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슈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 파행을 놓고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점점 가열되는 가운데 정쟁이 새만금사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일부 여권 정치인과 보수언론들은 잼버리를 '지역주의' 또는 '새만금 담론'으로 끌어들여 갈등과 혼란을 더욱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론에 관한 글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이날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도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지방자치나 호남의 책임이라는 게 당론이라면 당을 탈당하겠다”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 발언의 행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지역주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는가 하면 책임론이 모호해 다분히 정치적 뉘앙스를 짙게 풍긴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이준석 “새만금은 전북도에서 ‘보수의 치적’...악마화 해봐야 남는 것 없다"

우선 이 전 대표는 새만금잼버리 파행 책임이 전임 문재인 정부와 전라북도에 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과 관련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는데, 전라도 탓으로 원인을 돌려버리면 문제는 반복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새만금은 전라북도에서 ‘보수의 치적’으로 키워나가는 곳인데 이걸 악마화 해봐야 남는 것은 없다”면서 “‘전라도가 해 먹었다’라고 몇조원 이야기하는 거 전부 다 보수 대통령들이 시작한 사업들이거나 보수의 대선공약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전라북도는 14.4%라는 의미 있는 지지율을 기록한 곳이고, 박빙 선거에서 그 의미는 상당했다”면서 이번 잼버리 대회 예산과 관련해서도 "잼버리 총 사업비 1170억 중에 (여가부 비롯 3개 중앙부처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인) 조직위에서 쓴 예산은 870억원, 전라북도가 쓴 예산은 260억원"이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2023년 쓴 예산이 1,015억, 2021년도까지 쓴 사업비가 156.5억원"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조직위가 쓴 비용 783억원, 전라북도가 쓴 비용 190억원으로 자료대로면 조직위가 최고 책임이고 예산의 80%는 현 정부 시기 지출"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이 그가 올린 글 중에는 ‘전라도가 해 먹었다’, ‘악마화’ 등의 거친 '지역주의'적 표현들과 함께 “보수 대통령들이 시작한 사업들이거나 보수의 대선 공약”이라고 지적한 대목들이 시선을 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에서 제기하고 있는 책임론과 관련해 그는 전체 예산의 80%가 현 정부에서 지출되고 조직위원회 예산이 전북도 예산보다 훨씬 많은 점을 지적함으로써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페이스북 반응과 논쟁이 뜨겁자 이 전 대표는 다른 글에서 “내가 쓴 여러 개의 글에서는 어디에도 ‘잼버리는 윤석열 대통령 탓’이라는 말이 안 들어 있다. 그런데 전라도 때문이라는 단순화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 탓이라는 것과 동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어쩌면 모든 문제의 핵심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도 싫고 B도 싫다는 양비론은 극혐이지만, A가 아니면 꼭 B가 나쁜놈이어야한다는 이분법은 더 황당한 양태”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부에서 새만금잼버리 파행에 대한 전북도 책임론을 띄우는 가운데 일각에선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정현 “잼버리, 지방자치나 호남의 책임이라는 게 당론이라면 탈당하겠다”

이 전 대표에 이어 이정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KBS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번 새만금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집권 여당의 책임은 더 크다”며 “지방자치나 호남의 책임이라는 게 당론이라면 당을 탈당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이 잼버리 사태 관련 전 정권과 전북도가 문제였다는 식으로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진행자 지적에 “정말 화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이 부위원장은 “모두가 다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집권 여당 책임은 더 크다”며 “이거를(잼버리 사태를) 가져다가 지방자치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마치 호남에 또는 전남·전북의 도민들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할 수 있나. 정말 그게 당론이라면 오늘이라도 저는 그런 당에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정말 정신 나간 소리”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말 절대로, 전북도만의 책임도 아니고 또 누구만의 책임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 정부 책임론에 대해서는 극도로 자제하며 어물쩍 말을 아꼈다. 전남 곡성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2014년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았던 그는 2016년 새누리당 당대표와 윤석열 정부에서는 지난 7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위촉됐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