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2월 15일

사전 내정설 의혹에 휩싸였던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전북신보) 이사장 후보자에 대한 전북도의회 인사청문회가 날선 공방 속에 끝났지만 여전히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특히 모집 공고도 나기 전에 서류를 준비했는가 하면 김관영 지사에 대한 사전 후원금 과다 논란이 제기돼 친분·내정설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북도의회 인사청문위원회(위원장 나인권)는 14일 한 이사장 후보에 대한 업무능력과 도덕성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를 열었다. 이날 인사청문위원회는 전북신보 해당 상임위원회인 농산업경제위원회 소속의 나인권·최형열·권요안·김대중·김동구·김희수·서난이·오은미 의원과 도의회 의장이 추천한 염영선·강동화·윤수봉·전용태 의원 등 모두 12명이 참여했다.

모집 공고 나기 전 서류 준비...'짜맞추기' 의혹

전북도의회가 14일 한종관 전북신보 이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사진=전북도의회 제공)
전북도의회가 14일 한종관 전북신보 이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다.(사진=전북도의회 제공)

이날 인사청문회는 전북도 산하 기관장 인사청문 규정이 바뀐 가운데 진행된 첫 청문회란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었지만 도덕성 검증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인사청문회 직후 나인권 위원장은 “코로나19와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전북신용보증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 부분에 대한 대책과 대안이 무엇인지 전문성과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 등 후보자 임명에 문제가 없는지를 철저히 검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후보자에 대한 이번 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전북신보 이사장의 모집 공고가 나기도 전에 접수 서류를 준비해 짜맞추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김대중 의원(익산1)은 "공고가 뜬 게 지난해 10월 27일인데 (한 후보자의) 모든 서류를 공고가 나오자마자 10월 27일 뗐다“면서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서류는 (공고 전) 10월 25일 뗐다“고 지적하면서 ‘짜맞추기 의혹’을 제기했다. 

김희수 의원(전주6)도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사전 내정설이 있었는데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 리 없다"면서 "전북신보 이사장 공모 여부를 어떻게 알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현재 서울시립대 교수 등 3가지 직책을 맡고 있는데 3가지 업무를 동시에 활동할 여력이 있겠느냐”고 덧붙여 질의했다. 

또한 서난이 의원(전주9)은 사전 내정설과 관련해 “현 김관영 도지사와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었냐”면서 “지난 도지사 선거 때 당시 송하진 지사가 컷오프되고 이틀 뒤 한 후보자가 (김관영 지사에게) 후원한 내역이 있는데 이런 점들이 사전 내정설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내정설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김관영 지사와는 신용보증기금 임원으로 근무했던 10년 전부터 알았고, 전북신보 이사장 모집 공고가 나기 전 이미 언론을 통해 이사장을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았다”며 “내가 자라고 태어난 고향 전북을 위해 내가 가진 경험과 지식을 쓰기 위해 지원했다”고 답했다. 또한 현재 겸직하고 있는 직책에 대해서는 “다 내려놓고 전북신보에 전념하겠다”고 덧붙였다.

“후원금 수백만원...내정설 이어 보은 인사 논란”

KBS전주총국 2월 14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2월 14일 뉴스 화면(캡처)

그러나 임명권자인 김 지사와의 사적 친분 관계와 후원금 내역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이 이어져 사전 내정설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KBS전주총국은 이날 도의회 인사청문회 관련 보도에서 후원금 논란을 문제 삼았다. 

방송은 관련 기사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도덕성 검증에서 한 후보자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력 정치인들에게 수백만원씩 후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방이 거셌다”며 “이 가운데는 김 지사에게도 과거 국회의원과 도지사 경선 때 수백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 사전 내정설에 이어 보은 인사 논란까지 일었다”고 전했다. 

이날 김대중 의원도 "전북신보 이사장 후보가 후원을 한 것은 좋은 취지라고 하지만, 우리 의원들이 봤을 때는 조금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 후보자는 "후원이 불법은 아니잖느냐“며 ”전혀 내정설은 관계가 없고 너무 억울하다“고 말했다.

‘먹튀 논란’ 에디슨모터스에 전북신보 50억원 특례보증...어떻게?

이 외에도 이날 인사청문에서는 최근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 군산형 일자리 참여 기업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보증 문제도 거론돼 시선을 끌었다. 최형열 의원(전주5)은 “일반적으로 최대 8억원 한도로 보증을 지원했던 전북신보가 군산형일자리에 참여한 에디슨모터스와 대창모터스에 각각 200억원과 50억원의 특례보증을 했다”며 “에디슨모터스는 회장이 구속되고 임직원이 기소된 가운데 법정관리에 들어가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데 자금 회수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인권 의원(김제1)도 “군산형 일자리와 관련해 당시 함양에 있던 에디슨모터스 공장을 방문했을 때도 많은 염려와 우려가 있었는데 지금 회계 조작과 주가조작, 분식회계,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특례보증 장치를 만들어 당시 지원이 법적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이를 어떻게 회수할지에 대한 방안이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 후보자는 “에디슨모터스 보증 문제는 법원 판결 등을 지켜보며 대안책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짧게 답했다.

“민주당 경선 당시 송하진 전 지사가 컷오프 되자마자 이틀 뒤 바로 후원금 내지 않았느냐?” 

전주MBC 2월 14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2월 14일 뉴스 화면(캡처)

이날 전주MBC는 관련 보도에서 나인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한 발언이라며 "한 모 씨라고 여기 (이름이) 나왔으니까. 이렇게 사전에 내정돼 가지고 하는 것은 불법·편법·탈법 아닙니까? 내정된 사람은 있고, 나머지 다섯 명은 들러리로 들어왔어요"란 말을 그대로 내보내 당시 공모 과정인데도 내정설이 나돌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정작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제기한 내용의 핵심은 원서 접수에 필요한 일부 경력 증명서가 이사장 공모가 공고되기도 전에 발급됐고, 다른 대부분의 서류도 마치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공고 당일 발급된 사실 외에는 특별히 밝혀진 것이 없다.

더욱이 이날 인사청문회는 사전 내정설을 도의회 내부에서 제기해 놓고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시민들의 반응이다. 그나마 이것도 사전 내정설을 제기하지 않았던 의원들이 문제 삼았다. 

이날 김대중 의원은 한 후보자가 채용 공고가 난 당일에 경력증명서 등 여러 서류를 발급 받은 경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한데 이어 서난이 의원은 한 후보자가 임용권자인 김관영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은 물론 도지사 선거 때도 후원한 사실을 거론해 주목을 끌었다.

특히 서 의원의 경우 “민주당 경선 당시 송하진 전 지사가 컷오프 되자마자 이틀 뒤에 바로 또 후원금을 내지 않았느냐?”며 “여러 정황으로 보면 사실 이게 사전 내정설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들이 있는 것 같다”고 끈질기게 추궁했다.

김 지사, 인사청문회 기간 해외 출장...'임명 위한 통과의례' 우려

이처럼 담보력이 부족한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게 금융기관 보증 업무를 해주는 전북신보 이사장 후보에 대한 내정설 논란은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난 후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북도의회는 여러 의혹을 검토한 뒤 오는 17일까지 임명 동의 여부를 담은 인사청문 결과를 전북도에 보낼 예정이라고 하지만 사전 내정설 논란의 성격상 뚜렷한 물증을 제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결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도의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에도 임명을 위한 통과의례에 그친 인사청문회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처럼 민감한 인사 문제가 도의회에서 다뤄지던 이날 김관영 도지사는 전날(13일)부터 5박 7일 일정으로 베트남·인니 등 동남아 출장길에 나서 부재 중이었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