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새만금 떠난 세계잼버리 ‘우왕좌왕’...실태와 문제점(1)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잼버리대회’(새만금잼버리)가 6년의 긴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개막 8일 만에 ‘전격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새만금잼버리는 '조기 폐영'의 운명을 맞게 된 채 개영 1주일 만에 장소의 부적격 등을 이유로 주최 측은 전국 8개 시·도로 참가자들을 분산·이동시켰다. 

하지만 새만금을 떠난 뒤에도 컨트롤타워 무능과 혼선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취지와 무관한 긴급 관광·체험 형태의 짜깁기식 즉흥적 프로그램들인 데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고 안전수칙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불안한 잼버리 일정이 전 세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이에 '새만금잼버리 플랜B'에 대한 실태와 문제점을 두 차례에 걸쳐 긴급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156개국 3만 6,000여명의 대원들은 개영 7일 만인 지난 8일 버스 1,022대를 이용해 새만금을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했다.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한 156개국 3만 6,000여명의 대원들은 개영 7일 만인 지난 8일 버스 1,022대를 이용해 새만금을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했다.

새만금잼버리 개영 7일 만에 떠난 대원들...곳곳 분산 '혼선'

일부 외신들이 ‘역사상 가장 불운한 잼버리대회’로 평가할 정도로 기본과 원칙이 무너진 새만금잼버리대회는 결국 '대한민국 관광체험 잼버리대회'로 전환했지만 ‘우왕좌왕’ 혼란의 연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새만금잼버리조직위원회(조직위)에 따르면 참가한 156개국 3만 6,000여명의 대원들은 개영 7일 만인 지난 8일 버스 1,022대를 이용해 새만금을 떠나 전국 8개 시·도로 이동했다. 

지역별로는 서울 17개 숙소에 8개 국가 3,133명, 경기 64개 숙소에 88개국 1만 3,568명, 인천 8개 숙소에 27개 국가 3,257명, 대전 6개 숙소에 2개 국가 1,355명, 세종 3개 숙소에 2개 국가 716명, 충남 18개 숙소에 6,274명, 충북 7개 숙소에 3개 국가 2,710명 등이다. 개최지인 전북에는 5개 숙소에 10개국 5,541명이 잔류했다.

그러나 숙소와 일정을 급작스럽게 정하다 보니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애초에 입국도 하지 않은 나라의 대원들에게 숙소가 배정되는 일도 발생하는 등 이동하는 차량이 시내버스와 부딪혀 대원들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특히 조직위는 입국하지도 않은 국가 참가자들의 숙소를 배정해 논란을 빚는 등 컨트롤타워 부재와 무능을 전 세계에 알렸다. 9일 충남도와 홍성군 등에 따르면 새만금잼버리에 참가했다며 대원 5,200여명을 충남 18개 시설에 분산하는 과정에서 조직위는 홍성군 혜전대 기숙사에 예멘 대원 175명을 배정하겠다고 사전에 통보했다. 

"현수막 설치하고 출장음식까지 준비했는데 처음부터 참가하지 않았다니...황당"

전주MBC 8월 9일 뉴스 화면 캡처
전주MBC 8월 9일 뉴스 화면 캡처

이에 홍성군과 충남도 공무원, 혜전대 관계자들은 긴급하게 대원 맞이에 나섰다. 특히 대원 175명을 위해 기숙사 청소 상태를 점검하고 대원들 환영 현수막에 심지어 출장뷔페 음식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예멘 대원들이 애초 오지도 않았다는 사실을 밤늦게 통보받았다. 이날 저녁 9시가 넘어서야 참가하지 않은 국가와 미참가자란 사실을 통보 받은 것이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의 한 기업 연수원에도 시리아 대원 80여명이 배정됐지만 이들 역시 잼버리에 참가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양시 소대 NH인재원에 배정됐던 시리아 대원들은 애초에 입국하지 않았디만 새만금 야영장 철수가 모두 끝난 밤 10시까지도 대원들이 인재원에 도착하지 않자 조직위는 부랴부랴 사태 파악에 나서 빈축과 혼란을 자초했다.

남학생 사용 기숙사에 여자 스카우트대원들 숙소 배치...'철수' 소동 

서울에서는 숙소로 지정된 한양대에서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에 스위스에서 온 여자 잼버리 대원들이 배치됐다가 다시 호텔로 이동하는 소동이 벌이지기도 했다. 한양대 서울캠퍼스는 이날 서울시의 요청으로 120여명의 스위스 잼버리 학생들을 수용하기로 했으나 애초 한양대에서 내줄 수 있는 생활관은 2생활관으로 남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기숙사였다.

하지만 여자 스위스 대원들도 함께 들어오게 되면서 샤워실·화장실 사용 등의 문제로 철수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외에도 경기도 용인의 한 교회는 스카우트 대원 370여명의 숙소로 배정됐지만 강당의 맨바닥에 얇은 매트만 깔려 있는 데다 샤워실도 없어서 교회 측은 화장실에 호스를 연결해 몸을 씻도록 해 일부 대원들 사이에는 “거의 난민촌 수준”이란 하소연이 나왔다. 

이러한 분산 잼버리를 탈피해 이날 인천공항에서는 귀국길에 오른 홍콩 국적 스카우트 대원들이 맨바닥에 누워 있는 모습이 일부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의 출국 사실도 몰랐던 조직위 측은 전체 홍콩 대원 480여명의 숙소를 배정해 혼란을 부추겼다. 그런가 하면 전남 순천에서는 스위스 대원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시내버스와 부딪혀 대원 3명이 다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스위스 잼버리 대원 33명 태운 버스, 전남 순천에서 사고..10명 부상

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도로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했다가 조기 퇴영해 순천을 방문한 스위스 스카우트대원들이 타고 있던 관광버스가 시내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전남소방본부 제공)
9일 오후 전남 순천시 서면 운평리 도로에서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했다가 조기 퇴영해 순천을 방문한 스위스 스카우트대원들이 타고 있던 관광버스가 시내버스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전남소방본부 제공)

9일 낮 12시 50분쯤 전남 순천시 서면의 순천 청소년수련원 앞에서 스위스 잼버리 참가자 38명이 타고 있던 버스와 마주오던 시내버스가 부딪혀 청소년 외국인 4명과 내국인 등 10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들은 전날 순천 청소년수련원 야영장에서 1박을 하고 서울로 가는 길이었다. 

이날 사고로 10명이 가벼운 타박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중 잼버리 참여 대원은 4명으로 전남소방본부는 이마에 상처를 입은 대원 1명을 성형외과로 이송하고 나머지 대원은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소방당국은 35명의 인력을 동원해 현장을 수습했지만 당초 순천으로 대원들을 보내는 정부와 조직위의 계획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돼 세계잼버리대회가 준비 과정부터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지를 여실히 드러냈다.(계속)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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