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김관영 전북도지사 출범 이후 전북도가 미래형 초고속 이동수단이라고 자랑하며 새만금에 반드시 유치하겠다고 장담하던 하이퍼튜브 시험종합센터 및 기술개발사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넘지 못하고 좌절 위기에 놓였다.
민선 8기 출범 후 '기업유치'를 공언하던 김 지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지난해 2월 전북을 첫 방문한 자리에서 약속하기도 했던 사업이 연거푸 정부의 예타 문턱을 넘지 못해 충분한 타당성과 안전성 검토 등이 이뤄지지 않은 채 섣부른 의욕만 앞서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타당성 부족” 또 탈락...지난해에도 비슷한 사유 탈락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2023년 제12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를 열고 새만금 하이퍼튜브 기술개발사업을 예타에서 탈락시켰다. 그러나 탈락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평가 외에 “처음부터 신규 사업이랑 똑같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사안의 시급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을 뿐 구체적인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새만금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각과 연구개발 예산 삭감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31일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열린 제8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에서 새만금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사업이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되지 못하고 탈락한 바 있다.
당시 탈락의 원인 중에는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가 부족했다는 점 외에 사업 타당성 부족 및 준비성 결여, 안전대책 미흡 등이 제기됐다. 예타 심의 제도는 정부나 지자체가 국가 재정 지원 300억원,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인 대규모 사업에 한해 미리 사업 타당성을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김관영 전북도정에 대한 불확실성·실망감 교차

그럼에도 새만금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및 기술개발사업이 정부 예타 대상에서 연거푸 탈락해 민선 8기 김관영 전북도정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망감이 교차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당초 예타 통과시 오는 2025년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예타 통과 실패로 아쉬움이 크다”며 “하지만 재도전을 위해 주무 부처 등과 적극 협의하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연거푸 관련 사업이 예타에서 탈락한 하이퍼튜브는 종합시험센터 건설 이후 핵심 기술연구 4년, 시험선 구축 3년, 실증기간 2년 등 연구기간 9년 외에는 상용화 일정 및 계획 등이 다소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실용 연구 외에도 상용화 등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데다 당초 우려됐던 안전성 문제가 높게 제기됐다.
하이퍼튜브가 공기 저항이 없는 아진공(0.001기압) 튜브 안에서 최고 시속 1,200㎞ 이상의 주행이 가능한 만큼 사고 발생 시 안전성이 크게 문제될 수 있는데도 이에 대한 구체적 해소 방안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 탈락의 큰 이유로 지적됐다. 앞서 <전북의소리>는 지난해 8월 5일 '미래형 초고속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하이퍼튜브 시험종합센터가 새만금에 들어서는 것을 반길만 하지만, 안전성 문제에 대해 신중한 대책 마련이 제기된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해당 기사]
‘하이퍼튜브 시험센터 새만금 유치’ 칭찬·과열 홍보 경쟁...안전문제는 왜 언급 안 하나?
그럼에도 지난해 탈락 이후 전북도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대로 미비점을 보완하고 수정해 2022년 4분기 연구개발 예타 대상 사업에 다시 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도 예타 검증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앞서 지난 1월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는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튜브 기술개발사업'을 예타 대상으로 선정했다.
새만금 하이퍼튜브 기술개발은 1단계로 오는 2025년부터 2030년까지 3,377억원을 들여 새만금 농생명용지에 하이퍼튜브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개발과 시작품 구축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1단계가 마무리되면 2단계로 2031년부터 7년간 7,890억원을 투입해 12㎞ 시험선로 구축을 통한 사용화 연구에 나설 계획이었다.
김관영 지사는 지난해 8월 이 사업과 관련해 "향후 20년 동안 약 9조 8,000억 정도의 경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2월 10일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첫 블록 출항식에 참석해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성능 시험장) 구축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다시 원점으로...험난한 가시밭길 예고
그러나 결과는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계획을 수정한 뒤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로써 9,000억원 규모의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를 새만금에 유치하겠다고 장담했던 것 외에 기술개발사업까지 예타 대상에서 제외돼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가뜩이나 새만금잼버리 파행 이후 내년도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무더기 삭감에 이어 새만금을 무대로 한 대형 프로젝트 무산이란 점에서 지역 정치권과 각계 단체의 거센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한편 이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위원회를 열고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활용한 K-클라우드 기술개발 사업 등 6개 사업을 2023년 제3차 연구개발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한 대신 새만금 하이퍼튜브 사업은 제외시켰다.
/박주현 기자
관련기사
- 지역 언론들의 윤석열 대통령 전북 방문 평가는?
- ‘새만금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정부 예타 ‘탈락’...“김관영 지사 취임 한 달 만에 장외 홈런 쳤다”더니 ‘차질’ 불가피
- 새만금 연결도로 예타 통과 ‘고무’...문제는 1조원 예산 확보 ‘관건’
- ‘하이퍼튜브 시험센터 새만금 유치’ 칭찬·과열 홍보 경쟁...안전문제는 왜 언급 안 하나?
- 점점 커지는 '새만금잼버리 실패' 부메랑 효과..."안일한 행정·무능한 정치력 자초"
- 새만금잼버리 백서·간식·상징물 등 기초업체 선정부터 ‘문제 투성이’...예견된 실패, 부실·안일 행정 다시 ‘도마 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