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특집
7월 28일 괌 남서쪽 먼바다에서 발생한 제6호 태풍 '카눈(KHANUN)'이 중국 상하이 남쪽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경로가 바뀌어 한반도로 상륙할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어 기상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태풍 '카눈'은 이달 5일쯤 중국 상하이 남쪽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방향에 변동이 생기면서 3~5일 일본 오키나와 서쪽 혹은 상하이 남동쪽 해상에서 한반도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으로 가던 태풍 ‘카눈’…한반도로 방향 선회?

31일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660㎞ 부근 해상에서 시속 19㎞로 북서진하다 오후 3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남동쪽 약 550㎞ 부근 해상까지 접근했다. 태풍 '카눈'은 시속 18㎞ 속도로 북서진 중이며 중심 기압은 945h㎩, 최대 풍속은 시속 162㎞에 달하는 ‘매우 강’급 태풍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역대급’ 피해를 줬던 태풍 ‘힌남노’보다 조금 약한 규모이지만 강풍 반경이 400㎞나 되는 매우 강한 위력을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
태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열대 과일의 한 종류인 태풍 '카눈'은 2일 오전 3시 ‘매우 강’급 태풍 규모를 유지하며 일본 오키나와 남남서쪽 약 150㎞ 부근 해상까지 서북서진 할 것으로 기상청은 예측하고 있다. 또한 이후 이동속도가 점차 느려지면서 4일 오후 3시쯤 이후부터는 방향을 북쪽으로 꺾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5일 오후 3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서북서쪽 약 340㎞ 해상에 위치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북서쪽에서 건조한 바람이 태풍 진행 방향 정면에 유입됨에 따라 태풍 속도가 느려지면서, 태풍의 강도는 다소 약해질 수 있겠다. 따라서 오는 5일 오후 3시쯤 태풍의 강도는 ‘강’급으로 약해지고, 중심 기압은 970h㎩, 최대 풍속도 시속 126㎞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서풍 불면서 이동 속도 느려지고 예상 경로 변화 생겨”
기상청은 "카눈 진행 방향 정면에서 북서풍이 불어 들면서 이동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이에 태풍 예상 경로에 변화가 생겼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나 일본·중국·대만 기상청 등도 우리나라 기상청과 마찬가지로 '카눈'이 중국 상하이 쪽으로 북서진을 거듭하는 것이 아니라 상하이와 오키나와 사이 바다에서 방향을 틀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아직은 '카눈'이 우리나라를 향해 올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주지역 주변 해수면 온도가 27도 정도인 것을 비롯해 북위 25도 이상 바다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도 이상 높아 북위 30도까지는 바다가 태풍이 발달하기 좋은 상태인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오는 5일까지 '카눈'의 경로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카눈' 주변에 영향을 받을 만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북태평양 고기압, 티벳 고기압, 적도 고압대의 세력 다툼에 따라 '카눈'의 경로가 변할 가능성이 크고 낮과 밤에 따라 각 기압대의 세력이 달라질 수 있다. 기상청은 태풍 '카눈'과 관련 수시 브리핑을 열어 예상 경로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태풍의 영향으로 일본 오키나와 지역에서는 항공편이 잇따라 결항했다. 그런가 하면 일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수도권은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가 이날도 이어졌다. 사이타마현 하토야마(鳩山) 마을의 최고 기온은 39.1도를 기록했고, 군마현 이세사키(伊勢崎)시도 38도를 넘었다. 도쿄, 교토 등 주요 도시에서도 35도를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도 잇따라 발생했다.
전북지역 8월 시작부터 36도 폭염...10일까지 30도 이상 '무더위'

우리나라도 8월 시작부터 낮 최고 기온이 34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31일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달 1일과 2일은 전날에 비해 1~2도 가량 더 높은 36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도내 전 지역에 6일째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더 올라 매우 덥겠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이 같은 30도 이상의 무더위는 10일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이 지속된 가운데 도내에서는 군산지역에서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군산시 거주 70대 A씨는 29일 오후 3시 4분께 집 마당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가족의 119 신고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의료진은 심부 체온이 44도 가까이 오른 점 등으로 미뤄 남성의 사망 원인을 '열사병'으로 추정했다.
전북에서 온열 질환 추정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당시 군산에는 나흘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져 있었다. 이처럼 긴 장마가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폭염 속에 온열질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태풍 소식까지 겹치면서 생활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어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박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