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터 시선

3년 전인 지난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에서 전주을에 출마해 당선된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중도에 의원직을 상실함으로써 1년 남은 임기를 놓고 재선거가 실시되는 전주을 선거구가 다시 요란하다. 

지역 현안과는 거리가 먼 공허한 공약들을 제시한 후보들,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후보들, 지역보다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후보 등으로 선거판이 막판까지 요동을 치고 있다. 게다가 역대 가장 낮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다.

3년 전 선거법 위반 이상직 전 의원 대법원 유죄 판결까지...유권자들 상처·실망

2021년 4월 28일 연합뉴스TV 뉴스 화면(캡처)
2021년 4월 28일 연합뉴스TV 뉴스 화면(캡처)

복기해 보면, 전주을 지역구는 4년 전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면서 더불어민주당 경선 당시 권리당원들에게 거짓 응답 권유 문자를 보내거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던 이상직 전 의원이 선거 전 당직자와 지방의원 등에게 술 선물 등으로 선거법을 위반해 대법원 판결까지 이어지는 재판 끝에 결국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게 된 곳이다.

이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시절인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전통주와 책자 2,600여만원 상당을 선거구민 377명에게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또 해당 지역구 시의원 등과 공모해 지난 총선 당내 경선 과정에서 일반 당원과 권리 당원들에게 중복 투표를 유도하는 듯한 문자메시지를 대량 발송,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 혐의도 추가됐다.

2022년 10월 15일 YTN 뉴스 화면(캡처)
2022년 10월 15일 YTN 뉴스 화면(캡처)

이밖에 이 전 의원은 2020년 1월 인터넷방송에 출연해 20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 탈락 경위에 대해 허위 발언을 하고, 그해 3월 선거 공보물의 '후보자 정보공개자료 전과기록 소명서'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도 받았다. 이러한 위반 사례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일부 지역언론 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선에 성공했으나 전주을 유권자들은 그의 당선 이후 줄곧 3년 내내 실망과 자존감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어야 했다. 

그 후 치러지는 재선거다. 그런데 재선거가 바로 코앞에 임박한 순간까지 볼썽사나운 네거티브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를 ‘웃픈 상황’이 계속 연출돼 유권자들을 두 번 세 번 아프고 놀라게 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 '3제'를 짚어본다.

#1. “국민의힘 후보 당선되면 대광법 통과시키겠다?”…낙후 교통망 뻔히 알면서 ‘정치 거래’ 빈축

KBS 전주총국 4월 2일 뉴스 화면(캡처)
KBS 전주총국 4월 2일 뉴스 화면(캡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전주를 방문해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한 김경민 후보가 당선되면 대광법을 통과할 수있도록 하겠다”는 발언이 깊은 상처를 안겨줬다. 2일 오후 김 대표는 전주시 서부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지원 유세에 참석해 “전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집권 여당의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며 “김경민 후보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대표는 특히 “전북은 철도와 도로가 낙후되어 있다”면서 “천안에서 전주까지 직선으로 철도가 놓아지면 얼마나 좋겠느냐. 또 도로가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김경민 후보가 당선이 되면 이를 위한 법 개정을 책임지고 추진하겠다”고 약속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한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대광법) 개정안’을 언급해 선거와 거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광법은 전주시를 비롯한 인구 50만명 이상 도청 소재지를 대도시권에 포함시켜 광역교통시설 조성 시 국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민과 전주시민 우롱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협박성 발언 즉각 취소하고 사과할 것” 

다음날인 3일 민주당 전북도당은 논평을 통해 “지난 2일 김기현 대표는 전주을 재선거 지원유세에서 전주와 전북의 현안인 ‘대광법 개정안’을 언급하며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 대광법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언을 늘어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논평은 “전북의 현안 사업 중 중장기적 발전 방안 중 하나이며 절대적 우선 사업으로 손꼽히는 대광법 통과가 보류돼 전북도민들의 실망이 가시지 않았는데 정부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자당의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대광법 통과를 적극 돕겠다는 거래를 제안한 것”이라고 개탄했다. 

논평은 또한 “여당과 부처의 비협조로 소관 상임위 소위에서 안건을 보류시켜 놓고, 소속 정당 후보가 전주을 재선거에 당선되면 통과시키겠다고 발언한 것은 전북도민들에게 정치적 제안이 아닌 협박을 일삼았다고 볼 수 있다”며 “도민들과 함께 전주시민을 우롱한 김기현 대표의 발언에 심각한 유감의 뜻을 표하며 이번 협박성 발언에 대해 즉각 취소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전북의 낙후된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다며 정치권이 곧 추진할 것처럼 강조하던 ‘대광법’을 놓고 정치적으로 거래하는 듯한 모습에 도민들과 전주을 유권자들은 다시 한번 정치적 냉소와 실소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2. 색깔론에 위장 전입 의혹까지, 진위 공방 치열...선거 후에도 후유증 클 듯

임정엽 후보는 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당에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사진=임정엽 후보 선대위 제공)
임정엽 후보는 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보당에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사진=임정엽 후보 선대위 제공)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한 6명의 후보들 중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으로 분류됐던 진보당 강성희 후보와 무소속 임정엽 후보 간 네거티브 선거전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임 후보가 이번엔 진보당 지지자의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하며 공방이 가열됐다. 

임 후보는 3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천명의 외지인들이 투표 목적으로 떼도 몰려와 전입 신고했는지 수사 당국이 전수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진보당 지지자의 보리쌀 배포 관련 혐의자의 영장 신청이 기각된 것을 두고 "진보당이 무죄 석방인 것처럼 속이고 경찰의 수사를 부당한 선거 개입이라고 문자를 발송한 것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밝혔다.

이에 더해 임 후보는 “이번 선거는 전주를 반미 투쟁의 근거지로 만들려는 진보당의 갑작스러운 전주 점령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며 “시민 여러분의 한 표 한 표에 전주의 운명이 달려 있으니 정말 일하고 싶은 임정엽을 선택해 달라”고 색깔론을 다시 꺼내 들었다.

경찰 체포 수사, 검찰 영장 기각, 부정 선거 의혹 제기..."법적·정치적 책임을“

강성희 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색깔론 등의 정치 공세에 반박하며 지지를 호소했다.(사진=강성희 후보 선대위 제공)
강성희 후보는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색깔론 등의 정치 공세에 반박하며 지지를 호소했다.(사진=강성희 후보 선대위 제공)

그러자 강성희 후보는 임 후보의 이 같은 위장전입 의혹 제기에 대해 "근거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 뒤 자원봉사자의 쌀 배포 논란과 관련해서는 "검찰에서도 영장 신청을 기각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한 임정엽 후보는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격했다. 

색깔론 공세에 맞서 강 후보는 “색깔론과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다”며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찍으면 윤석열이 웃고, 무소속을 찍으면 철새가 웃고, 진보당 강성희를 찍으면 전주가 웃는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자 이날 무소속 김호서 후보는 두 후보가 공방을 펼치자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선거가 상대 후보를 향한 비방과 고소 고발이 난무하고 불법과 탈법으로 얼룩지는 등 정책과 인물 경쟁이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후보자 간 이전투구로 상처난 전주시민에게 또 다른 시련을 안기고 있다"며 "정책 대결을 펼치는 공정한 선거운동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재선거가 끝난 후에도 전주을 지역구는 상대 후보에 대한 여러 의혹들이 제기된 만큼 상당한 후유증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3. 윤석열 XXX야" TV토론서 욕설한 안해욱 후보, 서울서 수사?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전주MBC 화면 캡처)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전주MBC 화면 캡처)

전주을 재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안해욱 후보는 그동안 방송 토론회 등에서 거침 없는 발언으로 많은 전국 팬들의 댓글로 유명세를 떨쳤다. 전주을 지역구와 무관한 연고지(경북 경산) 출신인 안 후보는 그러나 TV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XXX'라고 발언해 경찰이 수사에 나설 모양이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3일 윤석열 대통령 팬클럽 '윤사모'와 김건희 여사 팬클럽 '건사랑' 측이 전주을 선거구 국회의원 재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후보를 상대로 낸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건사랑은 “방송토론은 사실 검증이 이뤄진다든지 굉장히 중요한 곳인데 윤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는 일을 단죄하고자 한다”며 “(안 후보의) 주소와 연락처를 모르는 상황에서 국회의사당과도 가까운 영등포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지난 3월 29일 전주MBC가 주최한 전주을 재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나는 용산대 앞에서도, 관저 앞에 가서도 항상 이렇게 외친다. 윤석열 이 XXX야. 윤석열은 김건희의 하수인일 뿐이고 대통령실에 앉아 술만 먹고 있다”고 발언했다. 안 후보는 앞서 김건희 여사가 과거 '쥴리'라는 예명을 사용할 당시 만난 적이 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주장해 국민의힘으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소중한 주권 행사 중요...깨어 있는 전주을 '유권자 힘' 보여줄 때 

자료사진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최종 투표일이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31일부터 1일까지 실시된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저치(10.51%)를 기록하며 많은 전주시민, 더 나아가 전북도민들이 실망과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주을 유권자들이 주권(투표)을 본선거에서도 포기한다면 정치적 냉소·소외 지역구로 각인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유권자들이 소중한 주권을 행사해 '진정한 유권자의 힘', '깨어 있는 전주 시민의 의식'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저변에 확산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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