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1년 11월 29일

'만경·김제평야와 같은 새로운 옥토를 만들어 식량 부족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며 1987년 대통령 선거 당시 각 후보들의 공약으로 등장한 새만금개발사업. 그 후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1년 본격적인 새만금개발사업이 착수됐다. 

그런데 새만금방조제가 첫 삽을 뜬 지 30년이 됐지만 새만금은 여전히 개발사업이 진행 중인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안갯속 국책사업으로 남아 있다. 지난 28일은 새만금방조제가 첫 삽을 뜬 지 꼭 3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엇갈린 시각들로 교차하고 있다. 왜 그럴까?

‘단군 이래 최대’, ‘세계 최장’...무수한 진기록 속 대통령 7번이나 교체

전주MBC 11월 28일 보도(화면 캡쳐)
전주MBC 11월 28일 보도(화면 캡쳐)

‘세계에서 가장 긴(33㎞) 방조제’,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 ‘강산이 세 번 바뀐 사업’ 등 무수한 기록과 말들을 언론은 지난 30년 동안 쏟아냈다.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만도 총 사업비 22조 7,900억원 중 8조 4,400억원이 들어갔다. 대통령도 7번이나 바뀌었다.

이처럼 새만금개발사업은 착공 후 현재까지 30년이나 됐지만 계획 면적(291㎢) 대비 42.8%(124.5㎢)만 진척됐을 뿐, 전체 사업 완공은 기약 없는 국책사업으로 남아있다.

이런 와중에 선거 때만 되면 정치권은 새만금을 전북도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왔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 많은 대선 후보들과 정치인들은 새만금을 달콤한 사탕발림으로 전북 민심을 또 유혹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새만금 관할구역 자치단체장들도 선거철만 되면 어김 없이 새만금을 치적으로 내세우곤 했다. 올해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전북도·지역언론들, ‘창조’, ‘미래’, ‘희망’ 키워드로 또 포장...따가운 ‘눈총’

전북도민일보 11월 29일 3면 기사
전북도민일보 11월 29일 3면 기사

마침 새만금사업이 첫 삽을 뜬 지 30주년을 맞자 전북지역 언론들은 '새만금'에 ‘창조’, ‘희망’, ‘미래’, ‘전북 발전’ 등의 수식어를 붙여 일제히 장밋빛 청사진들을 제시했다. 여기에 송하진 도지사의 입을 클로즈업하느라 많은 영상과 지면을 동원했다. 

지역신문들은 짜 맞춘 듯 29일 1면, 2면, 3면 등을 할애해 새만금 예찬론을 쏟아내며 송 지사의 말을 대미로 장식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아예 송 지사 인터뷰를 통으로 내보낸 신문들도 눈에 띈다. 

"새만금 우려먹기 이제 그만...새만금 전북 발목" 

대부분 지역언론들은 전북도 보도자료를 인용해 “새만금은 전라북도의 희망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애드벌룬을 띄운 뒤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사업을 본격 추진 중인 만큼 그린수소 생산, 전기차 및 수소차 등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이 활발히 성장하는 글로벌 신산업 중심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전민일보 11월 29일 16면 기사
전민일보 11월 29일 16면 기사

또 송 지사의 말을 인용해 “새만금을 세계적인 생태문명의 중심지이자 명품도시로 반드시 성공시켜 나가겠다”는 상투적인 표현도 기사에 끼어 넣었다. 지역언론들은 새만금사업이 마치 도지사의, 도지사에 의한, 도지사를 위한 사업처럼 비쳐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송 지사의 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바라본 도민들 사이에는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새만금 울궈먹기가 이젠 지겹지도 않느냐”며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새만금에 전북이 스스로 발목이 잡혀 있다"는 외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와 전북도 무책임·무능력으로 30년 동안 피해 당한 안타까운 현실”

저눅일보 11월 2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11월 29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새만금사업은 전북도민에 의한 전북도민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중앙정부와 토건개발론자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에 불과하다”며 “새만금사업의 대전환”을 요구했다.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은 28일 성명을 내고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새만금사업은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었으며, 속도는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면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정권은 여전히 새만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전북도민은 정부와 전북도의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피해를 당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성명은 전북도가 발표한 보도자료와는 상반된 내용들로 가득 담겼다. 특히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은 “새만금 간척사업은 100% 농업용지와 담수호를 만든다는 거짓으로 세계 5대 갯벌이라는 경이로운 자연유산을 파괴했다”며 “수산업과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를 파괴한 어리석은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반환경적인 사업이자 미군 위한 군사기지 확장사업에 불과” 주장

새전북신문 11월 29일 1면 기사
새전북신문 11월 29일 1면 기사

“문재인 정부 들어서 새만금 수상태양광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새만금 신공항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결정조차 전혀 현실에 기반하지 않은 정략적 결정에 지나지 않다”고 밝힌 성명은 “새만금 수상태양광은 갯벌과 하구기수역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사업으로 전혀 경제성이 없으며, 사업타당성도 없는 새만금 신공항사업은 갯벌을 파괴하며 실시하는 반환경적인 사업이자, 미군을 위한 군사기지 확장사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성명은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잼버리대회를 치적으로 자랑하고 있으나 갯벌을 매립하여 잼버리대회를 실시하는 것은 전 세계 청소년을 우롱하는 것이자 세계적인 웃음거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잼버리부지를 매립하면서 목적과 전혀 관련이 없는 농지기금을 가져다 쓰는 편법을 저질렀으며, 새만금잼버리의 성공을 위해 새만금국제공항을 건설해야한다고 거짓 선전을 일삼았다”며 “철학과 가치가 다를 수 있지만 거짓 선전을 일삼으며 전북도민과 국민을 기만하는 정치인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선거용 더 이상 안 돼...도민 위한, 실현 가능성 전환" 여론 비등

11월 25일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지역 5대 종단의 종교인들이 '새만금 신공항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11월 25일 전북도청 앞에서 전북지역 5대 종단의 종교인들이 '새만금 신공항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새만금살리기공동행동은 이처럼 새만금개발사업 착공 30주년을 맞아 새만금사업의 대전환을 요구해 주목을 끌었다. 

앞서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전북지역 5대 종단 종교인들은 25일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전북도민의 숙원사업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미군의 숙원인 미군 공항을 확장한다는 것은 전북도민을 기만하고 우롱한 처사”라고 비판하면서 "새만금 신공항 건설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새만금사업이 더 이상 선거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도민들이 주체가 되고 실현 가능한 사업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널리 확산되는 분위기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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