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신문·방송 톺아보기] 2021년 2월 3일(수)
억울한 죽음, 억울한 옥살이, 억울한 판결...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어떻게 할까?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사고에 이런 상황까지 겹치면 정상적인 사람들도 대처하기 어렵다. 그런데 사회적 약자, 특히 저소득·저학력·장애인이라면 어떨까?
억울해도 당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에서 누구에게 해결방법을 요청하며 하소연할까? 우리 주변에 이런 억울한 상황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2월 3일 입춘.
최근 연이어 벌어지는 억울하고 희한한 사건 사고들이 전북지역 언론들의 지면과 영상에 보도되고 있다. 하지만 활자와 사진의 크기, 해석이 다르다. 억울한 3제를 들여다본다.
“두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
2일 전주시청에서는 ‘1970년대 전주지역 과거사 진실규명 촉구 기자회견’이란 현수막을 걸고 ‘두 오빠의 억울한 죽음’에 관한 진상규명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날 한루비(52) 씨는 “1970년대 신민당 활동을 하던 두 오빠가 정치활동으로 억울하게 숨졌다”며 “보복이 두려워 이제야 진실규명에 나섰다”고 밝히면서 두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알렸다.
50년 전 평범한 청년이자 시민이였던 고 한종호·한보만 씨의 유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당시 10대 청년이었던 두 가족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한 씨 등은 “큰 오빠(종호)와 둘째 오빠(보만)는 당시 중학생때부터 3~4년째 신민당 활동을 해왔다”며 “두 형제가 신민당 관계자들을 지역에서 수행하고 잡일 등을 하면서 당내 의원들로부터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하라'며 여행, 식사자리 등을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큰 오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1년 신민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섰을 때 벽보를 붙이는 등 적극적으로 선거 홍보를 도왔다”는 유족들은 “1971년 큰 오빠 종호씨는 당시 전주 금암고의 전신인 숭실고등공민학교를 졸업한 직후였고, 둘째 오빠 보만씨는 전주 영생중학교를 다니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큰 오빠 한종호 씨가 1971년 4월 27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박정희 민주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지 이틀 후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들은 “당시 4월 29일 밤 9시가 넘어서 마을 어르신이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오더니 ‘큰 오빠가 3∼4명의 괴한한테 맞고 있으니 얼른 가보라’고 했다”며 “큰 오빠보다 3살 위였던 큰 누나 등이 현장에 도착해 소리를 지르자 괴한들이 도망갔다”고 주장했다.
괴한들로부터 벽돌로 머리를 맞는 등 무차별 폭행을 당한 큰오빠는 입원 치료와 요양에도 한 달도 안 돼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이어 1974년 겨울에는 한종호 씨의 동생 한보만 씨가 임실군 옥정호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한보만 씨는 당시 전주 영생고등학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18살 청년이었다. 역시 신민당 정치 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한보만 씨의 죽음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김대중 후보를 지지한 두 청년은 왜 죽었을까?'
지역언론들 중 전북CBS가 유족들 중 한루비 씨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인터뷰 기사를 내보내 시선을 끌었다.
기사는 “1971년 박정희와 맞붙은 김대중 후보를 지지한 한종호(당시 18세)가 목숨을 잃은 지 50년이 됐다”며 “유가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진실은 어느 하나 밝혀지지 않았으며 사건 자료나 병원 진단은 물론, 정당과 학적 기록도 없고, 당시 범행 현장에 있었던 가족의 기억과 부모의 전언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동생 한 씨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민주공화당으로 추정되는 괴한이 신민당에서 선거 홍보 활동을 하던 오빠를 무참하게 때렸어요. 직접 경찰에 신고했지만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기사는 또 “유가족은 괴한의 정확한 신원은 알 수 없으나 민주공화당 소속의 조직폭력배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한종호 씨는 1971년 4월 29일 저녁 9시쯤 전주 서학동의 공수내다리 아래에서 괴한 3명으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했고, 사건이 발생하기 이틀 전인 1971년 4월 27일은 제7대 대선이었다는 점에서 추정이 가능하다.
내려친 벽돌로 심하게 다친 한종호 씨는 병원에 입원했지만 뇌에 염증이 심각해 수술은 늦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고 퇴원 뒤 22일 만에 사망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3년 후인 1974년 변사체로 발견된 동생 한보만 씨의 죽음에 대해서도 유족들은 진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전국에서 이와 유사한 20여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종호·한보만의 학교 동문, 신민당 당원 가운데 사건의 진실을 알고 계신다면 연락을 주기를 간곡히 간청드립니다. 아울러 70년도 초반에 정치적인 이유로 고인과 같이 유사한 피해와 고통을 입은 분들이 있다면 역시 연락을 주셨으면 합니다."
전북CBS는 “대전 국가기록원에서도 수사 기록을 찾지 못한 유가족은 한종호·한보만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들을 애타게 찾고 있다”며 대신 전했다.
‘익산 약촌 오거리 사건’ 수사 경찰·검사 “배상 불복 항소”

2000년 8월 익산시에서 발생한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은 엉뚱한 사람을 강압 수사하여 허위자백을 받아내 무고하게 옥고를 치르게 한 사건이다. 당시 16세였던 최모 씨는 익산 영등동 약촌 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수사기관은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용의자를 붙잡고도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김씨는 당시 이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했으나 나중에 진범으로 드러나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만기 출소한 최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끝에 2016년 11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씨와 가족은 이후 국가와 이씨·김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20년이 지난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이성호 부장판사)는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원, 최씨 어머니와 동생에게 3억원 등 총 16억원을 지급하고 이씨와 김씨가 전체 배상금 중 20%를 부담하도록 했다.
그런데 ‘약촌 오거리 살인' 사건 당시 진범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했던 전직 검사가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최모(37)씨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전직 검사 김모 씨의 소송을 대리하는 정부법무공단은 1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김씨와 함께 소송에서 패소한 전직 경찰관 이모 씨도 판결에 불복해 지난달 29일 항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상급심 법원인 서울고법의 판단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항소 이전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 필요하다는 따가운 지적이 일고 있다.
'지적장애 여성 추행’ 혐의 인권단체 대표 아들 무죄?
장애인 여성을 추행한 혐의를 받아온 전주의 모 장애인 인권단체 전 대표의 아들이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은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김유랑 부장판사)는 2일 장애인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장애인 3명을 학대, 폭행한 혐의는 인정해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2017년 6월께 모친이 원장으로 있는 장애인보호시설에서 보조강사로 일하면서 사회 연령 5세 수준의 지적장애 1급인 피해자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자신의 손길을 거부한 피해자의 얼굴을 손으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피고인을 비롯한 시설의 관계자들도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만졌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재판부는 "장애인 성폭력 사건 전문가·검찰 진술분석관 등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법정에서 제시된 객관적 증거와 피해자 진술에 모순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성추행이 피해자의 진술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며 증거도 없다. 피해자의 지적 상태를 고려하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2016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시설 장애인 3명을 여러 차례 때리고 욕설하는 등 학대한 혐의(장애인복지법 위반)는 피해자의 몸에 난 상처 등을 근거로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 장애인들의 억울함은 누가 대변해주고 증언해줄지 막막하기만 하다.
다음은 2월 3일(수) 전북지역 주요 신문·방송의 1면 및 헤드라인 기사 제목.
전북일보
2월 임시 국회 전북발전 ‘기로’
추진 동력 잃은 ‘남원 공공의대 설립’
오늘 입춘
전북 농축수산식품 작년 수출실적 ‘최고
전북도민일보
전북, 지역상생형 일자리 지정 총력
"자치경찰 인사권 강화·국비 지원 필요"
"4차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준비"
가나안요양원 과태료 150만원 부과
전라일보
"가족 못 보니 허탈"-"거리두기가 효도"
코로나 악조건 이겨낸 전북농축수산식품
생태문명 선도 기후변화 대응 4차 산업 앞장
새전북신문
한국판 뉴딜 '서남권 해상풍력' 닻 올렸다
“못받은 공사대금 때문에 죽고싶다"
전북산 먹거리도 '한류 열풍'
전북중앙신문
설명절 민생경제 살리기 4천억 뿌린다
순창-김제-완주 향토산업 육성
코로나19 확진자-자가격리자 '화상 심리 지원'
전민일보
설 명절 앞두고 밥상물가 ‘껑충’
“코로나19 발생 1년째 매출 0원”
“국제행사 효과 지속하려면 국제기구 유치해야”
KBS전주총국
‘익산 약촌오거리 사건’ 수사 경찰·검사 “배상 불복 항소”
‘지적장애 여성 추행’ 혐의 인권단체 대표 아들 무죄
전주MBC
아파트 관리업체 '공사'가 먼저다?
타 지역 관련 확진 잇따라..의심증상 검사
JTV
공보의 사망 애도..."복무환경 개선해야"
수입 없는데 인건비.임대료 부담까지
전북CBS
김대중 후보를 지지한 두 청년은 왜 죽었을까?
전북 전주서 '코로나19' 5명 추가 확진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