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지역, 다른 언론-'볼만한 뉴스’⑧]
전북도와 완주군이 "대한민국 최고의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완주군 산업단지에 첨단 물류센터를 짓기로 하고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호들갑을 떨며 자랑한 지 불과 1년 4개월 만에 무산되자 언론은 두 기류로 갈렸다.
전북언론들은 무산에 따른 지역민들의 실망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전북도와 완주군의 수습 및 대응 방안을 전하느라 분주한 반면 서울언론들은 이와는 반대로 쿠팡의 부실한 내면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시선을 모으고 있다.
쿠팡, 완주군 유치 무산...두 갈래 언론, 서울과 전북 극명한 '시각차’

지난해 3월 완주군 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에 1,300억여원을 투자해 3만평 규모의 첨단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협약한 쿠팡(주)이 투자 철회를 통보해왔다고 21일 완주군이 공식 입장을 밝히자마자 전북도와 정치권, 지역민들의 우울한 입장을 조명한 보도가 지역에선 줄을 이었다.
그런데 이 때 서울언론들은 쿠팡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 특히 노동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싸늘한 보도가 줄을 이었다. 먼저 SBS는 쿠팡의 완주군 투자 철회 공식 발표가 있기 직전인 지난 20일 ‘[궁금해 궁금해] '우당탕탕' 쿠팡...연 22조원 벌어도 '망한다' 소리 듣는 까닭’이란 제목의 보도로 문을 열기 시작했다.
쿠팡, 22조원 벌어도 '망한다' 소리 듣는 까닭?

“쿠팡은 이미 소비자에게 친숙한 기업이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힌 이날 방송은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소 이상한 점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쿠팡은 2021년 매출 22조원을 돌파하며 2010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함으로써, 국내 유통회사 중에 연 매출이 20조원을 넘긴 곳은 이마트가 유일하고, 쿠팡이 출범 10년을 갓 넘긴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성과라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돈을 벌어들인 만큼 이익을 내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은 “매출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 –1조1000억원 △2019년 –7200억원 △2020년 –6200억원 △2021년 –1조8000억원으로 단 한 번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이렇듯 쿠팡은 분명 매출과 점유율 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 역시 존재한다”고 의문을 던졌다.
그 이유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등 기존 투자자들의 자금이 소진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뉴욕증시 상장 이후 자금줄에 숨통이 트이기는 했지만 만년 적자 회사라는 타이틀을 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기사는 “주가 흐름에도 이러한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쿠팡은 지난해 상장 당시 시가총액 100조원을 기록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33조원으로 줄어들었다”는 방송은 “또 50달러를 넘었던 주가는 30달러, 20달러로 떨어졌다가 올해 들어서는 10달러의 벽이 무너지기도 했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쿠팡이라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쿠팡, 전국 121만평에 100곳 물류센터...부산, 창원 등 6곳 새 센터 지을 계획?

이날 더욱 눈에 띄는 보도는 “불안한 신호는 또 있다. 그건 바로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쿠팡의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매각한 일”이라며 “지난해 9월에는 2조원에 5700만주, 올해 3월에는 1조 3000억원에 5000만주를 각각 매각해 상장 이후에도 쿠팡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뒤집었다”고 밝힌 점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방송은 “그렇다면 쿠팡은 왜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걸까요?”라며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물류 센터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들면서 “현재 쿠팡은 전국 400만㎡(약 121만평) 부지에 100곳의 물류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 부산, 창원, 완주 등 6곳에 1조원을 투입해 새로운 물류센터를 지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원활하게하기 위해 전국을 ‘쿠세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인 방송은 “제2의 아마존이 될지, 영원히 이익을 내지 못하는 덩치 큰 회사의 대명사가 될지 섣불리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 내용을 종합하면, 쿠팡이 완주군에 3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하고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미 다른 지역의 100곳이 넘는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부산, 창원 등에도 투자를 할 계획이라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2010년 창사 이래 20조원 이상의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1위' 쿠팡, 최근 5년 누적적자 '4조' 이상

바로 다음날인 21일 더팩트가 다시 이 문제를 짚었다. ‘'업계 1위' 쿠팡, 적자 이유 있다?···문제는 '언제까지'’란 제목의 기사는 리드에서부터 “온라인 플랫폼 '쿠팡'이 지난해 오프라인 업체 이마트의 매출을 뛰어넘고 국내 1위 유통사로 올라섰지만 영업이익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출혈경쟁이 심화하는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광고 선전비를 늘리고 있으며, 고객을 위해서는 기술개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한 기사는 “최근 5년간 쌓인 누적적자만 4조원 이상을 기록한 만큼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인데, 쿠팡이 단기간에 체질 개선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쿠팡의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조 8813억원을 기록, 전년(13조 9236억 원) 대비 49.97% 개선됐다”면서 “쿠팡은 별도 기준으로 20조 36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는 이마트(별도 기준)의 지난해 매출(16조 4514억 원)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적자는 확대됐다. 쿠팡의 연결 기준 영업적자는 1조1209억원이다”며 “550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2020년 대비 두 배 이상 적자 폭이 확대됐다”고 밝힌 기사는 “쿠팡의 영업적자는 최근 5년간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전에도 △7205억 원(2019년) △1조 1280억 원(2018년) △6389억 원(2017년) △5653억 원(2016년) 등의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5년간 누적적자는 4조 724억 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원인을 더욱 세밀히 분석한 기사는 “쿠팡은 광고 선전비와 기술개발에 조단위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광고 선전비와 투자 집행비는 1조 381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은 마케팅에 사용하는 비용만큼 기술개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기사는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지고 있다. 2019년 2억 1822만 달러(댝 2864억원)에서 이듬해 5억 2065만 달러(약 6833억원)까지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30% 더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를 종합하면, 쿠팡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대신 투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점이 주목을 끈다. 특히 5년 간 누적적자가 4조원을 넘긴 가운데 광고 선전비가 지나치게 많이 차지하는 점도 눈에 띈다.
쿠팡 물류센터 에어컨 설치 문제로 극심한 갈등·고통...“인권문제” 호소

쿠팡의 매출 대비 적자가 우려된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들 외에 쿠팡의 내부 노동자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게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기사들도 엿보인다. 경향신문은 24일 ‘쿠팡 노동자들 “물류 센터 에어컨 설치는 인권문제”’란 제목의 기사에서 쿠팡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지적했다.
“쿠팡이 물류센터 노동자들의 ‘에어컨 설치’ 요구에 응답하지 않자 노동자와 시민이 직접 나섰다”는 기사는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전날(23일) 3박 4일간의 50여km 도보 행진을 마치고 동탄물류센터에 에어컨을 전달했다”며 “이 에어컨은 노동자와 시민이 모금 운동을 벌여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냉방기기 설치와 유급 휴게시간 부여가 절실하다’며 ‘벌써 3명의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졌다’고 말했다”며 “쿠팡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물류센터 평균 온도는 31.2도, 습도는 59.48%”라고 전했다.
사측, 노동자들 주장 ‘거짓’ 반박...노동환경 ‘열악’
그럼에도 “사측은 노조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한다”는 기사는 “노동자들은 사측이 시행 중인 대책은 미봉책이라고 말한다”며 “노조에 따르면 작업대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작은 선풍기를 근처에 두고 일하지만 물건을 적재해 나르는 이들은 통로에 있는 대형 선풍기 등에 의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사는 “쿠팡 노조는 지난달 23일부터 에어컨 설치, 휴게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며 쿠팡 본사를 점거해 농성을 벌였다”며 “사측은 전날 밤 교섭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노조원들의 본사 출입을 통제했고, 노조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를 종합하면, 쿠팡의 물류센터 현장에서는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이러한 사태를 바라보는 사측의 입장이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주장을 거짓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공분을 키울 만하다.
“쿠팡, 한결같이 노동자를 완전 무시한다?”

프레시안도 28일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쿠팡은 한결같이 노동자를 '완전' 무시한다"는 기사는 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센터 부분회장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현장의 애로를 전했다.
“사람이 아닌 물건만을 위해 설계된 쿠팡물류센터에는 냉난방 설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습니다. 마땅한 휴게시간도, 휴게공간도 없이 로켓배송을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녀야 하는 쿠팡물류센터 노동자들의 등에는 날마다 소금꽃이 한가마니씩 피어납니다.”
이날 기사는 최 부분회장의 절규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농성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배경을 그는 이렇게 호소했다.
“문제해결 의지 없는 쿠팡, 움직이기 위해 노동자들이 나섰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쓰러져 죽어간 노동자만 2020년 이래 10명. 이렇게는 못살겠다고, 노동조합을 만들고, 쿠팡에 노동자를 존중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쿠팡은 묵묵부답. 그리고 돌아온 것은 조합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간부들에 대한 잇다른 해고였습니다. 결국 쿠팡 대표이사를 직접 만나기 위해 노동자들은 본사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시작했습니다.”
이 외에도 “교섭도 되지 않고, 현장의 요구도 전혀 수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는 본사에 주저앉아 대표자의 면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었다”는 최 부분회장은 “문제해결 의지가 없는 쿠팡을 움직이기 위해 우리는 본사 로비에 주저앉아 시끄럽게 떠들고 외치기 시작했다”고 거듭 밝혀 쿠팡 물류센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면 이 대목에서 쿠팡이란 기업을 유치하기 혈안이었던 전북도와 완주군, 그리고 쿠팡이 1년여 만에 투자를 철회하자 다시 유치하지 못해 안달이 난 전북지역을 바라보는 노동자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또 이러한 문제점을 보도하고 있는 서울언론들은 쿠팡 유치에 실패한 전북도와 완주군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을까? 자못 궁금함과 동시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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