 기반 만화)과 유튜브 채널 등 일반인에게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해 대중과 소통에 적극 나섰다. 블록체인 기술이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생긴 진입장벽을 낮추고 ‘암호화폐=투기’라는 편견을 없애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또한 글로벌 투자분석가(애널리스트)들이 직접 암호화폐 시장을 분석하는 한편 정보기술(IT) 인재들을 향한 구애작전을 담은 동영상도 제작하는 등 블록체인 생태계를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본격 나선 것이다.
게다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지난해 암호화폐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잘 모르는 일반 사용자들도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속속 참여하고 했다.
바야흐로 ‘블록체인 미디어 시대’는 이미 시작되어 진화중인 셈이다.

쟁점 2
블록체인은 미디어를 어떻게 진화시킬 수 있을까?
고팍스-스팀잇, 블록체인 웹툰 출시 ‘화제’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 ‘블록체인’이 확산되면서 블록체인 기술과 연계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블록체인 미디어 플랫폼 ‘스팀잇(Steemit)’이 대표적인 사례다. 블록체인 기반 SNS 플랫폼인 스팀잇은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와 함께 '2018 스팀잇 X 고팍스 웹툰 공모전‘을 지난 6월 개최해 주목을 끌었다. 심사를 통과한 수상자들에게는 총 상금 2억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스팀(Steem)이 주어져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팍스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5월 스팀잇과 맺은 업무협약(MOU)의 일환으로 웹툰 공모전을 진행하게 됐다”며 “웹툰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관련 기술을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직관적으로 접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웹툰 작가들이 스팀잇 생태계와 관련 보상체계를 접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수익구조가 얼마나 투명해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 같은 시도는 웹툰 업계뿐만 아니라 포털은 물론 언론사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블록체인 기반 소셜 미디어 플랫폼 줄줄이 등장
이밖에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 포털과 언론사들은 물론 뉴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끈다. 스팀잇은 지난 2016년 4월 출범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게시물을 올린 창작자에게 암호 화폐를 보상으로 지급하고 있다. 디지털 공공 장부로 불리는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데이터를 분산·저장해 다른 참여자와 공유하는 기술이다.
스팀잇은 이용자들이 맛집, 책 등 여러 콘텐츠를 올리면 추천자의 스팀파워에 비례해 자체 암호화폐인 스팀을 지급하는데,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스팀잇은 게시물을 올린 창작자에게 직접 보상을 지급하는 블록체인 기반 SNS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와 달리 사용자가 글을 올리면 그에 대한 보상을 가상통화로 받을 수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많은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사례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블록체인과 소셜 미디어 전문가들이 팀을 만들어 이용자들이 콘텐츠만으로 공정하게 평가 받고 보상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유니오(UUNIO)라는 블록체인 소셜 미디어 마켓 플레이스 서비스는 단순히 글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종류의 콘텐츠(영상, 사진 등)을 업로드하고 이를 판매하고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밖에 광고주와 사용자들을 위한 이색적인 서비스도 내놓고 있다. 광고주는 광고 의뢰 시 유니프코인(Unif Coin)을 구매하도록 하고 구매된 코인은 소각되어 유니프코인의 가치를 높인다. 또 광고 타깃이 되는 사용자들에게 보상으로 유니프코인을 지급하여 모든 서비스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한 점도 특이하다. 기존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용자들은 광고에 노출되기만 하고 아무런 수익을 얻지 못했던 것과 대조적인 형태다다.
블록체인업계 전문가들 잇따라 한국 찾는 이유는?
세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업계의 ‘파워맨’들이 한국을 잇달아 찾아 업계에 자극을 불어 넣고 있다.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메인의 대표이자 가상화폐 비트코인 캐시를 만든 우지한(Jihan Wu)의 방한에 이어 블록체인 기반 소셜미디어 업체 스팀잇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네드 스콧(Ned Scott)도 잇따라 국내를 방문한다.
9월 13일부터 14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주최하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 2018’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블록체인 개발자에 특화된 컨퍼런스로 ‘개발자 증명(Proof of Developer)’이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될 행사에는 세계적인 블록체인 전문가와 관련업체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열정을 가진 개발자들의 면면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 관련업계와 언론사들은 무엇보다 블록체인 기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발행하는 <신문과 방송> 7월호의 ‘블록체인 플랫폼 ‘스팀잇’ 창업자를 만나보니 포털 종속 벗어날 새로운 기회 꿈꾼다’는 이러한 이유를 잘 지적해 주었다.
“콘텐츠 유료화에 번번이 실패했던 전통 미디어들이 스팀잇의 선순환 구조에 주목하는 이유는 스팀잇은 큰텐츠 제공자뿐만 아니라 댓글을 달거나 글을 공유한 사람에게도 암호화폐를 준다. 큐레이션 활동도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보상 구조다. 아무리 많은 글을 올리거나 공유해도 보상이 없고 주주만 배불리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기존 플랫폼 사업자와도 비교되는 점이다. 현재 스팀잇 활동 사용자 수는 100만 명에 이른다.”
라디오 시대에는 프랭클린 루즈벨트를, 흑백 텔레비전 시대에는 케네디를, 컬러 텔레비전 시대에는 김대중을, 인터넷 미디어 시대에는 노무현을, SNS 미디어 시대에는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탄생시켰다면, 블록체인 미디어 시대는 과연 어떤 정치인이 스타로 탄생될지 벌써부터 관심을 쏠리게 한다. 미디어뿐만 아니라 블록체인은 정치가에도 비상한 관심이다.
블록체인이 민주주의를 진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7월 28일 ‘블록체인이 민주주의를 진화시킬 수 있을까’란 제목의 토요 특집기사에서 블록체인을 정치와 연계시켜 보도했다. 공직선거를 관장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 개발에 나선 점을 주목하면서 정치와 블록체인이 어떤 궁합인지 살펴본 내용이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온라인 투표에는 결정적인 위험이 있다”면서 “투표를 총괄하는 기관이 해킹을 당하거나, 해당 기관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투표를 조작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그 이유로 들었다. 기사는 “국민이 권력을 대표자에게 위임하는 공직선거의 투표 결과가 왜곡된다면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다”며 “블록체인이 적용된 온라인 투표에는 오프라인 투표와 비슷한 요소가 있다”고 운을 뗐다.
공직선거에서 각 정당의 관계자들이 투표소와 개표소마다 상주하며 투개표 과정을 ‘참관’하는 것처럼,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에선 이해관계자들이 ‘노드’(node)로 참여한다는 것인데, “노드란 본래 나무줄기의 마디를 의미하고, 컴퓨터 분야에선 ‘연결점’을 뜻한다. 블록체인에선 네트워크 참여자(컴퓨터)를 일컫는다”고 기사는 설명했다. 아울러 “비트코인의 경우 2018년 7월 기준 만개 이상의 노드가 똑같이 장부를 10분마다 갱신한다”는 기사는 “선관위가 만드는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이고, 현재 구상중인 노드의 숫자는 5개”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선거의 이해관계자들을 노드로 참여시킨다는 구상이며, 노드로 참여하면 각자가 소유한 컴퓨터(혹은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에 실시간으로 투표 결과가 저장된다”고 전한 이 기사는 “예를 들어 500명이 투표한다면, 한 명 한 명이 투표할 때마다 그 내역이 선관위의 서버 컴퓨터 이외에 4개의 노드에도 똑같이 저장된다”는 것이다.
기사에서 신승미 핸디소프트 팀장은 “암호화된 투표 결과값은 선거가 진행되는 도중에 열람할 수 없고, 선거가 종료된 이후에만 조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각 노드 참여자는 각자의 개표 결과를 선관위의 집계 결과와 비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사는 그러나 이러한 개선에 따른 문제점도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오프라인 투표의 참관인이 블록체인 기술 덕분에 온라인 투표로 옮겨올 수 있다는 건 큰 혁신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에도 한계가 있다. 일단 블록체인은 온라인 투표의 중대한 단점인 ‘본인인증’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2012년 통합진보당에선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출하는 자체 온라인 투표시스템에서 조직적인 ‘대리투표’가 이뤄졌다. 온라인에서도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등 본인임을 인증하는 여러 방법이 있으나, 대리투표를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도 이 문제에 대해 아직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미래엔 실시간 홍채인식, 지문인식 등으로 본인인증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기술이 난해하다는 점도 블록체인이 가진 한계다.”
그런가 하면 블록체인을 온라인 선거에 적용하면 ‘선거 여론조사의 신뢰성 제고’, ‘정치자금 투명화’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주목을 끌만하다. 신문은 기사에서 “현행 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후보자와 조사기관의 공모로 여론조사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고, 여론조사 응답률이 너무 낮거나 조사비용이 과도하다는 문제가 있지만 블록체인으로 설문대상자의 정보, 여론조사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면 해당 정보를 누구도 훼손하거나 위변조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덧붙여 “이런 방식으로 여론조사의 신뢰도를 높이면 참여도 역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며 “더 나아가 수시로 신뢰할 수 있는 여론조사가 가능해지면, 민주주의 자체가 변모할 수도 있으며 기술이 뒷받침된다면 다수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출하고 제도와 대책에 반영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7월 30일 ‘세계는 ‘블록체인 민주주의’ 실험 중‘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지금 전 세계에선 정보통신기술(ICT)에 정통한 젊은이들이 앞 다퉈 ‘블록체인 민주주의’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들고 있다”면서 각국의 사례와 평가를 소개했다.
“호주의 신생정당 플럭스는 시장경제 원리를 접목한 ‘투표권 거래제’로 대의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 실리콘밸리에서는 투표권을 위임하도록 한 ‘리퀴드 민주주의’ 실험이 한창이다. 일본 등지에서는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활용해 새로운 사회운영 제도를 설계하는 ‘크립토(Crypto)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있다. 인터넷이 정보만 담을 수 있는 미디어였다면 블록체인은 정보와 가치를 함께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기사는 “블록체인은 기존 민주주의의 보완재로도 유용하다. 스페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정당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최대의 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짜뉴스’ 를 블록체인 기술로 잡으려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세계 각지에서 이뤄지고 있는 블록체인 민주주의의 실험이 더 나은 민주주의를 향한 여정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블록체인 민주주의의 선구자가 되어 제도를 디자인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것은 오로지 깨어있는 시민의 몫’이라고 말한다”는 내용을 말미에 강조했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민주정치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여론조사와 가짜뉴스 구별에도 활용될 것이란 분석은 기술의 변화와 진화 외에도 뉴스 가치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누구나 참여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언론이 가상화폐 등 일정 기준의 보상을 기준으로만 콘텐츠에 참여하는 것이 만연된다면 이는 오히려 큰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며 향후 장단점이 더 노출되면서 여기에 따른 후속 보완책과 기술개발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쟁점 3
블록체인, ‘미디어 포털 종속’ 벗어나게 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이 포털에 집중돼 있는 뉴스 제공 서비스를 대체할 플랫폼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가 큰 관심거리다. 물론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은 포털뿐만 아니라 ‘토큰 이코노미’로 불리는 블록체인에도 관심을 가져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뉴스의 가치와 인기, 신뢰도 등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짐을 지게 됐다.
그러나 블록체인과 연계한 뉴스 플랫폼이 정착될 경우에는 기업광고 중심의 수익구조에 의존하는 국내 언론시장에 일대 혁신적인 변화가 불어 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언론계의 시선이 ‘스팀잇’에 계속 머무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스팀잇의 수익 모델은 무엇일까?
<신문과 방송> 7월호가 소개한 ‘블록체인 플랫폼 ‘스팀잇’ 창업자를 만나보니 포털 종속 벗어날 새로운 기회 꿈꾼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제시했다.
“여러 가지를 생각 중이다. 암호화폐와 광고 모델을 합친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면 더 멋진 경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기사는 스팀잇에 대해 심화 질문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일종의 집단 인터뷰를 통해 블록체인에 대해 잘 이해시켜 주었다. 질문자들이 무엇보다 관심을 끈 대목은 블록체인과 포털과의 관계 변화에 관해서였다.
토큰 이코노미 시대가 온다?

많은 사람들이 포털 <네이버>와 <다음 등에서 뉴스를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전통 언론사들은 고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뉴스 제작 일선에서 고군분투해도 <네이버>와 <다음>에 노출이 안 되면 트래픽이 떨어지고, 반대로 노출이 잘 되면 트래픽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신문과 방송> 기사는 이와 관련해 “<네이버>가 ‘링크를 넣지 말라’, ‘전화번호를 넣지 말라’ 등 언론사 편집 가이드라인을 내세워 벌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포털 우위 시대’의 언론사가 처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며 “‘정보의 홍수’ 속에 사는 독자들도 피곤하다. 미디어의 뉴스 생산 환경이 열악해지다 보니 뉴스 품질이 낮아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독자들이 제대로 된 ‘단독 기사’와 깊이 있는 ‘해설 기사’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독자들이 비슷한 수준의 뉴스 가운데 옥석을 가리는 데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사는 “스팀잇 창업자는 이번 밋업을 통해 이른바 ‘토큰 이코노미’ 시대의 도도한 부상을 알렸다”면서 “토큰 이코노미는 토큰이라는 보상을 통해 특정 행동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토큰은 다른 쓸모 있는 재화로도 교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스팀잇이 선보일 블록체인 기반의 SMT 토큰을 특정 언론사가 활용한다고 할 때, 해당 언론사 기사를 많이 읽고 공유하는 독자에게 토큰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토큰으로 그 언론사의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독자는 이 보상 덕분에 해당 언론사 뉴스 서비스를 더 즐겨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팀잇이 독자의 큐레이션 행위에도 보상을 준 것은 거의 모든 유무형 가치를 토큰화할 수 있다는 것을 사례로 들었다. 이어 기사는 블록체인이 가져올 이코노미 미디어 환경 변화를 이렇게 진단했다.
“취재기자가 독자로부터 토큰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열심히 취재하면 독자들의 맹렬한 업보트가 뒤따르고 그 보상이 기자의 취재 동기를 고취할 것이다. 신문사의 편집자는 취재기자의 기사뿐만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저자도 발굴해 널리 알릴 수 있다. 신문사가 발굴한 콘텐츠에 독자의 업보트가 쏟아지면, 해당 저자도 충분한 보상을 받게 된다. 대규모 구독자나 시청자를 보유한 대가로 광고를 판매할 수 있었던 기존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은 흔들리고 있다. 토큰 이코노미를 단순한 기술 트렌드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실천적인 목표로 받아들인다면, 미디어는 독자와의 새 관계를 구축하고 좋은 콘텐츠를 양산하며 각종 외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다”
물론 블록체인의 낮은 거래 속도, 높은 수수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어려운 환경 등 토큰 이코노미 시대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블록체인이 과연 미디어 시장의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는 포털과의 전쟁에서 승리할지 패배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뉴스 이용자들에게는 별로 나쁘지 않다.
뉴스의 선택기회가 훨씬 다양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상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해야 하는 언론사들 입장은 더욱 난감해 졌다. 힘들여 생산한 기사를 포털에 바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블록체인의 여러 가지 장점 외에 단점으로 제기되는 이른바 ‘토큰 저널리즘’ 또는 ‘이코노미 저널리즘’이란 소릴 들으며 자신의 기사가 유통되는 것을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포털과 블록체인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을지도 걱정이다.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박주현. <사람과 언론> 제2호(2018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