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삼촌이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이되고
형이 동생들을 죽이고
왕권을 다진 사람.
그래도 우린 그를
왕이라 부르고
그래도 그 때문에
만들어진
울울창창한 광릉숲을 보고 걷고
느끼며

왕의 힘이 대단하다고
기개 있고 변화무쌍한 그가 아니면
어떻게 이런 숲이 오랜 세윌
남았겠느냐고.
경의를 표하고 경탄하며
고마워한다.
알 수 없다.
사람의 한 평생.

누가 누구를 평한 것인가 하면서도
끊임없이 가늘게 혹은 굵게 평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말하면서.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말한다.
죽은 자에게 말을 해야 한다고.
그래야 죽어서라도 반성한다고
역사는 냉엄하다고.

옳고 그름이
언젠가 다 드러난다고.
그런데 과연 그럴까?
그래도 그래도
우리가 역사에서 배우는 것.
잠시 살다가 돌아간다는 것

그러므로
욕심을 조금 버려야 한다고.
그래야 삭신이 편하다고.
권력은 허망한 것이고
물거품 같은 것이라고.
하면서도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그대는 아는가?

꿀맛보다 달고
아니 달콤한 키스보다 감미롭고
아편보다 더 강인한
권력의 맛을 눈꼽 만큼이라도
아느냐고.

안다면 그런 말 못할 것이라고
그리고 지옥이 어디 있느냐고.
죽어 천국에 가느니
지금 잘 사는 것이 좋지 않느냐고.
/글ㆍ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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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객원기자
jbso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