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의 ‘뚜르 드 몽블랑 스위스’ 여행기⑥
‘길을 걷는 도사’, ‘길 위의 백과사전’이라는 닉네임을 지닌 신정일 씨가 이번엔 먼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 여행길에 나섰다. 알프스산맥의 대자연을 걸으며 조그마한 들풀과 꽃 하나도 스쳐 지나지 않고 매일 길 위에서 바라본 모습들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해오고 있다.
'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이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정일 씨(길 전도사)가 먼 이국 땅에서 전해온 아름다운 대자연의 모습과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차례로 묶어 소개한다. /편집자 주
니체가 ‘차라투스트라’ 영감 얻은 곳...스위스 '실스 마리아' 호수

6월 15일. 니체가 1889년 여름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영감을 얻은 호수에 도착했다.
한 사내가 금방 잡은 송어 몇 마리를 들고 오는 순간 여러 생각이 든다. 내 나이 열일곱 살에 니체를 알았고, 그 후부터 마음 속의 스승으로 삼았던 니체의 사상의 태생지를 찾아간 것은 일생일대의 행운이었다.

어디를 보아도 한 폭의 풍경화 같은 ‘실스 마리아’ 호수. 이곳에 자취를 남긴 니체를 추억하며 한참을 머물고 떠났다. 언젠가 다시 나는 그곳에 가서 한달 정도 머물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이룰 수 있는 꿈일까?


만물은 가고 만물은 온다.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돌고 돌아간다. 니체의 고독한 목소리가 들릴 것 같은 실스 마리아호수에서...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무대 '다보스 요양원'에서 역사를 회상하다

6월 16일.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무대 '다보스 요양원'에 도착했다. 1912년 아내가 폐렴증세로 3주간 요양하고 있을 때 같이 간 토마스 만에게 의사가 당신도 폐렴 증세가 있다고 하자 몇 년간 머물면서 쓴 책이 '마의 산'이다.

소설 속에선 ‘햔스 카스트로프’가 ‘요하임’을 찾아가며 시작되는 이 소설의 무대 다보스 요양원은 어느 사이에 다보스 호텔이 되었고, 다보스 포럼의 장소가 되었다.
시간의 흐름과 삶과 죽음을 집요하게 파헤친 소설 '마의 산'. 죽음의 모험은 삶속에 있으며, 그것이 없으면 삶은 되지 않는다. 죽음은 항상 다른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모든 사람이 말하듯이 여행을 떠났다고 말해 둔다. 그들이 가까운 장래에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나오는 구절이 문득 떠오르는 요양원에서 눈 덮인 알프스 연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푸른 초원, 아름다운 광경이 질펀하게 펼쳐지는 다보스 호텔에서 나는 지나간 역사를 회상하고 있으니, 훗날 이곳을 찾을 사람은 또 어떤 상념에 잠길 것인가?(계속)
/글·사진=신정일(길 위의 인문학 우리 땅 걷기 대표·문화사학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