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북대학교 전경(사진=전북대 제공)
전북대학교 전경(사진=전북대 제공)

2018년 10월 29일. 전북대학교 제18대 총장 선거에서 대이변이 연출됐다. 이날 투표는 3차까지 어어졌다. 후보들 중 과반 득표가 나올 때까지 치러지는 투표 방식이어서 장시간 투표가 진행됐다. 

그러더니 이날 3차 투표에서 김동원 후보는 양자 맞대결로 붙은 당시 총장인 이남호 후보를 누르고 최종 선출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모두 7명의 후보가 나선 전북대 18대 총장 선거에서는 1차 7명 후보 투표, 2차 3명 후보 투표, 3차 결선 2명 후보 투표 순으로 진행됐다. 

4년 전, 1차 투표 3위 후보 3차에서 1위 대역전...이변 

그런데 이날 3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어 최종 1위로 선출된 김동원 후보는 1차 투표에서는 3위, 2차 투표에서 2위였으나 마지막 3차 투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지만 복잡한 투표 절차 못지 않게 투표 과정에서 이뤄진 후보들 간 이합집산이 작용한 탓이 크다. 

당시 이남호 후보는 나머지 6명의 후보들을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고소하면서 선거 구도가 뚜렷이 대치됐다. 2차 투표에서 끝나지 않을 경우 3차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더니 결국 대반전이 연출된 것이다.

6명의 후보가 결집해 1위를 끌어내리고 1차 투표에서 3위를 한 후보에 힘을 실어 당선을 시킨 셈이 됐다. 4년 전  전북대 총장 후보로는 당시 총장이었던 이남호 후보를 비롯해 송기춘, 김동원, 김성주, 최백렬, 양오봉, 이귀재 후보(기호 순) 등 7명이 출마했다.

투표 결과 1차에서는 이남호(35.90%), 양오봉(15.95%), 김동원(15.90%) 후보가 득표율을 얻었다. 이어 이귀재 후보(11.03%), 김성주 후보(9.77%), 최백렬 후보(6.74%), 송기춘 후보(4.71%)가 뒤를 이었다. 

낙선 후보들 중 부총장·처장 임명...구성원들 ‘불만’ 

KBS전주총국 10월 13일 뉴스 화면(캡처)
KBS전주총국 10월 13일 뉴스 화면(캡처)

과반수가 나오지 않을 경우 득표순 3명의 후보자가 2차 투표에 진출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남호, 양오봉, 김동원 후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재투표했다. 이어진 2차 투표에서는 이남호 후보 40.87%, 김동원 후보 31.64%, 양오봉 후보 27.47% 순으로 득표율이 갈렸다.

2차 투표에서도 과반수는 나오지 않자 다시 이남호 후보와 김동원 후보가 최종 3차 결선에 올랐다. 이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결국은 김동원 후보(56.84%)가 이남호 후보(43.10%)를 13.74%p 득표율 차로 누르고 최종 1위에 등극했다. 

4년 단임 분권제를 공언한 김동원 총장은 취임 이후 그를 지지해 준 일부 낙선 후보들에게 부총장과 처장 등의 보직을 부여해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 다시 4년이 흐른 지금, 전북대가 제19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 일정 등을 둘러싼 갈등과 내홍이 반복되고 있다. 

19대 총장 선거도 3차 투표제 확정...투표 과정 합종연횡·이합집산 우려 

전북대는 올 10월에 실시하기로 했던 총장 선거를 11월 23일에 치르고 4년 전처럼 3차 결선 투표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3차 투표까지 가면 4년 전 상황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투표 과정에서 후보들의 합종연횡과 이합집산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교수들은 총장 선거에서 떨어진 후보들의 보직교수 임용을 금지함으로써 혼탁 선거를 막자는 의견이 나왔다. 전북대 총장임용추천위원회(총추위) 황갑연 위원장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회 운영위에서 논의할 예정이지만 이번 총장 선거에서 낙선한 예비후보자는 새 총장이 보직자로 추천한다 해도 반드시 부결한다는 안을 의결해 교수평의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황 위원장은 또 "예전에도 교수평의회에서 3분의 2 조건을 통과하지 못해 보직 예정자가 탈락한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며 "예비후보 등록 시작과 함께 일부에서 제기되는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과정을 혼탁하게 만드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응해 허위사실이 밝혀질 경우 곧바로 후보자 자격을 상실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는 1차, 2차 투표에서 떨어진 후보에게 보직을 미끼로 지지표를 끌어모아 이합집산을 하는 나쁜 사례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논란이 됐던 3차 투표제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2차 투표제 방안이 검토됐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시 3차 투표제로 확정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4년 전 발생했던 불미스런 일 재발 여부 ‘촉각’ 

1차 투표 후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 뒤 2차 투표에서 다시 2명으로 줄이고 3차 결선 투표를 치르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 2위와 3위를 한 후보가 마지막 결선까지 가서 당선될 수도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변수가 많이 개입될 수 있다. 투표 반영 비율은 교수 70%, 직원 20%, 학생 10%로 학생들의 반영 비율이 다소 높아졌으나 여전히 교수 비율이 월등히 높다.

투표제도가 간소화돼야 한다는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3차 투표제를 고수한 전북대 19대 총장 선거가 지난 2018년 총장 선거 때 발생했던 불미스런 사건이 또 재발할 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거가 말로만 이뤄지지 않기를 대학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도민들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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