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12)

의료 취약지역 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전국적으로 불붙는 모양새다. 경남과 전남지역에서 의대설립 법안 발의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충남까지 가세하면서 4년 전부터 추진해 온 남원 공공의대 설립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더욱이 지역에 의대를 세우고 부족한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국가 지원으로 양성하자는 취지임에도 의료계 반대는 여전히 심하다. 이래저래 남원 공공의대 설립의 길은 멀기만 하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눈여겨 볼만한 다른 지역 언론들의 보도를 중심으로 사례들을 톺아보았다. 

성일종 의원, ‘충남 공주대 공공의대 설치 특별법’ 대표 발의

충청일보 8월 26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충청일보 8월 26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충남 서산과 태안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성일종(서산 태안) 의원은 25일 '국립공주대학교 의과대학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성 의원은 이날 "국립공주대학교에 의대를 설치해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 등에 기여하기 위한 '국립공주대학교 의과대학 설치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충청지역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성 의원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은 국립공주대학교에 의과대학을 설치하여 전문의료인력을 양성하고, 의대 설비 및 시설 조성을 위한 예산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특별법은 의사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지역 내 공공보건의료기관 또는 공공보건의료업무에 10년간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지역에 전문의료인력의 안정적으로 공급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성 의원은 "공주대 의대 신설은 '공공의료체계 구축 및 사회안전망 강화, 내포신도시 내 의료광역통합 시설 구축'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정책"이라며 "지역 간 의료인력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충남지역의 각급 병원에 의료인력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공급될 것"이라고 밝힌 성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공공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 공공병원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제도 개선사항을 논의하는 '새 정부의 바람직한 공공의료정책 방향을 위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국 의과대학 학생모집 정원은 2006년 이래 3,058명으로 동결됐다. 그러나 배출되는 전문의료인력은 거의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됨에 따라 비수도권 지역은 전문의료인력 부족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을 내세워 각 지역이 공공의대 설립에 너도나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전남의대, 목포의대, 창원의대 특별법안 줄줄이 발의 상태 

KBS광주방송총국 8월 2일 뉴스(화면 캡처)
KBS광주방송총국 8월 2일 뉴스(화면 캡처)

성 의원의 법안은 의사정원 확대를 전제로 제안됐지만, 그 내용에는 의사면허 취득 후 10년간 지역 공공보건 분야에서 재직하도록 강제하는, 사실상 공공의대 성격이어서 남원 공공의대까지 논란이 확대될 우려를 낳고 있다.

앞서 지난 2일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전남도 내 의과대학의 설치 및 공공의료인 양성을 위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전남에 의대를 설치하고 정원 가운데 ‘지역 공공의료 과정’으로 선발한 일부를 전남 공공보건의료 업무에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했다. 소 의원은 “전남은 전국 광역 시·도(세종 제외) 중 유일하게 의대가 설치되지 않아 심각한 의료 수급 불균형과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한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경남우리신문 2020년 8월 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경남우리신문 2020년 8월 3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현재 국회에는 ‘전남의대 특별법안’ 외에도 ‘목포의대 특별법안’ ‘경남 창원의대 특별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비슷한 취지의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국회에 계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남원에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계획을 반영한 법안이다. 

그런데 이들 법안은 지역만 다를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해당 지역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역에 의대를 설치하고 입학금과 수업료 등을 국가가 지원해 지역 내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일하는 공공보건의료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적이 흡사하다. 이를 통해 공공의료 인력과 인프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이태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기존 의대만으로 지방과 소외지역 의사 유치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외국 사례를 검토했을 때 취약지역 의사 인력 확충에 효과적인 정책 도구는 해당 지역 출신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라면서 “의대가 없는 의료 취약지역은 일차적으로 지역 출신을 선발할 수 있는 의대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 정부에 이어 공공의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0년 7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을 발표했고, 정부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 반대, 더 큰 관건 

그러나 더욱 큰 관건은 ‘의료계 반대를 어떻게 넘느냐’라는 지적인 나온다. 2020년 공공의대 설립 논의가 촉발했을 때 의료계는 진료 거부 등으로 강경하게 반대했고 결국 정부는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관련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 최근 소 의원의 전남 공공의대 설립 추진에 대해서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안정이 아닌 재확산 시점에 의대 신설을 논의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공의대가 설치되는 것을 넘어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교육과정과 환경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 국정감사 이슈분석’을 통해 “공공의대 설립 목적은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종사할 의료 인력을 양성하는 데 있으므로 공공의료에 특화된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학교육에 필요한 실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부속병원을 직접 갖추거나 공공병원과 연계를 통해 교육과 실습을 위탁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원 공공의대 4년 제자리...실마리 풀릴까?

전주MBC 8월 26일 뉴스(화면 캡처)
전주MBC 8월 26일 뉴스(화면 캡처)

이 같은 험난한 상황에서 4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에 관한 논의가 다시 점화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꼬인 실타래가 이번에는 풀릴수 있을지 관심을 다시 모으게 한 것은 김성주(더불어민주당·전주병) 의원이 지난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이끌어낸 이후부터다. 

이날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김 의원의 남원 공공의대와 관련한 질의에 "현재 필수 의료인력을 확충한다는 방침 아래 의료계와 논의를 재개해 진행 중”이라며 “국립의전원 설립은 윤석열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인 만큼 원만히 협의해 마무리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병도 민주당 전북도당위원장도 지난 23일 “남원 공공의대는 이미 49명의 정원이 확보돼 있는 만큼 전북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여당 지역 의원인 이용호 의원이 열심히 뛰어 주고 있는 만큼 여야가 힘을 합쳐 올해 안으로 법안 통과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따라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남원 공공의대 설립 관련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원시의회 "공공의대 설립" 국회앞 시위

남원시의회 의원들이 22일부터 국회 앞에서 공공의대 설립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전개했다. (사진=남원시의회 제공)
남원시의회 의원들이 22일부터 국회 앞에서 공공의대 설립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전개했다. (사진=남원시의회 제공)

이와 때를 맞춰 남원시의회 의원들이 4년째 답보상태인 남원 국립공공의료대학원 설립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남원시의회 오동환 운영위원장과 강인식 의원, 김길수 의원 등 3명은 22일부터 국회 앞에서 1주일 동안 1인 시위 등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시의원들이 국회까지 올라가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서남대 의대 폐교 이후 대책으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했던 국립공공의대 설립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공의대 설립근거를 담은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국회 앞 릴레이 시위에 나섰다.

남원 시민사회 역시 ‘남원공공의대추진시민연대’를 결성하고, 공공의대 설립 및 서남대 부지 활용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등 지역사회의 여론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남원 공공의대, 타 지역 견제·반대 대응 노력 필요 

하지만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의 대안으로 논의된 남원 공공의대는 의료계의 반발과 여야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관련 법안이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가 발의한 공공의대 설치 관련 법안이 자동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도 적극 논의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히 최근 다시 남원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논의가 동력을 얻는 분위기다. 정부와 국회 내부에서 서남대 정원을 활용해 전북을 시작으로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시작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양태다. 

이에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은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도 공공의대 설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의료계와 협의만 잘 되면 얽힌 실타래가 풀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고 있지만 4년 동안 이어온 답보의 과정과 별반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오히려 타 지역들의 견제와 경쟁, 반대가 더욱 극심해진 상황이란 점을 염두에 두고 이에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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