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18)] 백종원과 골목식당
전통시장보다 더 비중 있는 지역경제 버팀목이 있다. 바로 자영업이고, 그중 가장 숫자가 많은 음식점들이다. <한국외식산업통계연감 2018>에 따르면, 국내 총생산에서 외식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2% 이지만, 사업체 수로서는 25.8%를 차지한다고 한다.
지역 외식업체들 경영난 겪는 이유, 그 지역 고객들이 외면하기 때문
종사자 수는 2012년 175만 명에서 2016년에는 199만 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외 식업체 중 서울에 18%, 경기도에 약 20.4%에 위치하고 있어, 다른 사업 분야에 비해 수도권 집중도가 낮은 분야이다.
한편 외식업 분야의 폐업률은 23.8%로 전 산업 평균치의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외식업은 대표적 지역 제한 산업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져서 외지 손님으로 붐비는 일부 음식점도 있지만, 대부분 주요 고객은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지역 외식업체들이 경영난을 겪는 것은 그 지역 고객들이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런 외식업체 사장님들에게 구세주가 등장했다. 바로 요리사 백종원이다. 그가 출연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소개되면 졸지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음식점으로 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잘 나가는 사람이다.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백종원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 사람만큼 한국인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친근한 사람이 드물다. TV를 켜고 채널을 돌리다 보면 어디선가 그의 화면이 나타난다. 그가 운영하는 <더본 코리아>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30여개, 직원이 710명, 연 매 출이 1200억에 달하는 중견기업이다.
쉽게 제작할 수 있으면서도 남녀노소 모두 시청, 앞다투어 모시려 노력

크게 두 가지 사회적 변화가 백종원을 대중적 스타로 만들었다. 첫째는 요리를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전통적으로 엄마나 여성의 역할이던 요리가 이제는 누구나 해야 하는 필수적인 기능이 되었다. 요리와 음식을 다루는 TV 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났고, 요리사가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직종으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요리 강사와 전문가 중 백종원 만큼 탁월한 표현력과 친화력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간 사람은 드물었다. TV 음식 프로그램 중 가장 저렴하고 쉽게 제작할 수 있으면서도 남녀노소 모두가 시청할 수 있기에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백종원을 모시려 노력했다.
두 번째 사회적 변화는 외식산업의 급성장이다. 집밥보다는 식당밥 먹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농림축산부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음식점/카페/주점의 숫자는 2005년 53만 2000개에서 2015 년에는 65만 7000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6조 2500억 원에서 108조 13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전체 외식업 체의 86.5%가 종사자 5인 미만의 영세 자영업이다. 백종원은 조리대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의 영세 식당을 TV 카메라와 함께 찾아다니면 서 국민적 인기를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조리방식이나 품질관리나 고객관리가 미숙한 자영업자 운영하는 식당들을 찾아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국정감사장에서 백종원은 <골목식당>이 식당 창업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경솔하게 창업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회의원은 백종원에게 자기 지역에도 찾아가 달라는 청탁을 하기도 했다. 한편 <골목식당>을 제작하는 SBS 방송사가 인천 중구청으로부터 2억 원의 협찬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도 했다.
타 지역 사람이 해결해주리라는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외식산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가 처한 단면을 보여준다. 영세 식당 주인들이 꿈꾸는 대박은 TV에 나오는 것이다. TV나 SNS를 통해 전국적으로 유명해져 전국에서 손님이 들이 닥쳐 길게 줄을 서는 식당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폐업한 식당은 16만 6,751개에 달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그 숫자는 더욱 늘어, 3개월 만에 서울에서만 1만 개의 식당이 폐업했다고 한다.
영세 자영업자의 주된 고객은 인근 지역주민이다. 굳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지 않아도 지역 내에서 잘 알려지고 신뢰만 얻으면 유지하기 어렵지 않다. 문제는 자기 지역에서 유명해지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기만큼이나 어렵다는 점이다.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사업체를 홍보할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이나 매체가 부실한 탓에 입소문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대다수 영세 사업자들은 그 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자기 지역의 경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 지 못하고 외지 사람이 와서 해결해주기를 기대해야 하는 연약하고 열악한 지역경제의 자화상이다. 백종원이 와서 도와주고, 외지 손님이 와서 사업을 번창하게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려면 내 지역의 문제를 타 지역 사람이 해결해주리라는 그릇된 사고방식부터 버려야 한다.
백종원과 같은 외지 유명인사를 모셔오지 않고도 지역주민들 스스로 지역경제를 튼튼하게 일궈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경제의 걸림돌을 지역 주민들 스스로 찾아내어 제거할 수 있는 경제적 소통과 교류의 장을 먼저 만들어야 할 것이다.(계속)
※이 글은 장호순 교수의 저서 <지방부활시대>에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발췌해 연재한 글입니다.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