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길따라 인생따라'

무심코
주머니 속에서 딸랑거리는
동전을 꺼내 가만히 들여다 볼 때가 있습니다.
백 원짜리 앞면에는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가 들어 있고
뒷면에는 1999년과 100원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동전의 양면이 저마다 다르듯
순식간에 변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속 풍경입니다.
“인생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그 결말만을 논한다면
모든 인생은 비극이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
희극적인 의미가 담겨있다.“
쇼펜하우어의 글입니다.

그렇습니다.
목숨을 걸고 촌각을 다투는 전쟁터에서도
총구에 내려앉는 잠자리를 바라보며
미소 지을 수 있고
사형장에서 죄수가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나누듯
이 세상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같은 몸체이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절대로 알 수 없는 신비롭고 기이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가.

그래서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을 두고
초대형 공연장 같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도 그대도 인생이라는 큰 공연장에서
주인공과 엑스트라로
주역을 자꾸 바꾸어 가며 살아가는 연기자인지도 모릅니다.

소설 같기도 하고.
연극 같기도 한 한 세상을 살아가는 길에서 만나
웃고 울면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슬픔일까요? 기쁨일까요?
/글ㆍ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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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 객원기자
jbsori@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