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8월 5일

미래형 초고속 이동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하이퍼튜브 시험종합센터가 새만금에 들어선다는 뉴스가 주말 지역언론들의 지면과 영상에 집중 조명됐다. '기업유치'를 공언하던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모처럼 가뭄에 단비 만나듯 즐거워하는 표정과 이를 알리는 지역언론들의 다소 과장된 모습들도 눈에 띈다.

4일 국토교통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미래형 차세대 초고속 이동 교통수단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부지 유치' 공모결과, 전라북도 새만금이 최종 선정됐다는 내용이 골자다.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충남·경남 등 3파전 경쟁 승리...지역언론들 ‘흥분’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부지 유치 공모에는 충남 예산과 경남 함안도 도전장을 내밀며 경합을 벌였지만 새만금이 초고속 이동 수단인 하이퍼튜브 시험종합센터 유치에 성공함에 따라 자율주행 상용차 실증 단지 등 미래형 교통수단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을 확보하게 됐다. 

이를 보도하는 전북지역 언론들은 일제히 반겼다. 영상과 지면에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부분 일간지들은 1면 머리기사로, 방송사들도 헤드라인 뉴스로 무게 있게 전했다. 

전북일보는 4일 “김관영 전북지사가 취임 한 달 만에 장외홈런을 쳤다”는 표현을 제목과 기사 리드에서 부각시켜 가장 눈길을 끌었다.

김관영 지사 취임 한 달 만에 장외홈런 쳤다?

전북일보 8월 5일 홈페이지(초기화면 캡처)
전북일보 8월 5일 홈페이지(초기화면 캡처)

신문은 ‘김관영 지사 '깜짝 발표' 통했다…하이퍼튜브 테스트 부지 새만금으로’란 기사 제목과 함께 “전북 새만금이 미래형 차세대 초고속 이동교통수단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부지로 결정됐다”며 “전북을 바꾸기 위해 “사고치겠다”고 말한 김관영 전북지사가 취임 한 달 만에 장외홈런을 쳤다“고 강조했다.

기사는 또 ”특히 이날 발표 심사에서는 김관영 전북지사가 심사위원들 앞에 깜짝 등장해 공모 선정을 위한 적극적인 구애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고도 전했다. 

전북도민일보도 ‘새만금에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들어선다‘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초고속 미래형 교통수단인 하이퍼튜브의 핵심 기술 개발과 시험선로 구축 등을 총괄하게 될 종합시험센터가 새만금에 둥지를 틀게 됐다“고 반겼다.

기사는 또 ”국토교통부가 총 사업비 9천억원이 넘는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구축 사업 추진을 위해 공모를 추진, 4일 대면평가를 실시한 결과 새만금이 사업 부지로 최종 선정됐다“며 ”새만금이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사업 부지로 선정된 것은 농생명용지가 지닌 최적의 부지 조건과 당선인 시절 인수위 때부터 공모전략을 수립해 온 김관영 도지사가 직접 이날 발표자로 나서는 등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면서 김 지사를 칭찬했다.

”하이퍼튜브, 윤석열 대통령 전북지역 7대 대선 공약“

전민일보 8월 5일 1면 기사
전민일보 8월 5일 1면 기사

새전북신문도 ’새만금에 '총알탄 열차 시험장' 조성‘의 1면 기사에서 ”대선 공약대로 이른바 ‘총알탄 열차 시험장(하이퍼튜브 테스트베드)’이 새만금에 조성되게 됐다“며 ”하이퍼튜브는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지역 7대 대선 공약 46개 실천과제 중 하나로 포함돼 주목받아왔다“고 보도했다.

전민일보도 이날 ‘전북도, ‘하이퍼튜브’ 유치 성공‘의 1면 머리기사에서 ”최고 시속 1200km로 서울과 전주를 단 15분내에 주파할 수 있는 미래형 차세대 초고속 이동교통 수단인 ‘하이퍼튜브’가 새만금에서 개발된다“며 김관영 전북지사의 전날 발언을 인용해 “전북이 미래 성장의 중요한 모멘텀을 마련했으며, 9000억원 규모의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유치를 계기로 새만금의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면서 “새만금 등 전북 전체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안도 적극 모색 중”이라고 강조했다.

KBS전주총국은 3일 ‘시속 1,000㎞ 달리는 ‘하이퍼튜브’…새만금에 국내 첫 시험장‘의 기서에서 “초고속 이동수단 '하이퍼튜브'는 진공에 가까운 관을 통해 캡슐 차량이 최고 시속 1,200km터로 달릴 수 있다”며 “서울에서 부산을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는 속도이며,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이 핵심 기술 선점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하이퍼튜브 기술을 개발할 시험장이 새만금에 들어선다”고 반겼다.

“향후 20년 동안 약 9조 8,000억 정도의 경제 유발 효과 발생”

KBS전주총국 8월 4일 뉴스(화면 캡처)
KBS전주총국 8월 4일 뉴스(화면 캡처)

기사는 또 “충남, 경남과 3파전으로 치러진 정부 공모 결과, 전북이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라며 김관영 지사의 멘트를 첨가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 지사는 "향후 20년 동안 약 9조 8,000억 정도의 경제 유발 효과가 발생될 것이다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최초의 사업이라는 데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밝혔다.

전주MBC 8월 4일 뉴스(화면 캡처)
전주MBC 8월 4일 뉴스(화면 캡처)

이날 전주MBC도 ‘시속 1200km ’하이퍼튜브‘, 새만금에서 선보인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공항과 신항만, 철도가 구축되고 있는 새만금에 초고속 교통 기술까지 접목되면서 차세대 교통 중심지로 새만금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김 지사의 말을 인용해 "탄소 복합재, 연료전지, 배터리, 전기 추진체 등 전라북도의 신산업과 주력산업이 하이퍼튜브 산업과 함께 동반 성장할 기회도 마련됐다"고 전했다. 

“전북이 가는 길이 곧 대한민국 하이퍼튜브 산업의 미래가 될 것” 

JTV는 ‘새만금에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장 유치 성공’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시험장 구축에만 9,000억원이 들어가는데, 기업유치 등에 따른 경제적 기대 효과는 1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고 소개하면서 “차량이 튜브 안을 시속 1,20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km를 20분 만에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JTV 8월 4일 뉴스(화면 캡처)
JTV 8월 4일 뉴스(화면 캡처)

기사는 또 “하이퍼튜브 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선두적 역할을 전라북도가 담당하게 되었다. 전북이 가는 길이 곧 대한민국 하이퍼튜브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김 지사의 말도 빠트리지 않았다.

전북CBS·노컷뉴스는 ‘초고속 미래교통수단 '하이퍼튜브 시험종합센터' 새만금에 둥지’의 기사에서 “김관영 전라북도 지사는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구축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와 먹거리 창출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면서 “아울러 전라북도 핵심기술인 탄소복합재, 연료전지, 배터리, 전기추진, ICT와 하이퍼튜브 융합, 응용 플랫폼 구축해 전북도 산업의 체질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기사는 또한 “새만금 지역의 고군산케이블카, 해양레저스포츠체험, 해수욕장, 등 다양한 관광콘텐츠와 연계해 글로벌 관광산업의 메카로 조성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어 낼 계획”이라는 내용도 강조해 보도했다.

긍정·희망 메시지만 가득...지나친 '애드벌룬' 

이처럼 3일과 4일 전북지역 언론들의 가장 큰 의제로 등장한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의 새만금 유치'에 관한 국토교통부와 전북도의 발표 소식에는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만 가득했다. 

"국토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며 "9,000억원을 들여 20만m²의 새만금 농생명 용지에 12km의 시험 선로와 연구동, 차량기지 등을 짓기로 한 것"이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 일부 언론들은 “전라북도는 앞으로 20년 동안 경제적 효과가 10조원 가까이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전북이 가는 길이 곧 대한민국 하이퍼튜브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다소 과장된 표현들로 시선을 끌기도 했다. 

물론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유치로 탄소와 연료전지, 신재생에너지 같은 신성장 산업의 동반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언론들이 긍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애드벌룬을 띄우다 보니 일부에서 제기되는 문제점과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형 하이퍼루프 모델, 한국형 모델로 개발하기 위한 첫 시험 단계일 뿐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는 하이퍼튜브 조감도(사진=전북도 제공)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주목 받는 하이퍼튜브 조감도(사진=전북도 제공)

특히 하이퍼튜브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철도기술원연구원이 미국형인 하이퍼루프 모델을 한국형 모델인 하이퍼튜브로 개발하기 위한 첫 시험센터를 유치한 것 뿐이다.

미국 스타트업체가 2018년 10월 스페인에서 최초로 공개한 하이퍼루프는 밀폐된 터널을 진공 상태로 만든 뒤 승객이나 화물을 운송할 수 있도록 캡슐을 집어넣고 운행하는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현재 자기력으로 차량을 추진·부상시키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미래형 교통수단은 미국 등 주요국에서 기술선점을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해 한국형 모델인 하이퍼튜브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닌 상태에서 2023년부터 2032년까지 10년 간 약 1조 1,000억원 가량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아진공(0.001기압) 상태의 튜브 안에서 최고 시속 1200㎞까지 주행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주목 받을 만하다.

안전·응급대응, 문제점 대두...연약한 지반도 문제점 지적 

그러나 안전문제 등이 여전히 우려된다. 철도 및 건설 전문가들은 “하이퍼튜브가 비록 시험단계 일지라도 튜브 파손 시 파편 문제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창문이 없어 사고가 날 경우 ‘승객 전원 사망’과 같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 크다”며 “응급대비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밖에 전문기술연구원들은 새만금의 연악한 지반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하이퍼튜브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구동 및 관제센터, 7km 이상의 시험 선로가 들어서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이 담보 돼야 한다는 게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한국철도기술원연구원 측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연악한 지반에 파일 공사를 진행하는 등 전문기관들의 안전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낼 만한 대책을 전북도가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미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7km 이상의 직선 노선이 필수이기 때문에 새만금이 최적지였다는 점은 이미 떼어 놓은 당상이란 말도 나오지만 전북도와 전북지역 언론들의 흥분 일색의 홍보·보도에선 이러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다. 

사업부지 무상제공 조건?...새만금 투자 실패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단지 새전북신문이 이날 관련 기사 말미에서 “국토부는 전북공약이란 이름을 무색케 그 사업지를 전국 공모에 부쳐 논란을 일으켰다”며 “더욱이 사업부지 무상제공 조건까지 내걸었다”고 지적했다. 또 기사는 “결과적으로 전북도는 공약대로 사업은 따냈지만 축구장 31배(22만㎡)에 달하는 사업부지는 지방비로 사주게 생겼다”며 “그 매입가는 약 60억원대로 추산됐다”고 우려했다.

그동안 새만금에 대기업 유치를 위한 투자 협약서 체결을 하고도 무산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아직 초기 계획 단계에서부터 너무 많은 기대와 애드벌룬을 띄운다면 자칫 무산되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도민들에게 더 큰 충격과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 지나친 기대와 호들갑보다는 과거의 뼈아픈 투자 유치 실패 사례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때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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