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오재호 부경대 명예교수(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
<사람과 언론>이 지난 2019년 6월 1일 창간 1주년을 맞아 제5호(여름호)에서 ‘기후변화·미세먼지 대응, 어떻게?’란 특집을 마련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 두 번째로 기후변화 연구에 평생을 바쳐 온 오재호 부경대 명예교수(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으로부터 기후변화 전망과 대응방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사람과 언론> 제5호(2019년 여름)에 게재 된 오재호 교수와의 특별 인터뷰 내용 전문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점과 대응전략 등을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누구보다 이 문제에 많은 연구를 해오며 평생을 받치다시피 한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 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오 교수는 기후문제와 미세문제 전문가답게 질문에 명료하고 성실한 답을 해주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 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주된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는지?
먼저 지구 온난화와 미세먼지 문제는 장기적으로 진행 중인 지구환경 문제가 이제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해마다 벚꽃을 비롯한 봄꽃의 개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또 우리 주변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텔레비전에서는 채널마다 다투어 히말라야를 비롯한 산악빙하,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고 있음을 중계방송하다시피 보여주고 있다.
방송과 통신 수단의 발달과 더불어 그만큼 우리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몰랐던 일들이 마치 우리 눈앞에 있는 현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문제는 적어도 전문가들 간의 논의에서 일반인들도 인지할 정도로 우리에게 접근했다고 본다.
그러나 미세먼지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많은 대기환경 학자들은 우리나라 미세먼지 문제는 일반인들이 느끼는 것과는 반대로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적어도 대기측정 기록에서 보면 점차 미세먼지 문제는 점차 좋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화여대 김용표 교수팀의 발표에 의하면 평균 미세먼지 농도뿐만 아니라 고농도 사례도 줄어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지역 편차는 있지만, 고농도 사례 발생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평균 농도, 고농도 발생 빈도(시간), 고농도 지속 횟수 모두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불안해하는 것은 미세먼지 문제를 자연과학적인 측정 결과와 인과관계를 함께 사회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부족한 결과로 본다.

그림에서 막대가 농도이고(오른쪽 세로축), 선들은 지속시간별 사례 발생 횟수이다(왼쪽 세로축, 단위는 상대단위이다). 가로축은 0이 2000년이고, 10은 2010년이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전략을 따로 분리해서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 모두 산업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어 나타난 환경문제임에는 같다. 하지만 그 대응책은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후변화 문제는 그 원인이 되는 온실가스 저감정책과 더불어 온난화에 적응하는 기후변화 적응도 주요한 대책이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그 배출을 억제하는 방법만이 실질적인 유일한 대책이라고 본다. 아래 <그림 2>는 지난 2017년 환경부의 제4차 기후변화 종합대책, 미세먼지관리 종합대책에서 제시된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책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 모두 산업과정에서 나타난 환경문제이기에 적어도 기후변화 대책에서 온실가스 줄이기는 곧 미세먼지 줄이기가 된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나 오존 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부족해지는 물, 에너지,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기후전쟁까지도 예상”
▲ 기후변화가 가져올 가장 큰 위험요인과 예상되는 피해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지구 역사상 기후가 변하지 않은 적은 없다. 기후는 늘 변하여 왔다. 오늘날 우리가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것은 지구역사에서 나타난 수천 년 또는 수만 년에 걸쳐 나타난 그런 기후변화가 아니라 금세기에 나타날 수 있는 급속한 변화이다.
<그림 3>에서 제시된 것과 같이, 기후는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즉, 근본 문제는 기후변화가 아니라 변화의 속도이다. 이처럼 지구환경이 급속하게 변하면 대부분 생태계는 적응할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어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류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러한 급속한 기후변화는 우리에게는 물, 에너지, 식량에 대한 공급 능력이 급속하게 떨어져 수많은 기후난민의 발생과 더불어 이 부족해지는 물, 에너지, 식량자원 확보를 위한 기후전쟁까지도 예상된다.

“석탄·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연소를 억제하는 것이 실질적 방안”
▲ 미세먼지를 줄일 방안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데,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세먼지에는 크게 자연적인 황사 문제와 대기오염물질의 하나인 미세먼지를 구별해야 그 대책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에는 봄철마다 발생하는 중국과 몽골 사막 지역에서 불어오는 흙먼지, 화산분화 때 대기로 방출되는 화산재, 산불에서 발생하는 연소 입자, 바다에서 발생하는 바닷소금 입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자연적으로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것은 아직 막을 방도가 없다. 이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미세먼지도 건강이나 산업활동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산성토양이나 산성화되는 호수 등을 중화시키고 식물과 바다에 유기염류를 제공하는 비료 효과도 하는 환경에 좋은 역할도 한다.
하지만 화석연료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주로 대기오염물질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도 바로 대기오염물질인 미세먼지이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석탄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의 연소를 억제하는 것밖에 다른 실질적인 방안은 없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구조에서 신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바꾸어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중국발 미세먼지 탓', 오염물질 방출부터 줄여야”
▲우리나라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라고 보는지?, 그렇다면 어느 정도로 보는가?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중국의 동쪽에 있다. 그 상공에는 편서풍이 계절마다 차이는 있지만,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불고 있다. 황사는 당연히 그 발생원이 중국 북쪽과 몽골 사막이기에 중국에서 온다. 그렇다고 이를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한다.
문제는 다이렌, 칭다오를 중국의 동쪽에 세계의 공장지대가 있으며, 그 에너지원으로 대부분 석탄을 큰 비중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대기오염물질은 방출하고 있다.
이것이 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문제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정량적 조사연구가 필요하다.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향후 우리의 의식주에 어떤 변화를 예상해볼 수 있는지.
우리나라의 현실은 지리적으로 거의 섬나라이다. 다시 말해, 독자적으로 물, 에너지, 식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본다.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 가운데 쌀을 제외한 대부분 농·축·수산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 현재의 농·축·수산물의 수입에 차질이 있을 수 있고, 이는 우리 생존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국가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필요한 최소한 물, 에너지,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 물 안보, 에너지 안보, 식량안보가 마련되어야 한다.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너무 조급한 대책은 실패할 수도 있다. 미세먼지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이다.
그 위험도도 PM 10 크기의 미세먼지와 PM 2.5 크기의 초미세먼지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많은 경우 이런 차이에 대한 배려 없이 언론이나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과잉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 당국이 마치 황사 방지용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마치 근본대책 인양 제시하고 있는데 그 실질적인 효율성을 따져 보아야 한다.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면 신경퇴행성 질환, 당뇨, 조산,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평균 수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지?
건강을 위협하는 대기오염물질에는 미세먼지, 지상 오존,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을 꼽을 수 있다. 대기오염물질은 뇌졸중, 심장질환, 폐암, 천식을 포함하는 호흡기질병 부담을 가중한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코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흡입 시 허파꽈리까지 직접 침투해 천식이나 폐 질환 유병률, 조기 사망률 등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면 신경퇴행성 질환, 당뇨, 임산부의 경우 조산과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혀진 바 있다.
“지구 온난화, 국가적 차원 대응책 마련하고 당장 실천해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적 대응전략은 어떤 수준이며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변화나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국가가 우리를 보호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국가의 대응전략이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치중한 나머지 진작 국민에게 필요한 지구 온난화 시대에 살아갈 방안을 마련하는 적응정책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됐다.
국가적 차원의 대책마련과 실천노력이 당장 필요하다. 국민이 불안한 것은 온실가스 배출보다는 물, 에너지, 식량 공급에 대한 우려이다. 미세먼지도 마스크만 쓰라고 하지 말고, 국민을 미세먼지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산업체 굴뚝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 측정 그 자체에 불신을 낮추려면 주민 스스로 미세먼지 감시에 참여하는 리빙랩 개념의 환경지킴이 사업이 필요할 것이다.
“폭염, 홍수, 미세먼지 감시망 구축하고 정보 교환하는 리빙랩 사업 필요”
▲국민들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결국, 기후변화나 미세먼지는 산업화 과정에 필연적으로 나타난 환경문제이다. 오늘날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의 80% 정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을 고려할 때,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생활에서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 운동을 계속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비중을 점차 높이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고 산에 나무를 제거해서 가중되는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려고 다시 나무를 제거해서 그 자리에 태양광판을 설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 관한 앞으로의 연구계획이 있다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에서 스스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 스스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폭염, 홍수, 미세먼지 감시망을 구축하고 정보를 교환하고, 그 대책을 스스로 마련하는 리빙랩 사업이다.
이미 5G 통신이 상용화 되어 초연결, 초지능, 초실감의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 맞는 생활환경 지킴이 사업 등이 우리 환경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림 4> 참조).

오재호 교수는?
(현)기후변화행동연구소 고문(전 이사장), (현)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명예교수, (전)기상청 기상연구소 예보연구실장, (전)연세대학교 천문대기과학과 객원교수, (전)공군 기상전대 예보장교. (저서) 기후학 I: 기후와 대기대순환(대우학술총서, 아르케, 서울), 기후학 II: 변화하는 기후(대우학술총서, 아르케, 서울), 하늘과 한국인의 삶(나남출판, 서울, 공저) 등
/<사람과 언론> 제5호(2019 여름)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