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수의 '세평'
정치 놀음과 노름에 계속 화답, 국가 자연환경 재앙을 조장하고 방치하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되겠다. 당장 사퇴해야 한다.
환경부가 4대강 사업 논란 실증분석에 착수 하겠단다. 4대강 사업의 허구는 진작에 이미 드러났다. 2014년 2018년 홍수 관련 조사때 ‘홍수 예방 효과 없다’라고 두차례 모두 4대강에 설치한 16개의 보가 홍수 예방 효과는커녕 오히려 수위를 상승시켜 물의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판정이 났다. 그럼에도 환경부가 재조사를 하겠다는 이유는 과거 조사 결과와 달리 홍수가 실제 발생했을 때 ‘실증 분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거 조사가 홍수 상황을 가정한 모형시뮬레이션이나 실험을 분석한 결과였다면, 이달 초 강의 유속과 유량, 보의 운영 결과 등 홍수 피해 당시의 관측자료를 분석해 16개 보가 홍수 방지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다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안 했다면 홍수 피해가 커졌을 것”이라는 미통당의 억지 주장에 또 지리한 4대강 사업 논란을 환경부는 다시 자초하면서 시간을 끌겠다는 것 아닌가? 이명박 정권 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던 한나라당의 후신인 미통당의 김종인, 주호영 정진석, 한나라당 출신 홍준표 등이 재난을 정략으로 이용하겠다는 수작에 또 환경부는 답하는 것이다.
이번 피해는 4대강 본류가 아닌 대부분 지류에서 발생했다. 경남 창녕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제방 붕괴 현장이 말하지 않는가? 섬진강 일대 제방 붕괴도 그렇다.
애초에 이명박이 4대강 사업을 할 때 강의 본류가 아닌 지류를 정비해야 한다는 설득력있는 주장은 무시됐다.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이명박 망상이 반대에 부딪히자 갑자기 사업은 홍수 예방이라고 둘러됐다.
이명박 정권 때 4대강을 살리고 수십 만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전부 거짓말이었다. 물고기의 떼죽음과 녹조와 큰빗이끼벌레만 사는 죽은 강을 만든게 4대강 사업 정체로 이미 드러났다. 23조를 대대적인 지방 하천 정비 사업으로 전환했다면 오늘과 같은 대홍수 피해도 막을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4대강 복원은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루어져 3년 이상 표류하고 있다.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가 환경부에 사퇴 의사를 표명한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는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4개월여 4대강 재자연화 조사평가단 민간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내가 만났던 사람, 내가 맞닥뜨렸던 일, 내가 느꼈던 바, 남겨둬야겠다.
4대강 재자연화 정책 관련 당시 책임 있는 자리에 있던 세 사람에 집중하고자 한다.”면서 그는 4대강 복원을 방해한 인물로 조명래 환경부 장관, 김혜애 전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그리고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정책실장을 꼽았다. 김수현과 김혜애는 자리에서 떠났다.
조명래는 아직 장관으로 자리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이었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홍 교수는 조명래와김혜애, 김수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4대강 재자연화 정책, 누가 막았나? 정책은 사람이다. 정책 하나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와, 난관을 뚫고 일을 현실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현 정부 3년이 훌쩍 넘도록 4대강 보 해체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시간이 소진될 거라는 두려움과 분노가 엄습한다. 그래서 사람을 기록하고자 한다.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4개월 여 4대강 재자연화 조사평가단 민간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내가 만났던 사람 -
1. 조명래 환경부 장관
조명래 장관과는 인연이 꽤 깊다. 정책 전문성을 지향하는 시민단체에서 함께 활동했다. 그의 수려한 언변에도 불구하고 내가 늘 가졌던 의문이 있다. “아무리 교수라고 해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데 왜 ‘현장’은 없고 ‘담론’만 있을까?” “왜 ‘원론’만 있고 ‘대안’이 없을까?” 매년 초 단체의 한 해 운동 방향과 전략을 결정하는 회의에서 그는 늘 단골 발표자였다. 사회과학 문헌에 등장하는 전문 용어를 현란하게 구사했지만, 나는 종종 의문을 가졌다. 그래서 뭘 하자는 거야?
2019년 2월 금강과 영산강 보 해체 방안을 연구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발표는 내가 담당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에 걸쳐 일부 언론 등의 비판과 비난으로 인해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많이 고생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보 해체 반대 시위가 있었다. 나로서는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방어를 하려면 공격보다 10배는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최소한 연구의 투명성과 객관성, 전문성에 대해 나는 자신 있었다.
발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평가단에 참여한 몇 사람이 조명래 장관과 함께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미 4대강 보 해체 정책에 대한 정부의 실행 의지에 의구심이 생길 즈음이었다. 조 장관은 말했다. “연구하느라 수고했다. 보 해체를 넘어 하천 유역의 재자연화 마스터플랜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나의 의심은 확신으로 변했다. 보 해체가 재자연화의 첫 단추인데, 기껏 경제성 평가결과를 마련했더니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그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환경/생태/기후 정책의 수장을 자임하면서도 시민단체 시절과 같이 여전히 구름 위를 걷고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경제정책에 모든 힘과 수단이 실린 정부 지형에서 환경부 장관은 행정부 내 야당 역할을 자임해야 한다. 임기 첫 날부터 사표를 품고 다니며 쓴 소리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 각오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의 활동 토양이었던 시민사회의 간절한 염원인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조명래 장관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나를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4대강 해체 노력이 물거품처럼 스러질 위기에 처해 있는데 자리보전은 치욕이요, 무능은 죄악이다. 그가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각종 혜택과 명예에 매몰돼 사안의 중차대함을 잊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 김혜애 전 청와대 기후환경비서관
김혜애 비서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환경단체 책임자 출신이다. 그 단체는 생태근본주의에 가까운 운동이념을 지니고 있다고 알고 있다. 개발과 성장을 앞세우는 한국 사회에서 소중한 역할을 하는 단체다. 나는 평소 김 비서관을 알지 못했지만, 그런 경력을 가진 사람이 청와대에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총괄한다는 소식에 기대가 컸다.
2018년 가을 언제였나. 김 비서관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긴히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만나 보니 4대강 재자연화 조사평가단 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회피할 생각은 없었다. 지난 10년 간 내가 한 말과 행동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에게 한 가지 조건을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와 4대강 재자연화가 논리구조상 등치가 아니다. 심도 있는 분석과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4대강 사업을 경제성 결여 문제로 접근했듯이, 보 해체 정책 역시 경제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국민들께서 수긍할 거다. 수질 악화와 생태계 훼손 문제만을 갖고 일반 국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그것이 현실이다. 조사평가단 내에 경제성 검토를 수행할 연구팀을 만들게 해 달라.”
나의 이 언급이 있기 전까지 환경부도, 청와대도 조사평가단이 보 해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경제성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내 제안을 김 비서관은 수용했고, 그에 따라 조사평가단 내에 사회경제 분석 팀이 꾸려졌다.
김 비서관으로부터 2019년 초 평가단 조사결과를 확정, 권고하면, 이를 받아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여름 중 결정하고, 2019년 연말까지 집행한다는 로드맵을 전해 들었다. 빠듯한 일정이었다. 생태, 치수, 수질, 공학, 경제, 사회, 현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로 구성된 40여 명의 위원들은 밤낮으로 일했다. 환경부 공무원들과도 호흡을 맞췄다. 전문가 – 시민사회 – 공무원 간 의견 조율이 늘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가야 할 길이 분명했기에 지난한 난상토론 끝에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김혜애 비서관이 분석 내용에 개입하거나 결론을 유도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평가단에서 수용할 리 만무했다. 기자회견 형식의 조사결과 발표 당일에도 그로부터 격려의 말이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애초의 로드맵이 실종돼 버렸다. 환경부는 비판 기사에 대한 언론대응에도 힘들어 했다. 청와대로부터는 반응이 없었다.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총선을 1년 앞두고 당청이 나서 4대강 관련 정책 추진을 자제하려 한다는 출처 미상의 소식만 들릴 따름이었다. 조사평가단 발표 이전과 이후 김혜애 비서관의 태도는 많이 달랐다. 그의 차분한 말씨와 마음씨 좋아 보이는 웃음이 더 이상 나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나는 미련 없이 위원장 자리를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환경부에 통보했다.
그 이후 김 비서관과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애초의 로드맵은 어떻게 된 거냐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냐고 묻고 싶었으나,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로서 지난 10년 간 4대강에 벌어진 일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면서 김 비서관이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에게서 우리 하천과 국토를 향한 간절함과 정책실현 의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랐다. 그것이 가장 아쉽다.
3,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정책실장
자신의 생각을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정책전문가들에게 김수현 실장은 매우 부러운 존재일 것이다. 그는 두 정권에 걸쳐 청와대와 행정부, 광역단체의 주요 포스트를 섭렵했다. 남들은 한 번도 갖기 힘든 기회와 자리가 그에게는 넘치도록 주어졌다. 그만큼 책임이 크다는 말이다. 그가 기획했고 추진했던(혹은 하지 않았던) 정책의 공과는 시간이 흐를수록 드러날 것이다. (2018년 재정개혁특위 활동 시절 부동산 및 에너지 세제 개혁을 제안했을 때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보인 행태에 대해 나도 경험한 바가 없지 않으나, 이 글과 직접 관련이 없기에 밝히지 않는다.)
김수현 실장이 청와대 내에서 4대강 재자연화 조사평가단 구성과 진행 과정에 얼마나 간여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실제 업무는 김혜애 비서관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수석과 정책실장직이 갖는 정책 범위와 무게감으로 볼 때 그의 소관 영역과 무관하지 않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조사평가단 연구결과 발표 후 나를 만난 자리에서 “세종보는 해체할 수(해체를 검토할 수) 있다”(정확한 말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 말을 들은 시기가 대략 2019년 봄, 그로부터 1년 반이 지나도록 조사평가단의 권고는 보고서로만 남아 있다. 정책은 결과로 말해야 하는 법이다.
보 수문을 개방한 금강은 살아나고 있다. 토종 생물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아름다운 모래톱이 복원되고 있다. 조사평가단 연구를 통해 확인했듯이 보가 갖는 긍정적 역할을 찾기 힘들다. 반면 지금처럼 보를 유지하려면 관리비만 해도 매년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이 소요된다. 김수현 정책실장이 조사평가단의 보고서를 정독해 보았는지 궁금하다. 과거 도시빈민 운동에 헌신한 시민사회 출신이고, 정부 내 환경부 차관을 역임한 공직자로서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치권 설득에 얼마나 헌신했는지 꼭 묻고 싶다.”
이제 더 이상 미루어져서는 안 된다.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이치는 도저히 정쟁의 대상거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은 결심해야 한다. 4대강 보 철수시키고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대대적인 지천 정비에 나서야 한다. 이것이 ‘그린 뉴딜’이다.
사진 - 이번 홍수 피해는 4대강 본류가 아닌 대부분 지류에서 발생했다. 경남 창녕 합천창녕보 상류 낙동강 제방 붕괴 현장이 말하지 않는가? 섬진강 일대 제방 붕괴도 그렇다.
/김상수(작가ㆍ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