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대한민국 최고의 전자상거래 소매 기업 쿠팡의 이번 투자로 우리 지역에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전북 경제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3월 26일. 송하진 도지사가 전북도청 회의실에서 쿠팡㈜과 투자협약식을 체결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자 전국은 물론 지역 언론들이 일제히 “대한민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중 하나인 쿠팡이 전북에 대규모 투자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고 썼다.
완주군민들과 전북도민들을 크게 설레게 했던 1년 전 약속이 그러나 빈말에 그칠 공산이 크게 됐다.
전북도·완주군, 쿠팡 유치로 1,300억원 투자, 500명 일자리 창출하겠다더니
당시 전북도와 완주군은 쿠팡㈜과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완주군 내에 첨단물류센터를 짓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모을 것”을 약속했다. 보도자료를 통해 양 자치단체는 “이번 협약에 따라 쿠팡㈜은 완주 테크노벨리 제2일반산업단지에 1,3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물류센터를 신설하고, 전라북도와 완주군은 기업의 투자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행정적 지원 및 인허가 진행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고 홍보하며 마치 곧 실현될 것처럼 자랑했다.
특히 지역 언론들은 “쿠팡이 총 면적 9만 9,173m² 규모에 물류센터를 조성할 경우 5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하지만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다.
국내 굴지의 유통업체인 쿠팡이 완주군에 대규모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토지 분양가 문제로 아직까지 첫 삽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 후 첫 국내 투자처로 낙점한 완주군 내 물류센터 설립이 표류 위기에 처한 것이다. 1년 전 호들갑을 떨던 행정과 언론들은 이와 관련해서는 조용하기만 하다.
"MOU 체결 때보다 높은 토지 분양가 요구, 이견 좁히지 못해 첫 삽도 못 떠"
다만, 지역의 풀뿌리 언론인 완주신문이 지난해 10월 13일 '완주군 쿠팡 유치 무산되나?'란 기사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완주군 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에 입주하기로 한 쿠팡과 코웰패션 유치 추진에 걸림돌이 생길 가능성이 생겼다"며 "어렵게 성사시킨 대규모 물류기업 유치 협약이 자칫 분양단가 상승으로 무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지역 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달 4일 서울 언론인 SBS Biz가 ‘쿠팡, IPO 후 첫 물류센터 표류 위기…1년째 토지분양가 갈등’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다시 주목을 끌었다. 그러자 전북일보도 9일 ‘쿠팡㈜, 완주에 대규모 물류센터 착공 지지부진’이란 제목의 기사와 10일 ‘쿠팡 완주첨단물류센터 건립 무산시킬 텐가’에서 문제 지적에 가세했다.
관련 보도 내용들을 종합하면, 물류센터가 들어설 완주군 산업단지 내 토지를 분양하는 완주군과 쿠팡, 건설사 간에 양해각서(MOU) 체결 때보다 더 높은 토지 분양가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1년여 시간이 지났다.
지난해 쿠팡이 전북도와 완주군에 제시했던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약 3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MOU를 체결했지만 아직 물류센터를 지을 용지 매매계약도 맺지 못한데다 물류센터가 들어설 땅의 분양가도 아직 못 정한 상황이다.
SBS Biz는 해당 기사에서 "완주군 관계자는 ‘용지 매매계약을 하러면 토지 분양가부터 결정해야 하는데, 건설사와 쿠팡 간 토지분양가 이견으로 사업계획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완주군의회 관계자도 ‘우리도 마찬가지로 사업 무산 가능성까지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전북도·완주군, 중재 노력 ‘안하나 못하나’
기사는 이 같은 원인에 대해 “사업이 표류 위기에 처한 건 완주군청과 건설사로 구성된 특수목적법인(SPC), '완주테크노밸리 주식회사'가 쿠팡에 MOU 당시보다 더 높은 토지 분양가를 요구했다”면서 “지난해 3월 MOU 체결 당시 SPC 최대주주인 완주군청이 구두로 안내한 평당 토지 분양가는 60만원 초반(약 64만원) 수준었지만 지금 SPC는 평당 약 89만원 수준까지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요구에 따라 토지 분양가가 평당 약 25만원 수준 더 늘어나 당초 쿠팡이 완주군에 짓기로 한 물류센터가 약 3만평 규모임을 감안하면 약 75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양 측간 이견이 팽팽한 상황. 그러나 이에 대해 완주군은 물론 전북도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것도 사업이 지연된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완주테크노밸리와 쿠팡 간 분양가 이견이 큰 상황이라 MOU 체결 1년여 시간이 흘렀어도 본 계약인 용지매매 계약도 못 맺고 있지만 양 측 입장 차이와 행정의 중재 노력 부족 등으로 물류센터를 짓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와 관련 SBS Biz는 해당 기사에서 “문제는 분양가를 높이려는 '건설사'와 이를 낮추려는 '쿠팡' 사이를 조율할 완주군청이 해결사로 나서기도 힘들다는 점”이라며 “완주군청이 SPC에 지분 40% 출자하면서 대출을 1,200억원 대규모로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완주군청 관계자는 "출자하면서 약 1,280억원 규모 금융권 대출을 받았고 이 대출금을 분양을 해서 갚어야 하는데, 쿠팡을 저렴하게 분양을 하면 할수록 완주군의 채무부담이 더 늘어나는 구조"라고 기사에서 밝혔다. 완주군의회는 이와 관련해 "이번 달 내로 분양가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감사원 청구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1년 전 장밋빛 청사진 짙은 암운 속으로...도지사 '묵묵부답'
이에 전북일보는 해당 사설에서 “문제는 쿠팡과 완주테크노벨리간 분양가를 놓고 이리 대립하는 데도 투자협약 당사자인 전북도와 완주군이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해 토지무상 제공이나 여러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마당에 부지 분양가 때문에 성사된 기업유치를 무산시켜서는 안 될 말”이라며 “전북도와 완주군은 물류센터 건립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정확한 실태 파악과 함께 지원책을 강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처럼 “쿠팡 물류 거점이 전북에 건설됨에 따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기차를 활용한 배송, 태양광발전 및 에너지저장시스템을 통한 충전 및 물류시설 운영, 빅데이터를 활용한 배송정보 제공 등으로 다양한 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던 청사진은 짙은 암운에 휩싸여 있다.
“우리 지역에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전북 경제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던 송하진 지사의 장담,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묵묵부답인 채 시간만 계속 흐르고 있다. 아니면 말고식의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길 많은 도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