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16)] 지방과 기업 유치

지역 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적극 활용해온 수단이 기업 유치이다. 민선 자치 이후 많은 지방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라고 홍보하면서 기업 유치를 위해 노력해왔고, 덕분에 농어촌 지역에도 적지 않은 산업시설이 들어섰다.

지역의 기업 유치는 지방세입 증대,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 다. 그러나 특정 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역 의존도를 높일 수도 있고, 과도한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원으로 인해 오히려 지방재정의 악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자연환경 훼손이나 혐오 시설 유치로 인한 갈등과 분쟁의 요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않다.

지자체의 지원보다는 고용확보나 입지 조건 등이 더 중요한 변수 

국내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5개 지방이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승리자는 수도권이었다. 기업의 효율성 논리를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이기기 어려운 현실이다. 출처: '조선일보', 2019년 2월 11일자; '한겨레', 2019년 2월 21일 자.
국내 대기업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5개 지방이 경쟁을 벌였지만 결국 승리자는 수도권이었다. 기업의 효율성 논리를 지역균형발전 논리가 이기기 어려운 현실이다. 출처: '조선일보', 2019년 2월 11일자; '한겨레', 2019년 2월 21일 자.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제공하는 각종 세금혜택이나 보조금은 중앙정부의 법률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특정 지자체가 기업 유치 조건에서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지자체의 지원보다는 고용확보나 입지 조건 등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된다.

2019년 대한민국의 많은 자치 단체가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해당 지역 시민단체들도 적극 나서서 기업 유치를 도왔다. 10년 동안 120조 원이 투입되어 4개의 반도체 공장에 수만 명의 일자리가 생기고, 협력업체만도 50개가 동반 입주한다고 한다. 경기도 이천과 용인, 충남 천안, 충북 청주, 경북 구미 등이 경쟁을 벌여 결국 경기도 용인시로 결정되었다.

지방 도시들은 기업적 조건 외에 지역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SK가 용인시를 선택한 결정적 이유는 수도권에 있어, 인재유치에 용이하고 관련 기업과의 연계가 수월하다는 것이었다. 이윤 추구가 궁극적 목표인 기업에게 지역균형발전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리인 것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역사회가 대기업 유치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진다. 지난 2018년 미국의 주요 도시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유치를 위해 유례없는 경쟁이 벌어졌다. <뉴욕 타임즈> 신문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도시 선정 경쟁 이상으로 그 열기가 뜨겁다고 한다.

미국의 대도시들이 열렬히 구애하고 있는 대기업은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 회사인 아마존(Amazon)이다. 1994년에 설립된 아마존은 2017년 매출액이 무려 1,778억 6천만 달러에 달하며, 미국 내 고용인원만 50 만명에 달한다. 아마존 본사 직원 4만 5,000명은 미국 북서부 시애틀의 중심가 30개 건물에 분산되어 일하고 있다. 기업규모가 성장하면서 아마존 경영진은 미국 중부나 동부나 남부 지역에 제2 본사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그 지역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디지털 시대의 인재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 되어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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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제2 본사 지역공모 발표 후 한 달 만에 무려 238개의 지역이 경쟁에 응모했다. 2019년 1월에는 그중 20개 지역이 1차 예선을 통과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기 위한 2차 심사를 받고 있다. 20개 지역은 뉴욕, 시카고, 워싱턴, 달라스, 보스톤, 아틀란타, 마이애미, 필라델피아 등 미국의 주요 도시들이 거의 망라되었다. 

미국의 대도시들이 아마존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당연히 지역경제에 미칠 긍정적 효과 때문이다. 미국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아마존 제2 본사는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고임금 근로자를 약 5만 명 고용하고, 건물 신축 비용만도 5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아마존은 제2 본사 건설을 발표하면서, 선정 지역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표했다. 가장 중요한 조건은 첨단 기술 능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지역사회 환경이다. 즉 디지털 시대의 인재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친기업 정책을 표방해야 하고, 대중교통망이 잘 갖추어져 있고, 주택가격이 저렴해야 하며, 근로자들의 여가와 휴식에 필요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다문화 지역이어야 한다. 

아마존 제2 본사 유치 경쟁에 참여한 대부분의 도시는 아마존에게 법인세와 재산세 등을 면제하거나 대폭 감면하겠다고 약속했다. 덴버는 1억 달러, 필라델피아는 10억 달러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겠다고 했고, 워싱턴은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준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뉴저지주는 아마존이 3만 명을 신규고용하고 30억 달러의 자본투자를 하는 조건으로, 10년간 50억 달러의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시카고의 경우, 총 20억 달러에 달하는 세제 감면과 인프라건설 혜택을 부여하고, 근로자 교육훈련비용으로 2억 5천만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제시했다. 2019년 2월 아마존은 뉴욕시의 퀸즈 지역과 수도 워싱턴 근교의 버지니아주 알링턴 두 지역을 제2 본사 소재지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시에 제2 본사를 건설하려던 아마존의 계획은 지역 주민의 강한 반발로 포기해야 했다. 뉴욕시 아마존 유치를 위해 뉴욕 주지사와 뉴욕시장도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뉴욕 시민들의 반대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결국 뉴욕시는 2만 5,000개의 고임금 일자리와 향후 20년간 270억 달러의 세금수입을 포기해야만 했다. 

한국이나 미국 기업들 선호하는 지역, 양질의 노동력 공급될 수 있는 지역 

뉴욕 시민들이 아마존의 유치를 반대한 이유는 가뜩이나 높은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컸다. 지역의 교육이나 공공기반 시설에 투자해야 할 재원을 이미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는 기업에 17억 달러의 세금면제 혜택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향후 다른 기업을 유치할 때에도 상응하는 수준의 혜택을 주어야 할 것이라며 기업 유치를 위해 막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을 우려했다. 

뉴욕 시민들은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의 유치가 무조건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기업 유치로 인해 인구가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치솟고 교통이 혼잡해지는 부작용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아마존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이나, 구글과 애플이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다.

새만금신항만 산업단지 조감도(자료사진)
새만금신항만 산업단지 조감도(자료사진)

두 지역 모두 미국에서 주택가격이 가장 비싼 지역으로 변모했고, 기존 거주자들의 상당수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교외 지역으로 내몰리거나 심지어는 노숙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지역경제에 엄청난 기여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시애틀의 저렴한 주택을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이고, 시애틀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존재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경제활동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격차와 폐해가 심각한 대한민국에서 미국 대도시의 기업 유치 거부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이나 미국의 기업이 선호하는 지역은 양질의 노동력이 공급될 수 있는 지역이다. 인구감소로 피폐해진 한국의 지방 현실에선 충족시키기 어려운 조건이다.

결국 지방을 택하는 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보다는 정부의 혜택을 최대한 얻기 위해, 혹은 환경 규제 등을 피해 최소한으로 투자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기업들조차도 두 손 들어 환영해야 하는 것이 지방경제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글은 장호순 교수의 저서 <지방부활시대>에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발췌해 연재한 글입니다.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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