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일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아주 중요한 순간을 만난다. 그러나 그 순간을 지나쳐 버리는 사람도 있고, 그것이 일생에 가장 큰 일생일대의 사건이나 충격으로 남는 사람도 있다.

<푸른 꽃>의 작가 노발리스가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을 맞았던 때가 1794년 11월 공무 차 들렀던 그뤼닝엔이라는 마을이었다.

노발리스의 나이 스물세 살이었을 때였다. 그곳에서 열세 살이었던 ‘소피 폰 퀸’이라는 소녀를 만났다. 노발리스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말았다.

“노발리스는 그녀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시인이 되었다.”

그의 동료였던 슐레겔이 나중에 술회한 말이다.

그 소녀는 노발리스에게 시적 영감의 화산에 불꽃을 붙여주었고, 그 시절이 노발리스에게 가장 행복한 시절이 되었다.

두 사람은 소피의 부모님의 양해를 얻어 그 다음해에 약혼을 하였고, 노발리스는 소피에게 약혼반지를 건넸다. 그 뒷면에는 ‘나의 수호신“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행복했던 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소피가 발병이 난 것이다. 노발리스가 의학공부를 해가며 소피의 병을 고치려고 했지만 ’소피‘는 1797년 3월에 열다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 소녀 소피가 독일 낭만주의의 세계적 대표작인 <푸른 꽃>에서 주인공인 마틸데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러나 노발리스 역시 그의 나이 스물아홉인 1801년 폐 질환으로 요절하였다.

스핑크스가 물었다.

“번개보다 더 빠른 게 뭐지?”

"그야 복수지“

파벨이 말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덧없는 게 뭐지?”

“부당하게 얻은 재물.”

“세상을 아는 사람은 누구지?“

“그야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지.”

“영원한 비밀은 뭐지?”

“사랑이지.”

"그것은 누구와 함께 있지.?“

“소피”

자신을 아는 게 가장 어렵다고 말한 그는 사랑이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비밀이라고 말한 것이다. 다시 스핑크스가 물었다.

“뭘 찾니?”

파벨이 대답했다.

“ 내 물건,”

“넌 어디서 왔니?”

“까마득한 옛날에서.”

“넌 아직 어린애구나.”

“난 영원히 어린애로 남을 거야.”

“누가 너를 돕니.?

“난 내 스스로를 도와. 내 자매들은 어디 있지?”파벨이 물었다.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어.”

스핑크스가 대답했다.

“넌 날 알아?”

“아직 몰라.”

“사랑은 어디 있지?”

“상상 속에.”

“그렇다면 소피는?”

스핑크스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혼자 중얼 거리고 날개를 파닥거렸다. 사랑이라는 것, 가장 진부하면서도 영원히 회자되는 사랑, 이성간일 수도, 동성 간일 수도, 아니면 가족 간일 수도 있는 사랑이 자꾸 자꾸 어디론가 새나가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푸른 꽃>을 읽다가 보면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이 있다. 오래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아니면 굵고 짧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젊은 나이에 다 이루고 간 것처럼 좋은 글을 남기고 일찍 간 사랑을 뒤 따라간 노발리스, 그가 어쩌면 현명하게 살다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식기 전에 지상에서 사라진 두 사람,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 허상(虛想)일까? 진실일까?

/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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