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전북지역에서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예견된 인재'란 지적과 함께 기존 산사태 점검 방식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은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북지역에서는 이달 들어 크고 작은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크게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지난 6일부터 8일 사이에 정읍과 완주, 남원지역에서 낙석이 산에서 도로로 무너져 내린 대형 산사태가 발생한데 이어 13일에는 진안에서 10톤 이상의 바위들이 도로로 굴러 떨어져 5시간 이상 통제됐다.

진안군 정천면 10~30톤 크기 바위들 도로 덮쳐 ‘아찔’

진안군 정천면 도로에서 13일 오전 5시 40분쯤 바위와 토사 등이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진안군 정천면 도로에서 13일 오전 5시 40분쯤 바위와 토사 등이 도로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이날 새벽 5시 40분쯤 진안군 정천면의 야산에서 바위와 토사가 도로를 덮쳤다. 이 가운데는 30톤 정도 되는 거대한 바위와 10톤 크기의 돌들이 굴러 떨어져 돌을 분쇄하는 장비가 동원됐지만 단단한 바위들이 쉽게 부서지지 않아 도로 옆 가드레일을 뜯어내고 돌을 굴려서 처리하는 상황이 4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처럼 지난해 한 건도 없었던 대형 낙석사고로 인한 산사태가 올 들어 전북지역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어 전국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벌써 이달에만 4건의 대형 산사태로 인한 낙석 사고가 발생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읍·완주·남원 줄지어 산사태 발생...주민들 ‘불안’

8일 오전 11시 40분께 완주군 상관면 신리에서 구이 방향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8일 오전 11시 40분께 완주군 상관면 신리에서 구이 방향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지난 6일 밤 11시 50분께 정읍시 쌍암동에 있는 내장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바위와 토사가 쏟아지는 산사태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도로를 진입하던 택시가 낙석에 깔렸다. 택시 운전자는 긴급 대피해 다치지 않았지만 낙석이 100m 이상 도로에 쌓여 이를 옮기는 데 특수장비 등이 동원됐다. 이날 산사태로 내장산국립공원으로 향하는 내장호 인근 도로가 전면 통제되고 내장산국립공원 내 집단시설지구 등에는 1시간 동안 정전과 단수가 발생했다.

이어 8일 오전 11시 40분쯤에는 완주군 상관면 신리 국도 21호선 절개지에서 10톤 가량의 돌과 흙이 도로로 무너져 내려 차량이 전면 통제됐다. 또 앞서 이날 오전 8시 50분쯤 남원시 주천면 지리산 인근의 한 도로에서는 절개면이 무너져 토사와 바위가 도로로 쏟아졌다. 이 사고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주변 도로가 통제됐고 복구 작업이 1주일 이상 소요되고 있다.

이처럼 잦은 장맛비로 인해 전북지역에서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은 재해 위험이 높은 급경사지가 90여 곳이나 되기 때문에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사태 위험 지역 관리 총체적 '허술'...언제든 대형 사고 발생 가능성

6일 밤 11시 50분께 정읍시 쌍암동 내장저수지 인근 도로에 산사태가 발생해 택시 1대가 깔렸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6일 밤 11시 50분께 정읍시 쌍암동 내장저수지 인근 도로에 산사태가 발생해 택시 1대가 깔렸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전문가들은 산사태의 전조 증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도로 위를 승용차 크기만 한 바위와 돌들이 순식간에 덮치는 사고에 속수무책이다. 특히 산사태가 발생한 전북지역 대부분이 인공 절삭지 등으로 이뤄졌지만 안전관리 대상에서 빠져 있는 데다 기존 산사태 방지 공사가 미흡해 산사태 위험 지역들의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러한 산사태의 원인을 “정확한 지질조사 없이 일괄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현 관행에 문제가 있다”며 “비탈지 절개공사를 할 시 절개면 암반의 종류와 토양의 깊이, 암반의 균열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사를 시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장마전선 영향으로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전북지역에선 산사태 우려지역이 모두 3,131개소로 파악되는 등 산림청은 전북지역 산사태 위기 정도를 ‘경보’에서 ‘주의’로 상향 발령한 상태다.

"살다가 이런 일 처음...당국 안전 대책 확보, 수시 점검 절실" 

한편 이상길 씨(진안군 정찬면) 등 주민들은 “살다가 이런 일은 처음이다. 집채만 한 크기의 바위들이 산에서 굴러 도로를 덮쳐 너무 놀랐다”며 “산사태가 앞으로 더 잦을 것이 뻔한데 마음 놓고 도로를 다닐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진안군 관계자는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여 낙석 방지망을 설치하고 낙석 방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에 어디에서 또 낙석 사고 등 대형 산사태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어서 전북도와 일선 시·군, 산림청 등 방재 당국이 적극 나서 도로변 급경사 절개지 등에 대한 안전 대책을 확보하고 수시 점검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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