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5월 25일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에 반발해 대한간호협회(간호협회)가 준법투쟁 일환으로 벌이고 있는 불법 진료 신고센터에 많은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가운데 5일 만에 1만 2,0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는 검체 채취 등 검사와 관련한 신고가 가장 많았고, 병원 중에는 종합병원이,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한 사람은 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협회 "불법 진료 1만 2천여 건 신고...종합병원 41%, 불법 진료행위 지시 교수 44.2% 가장 많아“

간호협회는 24일 서울 중구 간호협회회관에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진료신고센터 사례 접수 현황을 발표했다. 이날 간호협회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이뤄진 의료현장의 불법 진료 신고는 모두 1만 2,189건이라고 밝혔다.
병원 유형별로는 종합병원이 41.4%(5,046건)로 가장 많았고, 상급종합병원 35.7%(4,352건), 병원(전문병원 포함) 19%(2,316건), 기타(의원, 보건소 등) 3.9%(475건) 순이었다. 또 불법 진료행위 지시는 44.2%(4,078건)가 교수로부터 받았다고 신고됐고, 전공의(레지던트) 24.5%(2,261건), 기타(간호부 관리자나 의료기관장 등) 19.5%(1,799건), 전임의(펠로) 11.8%(1,089건) 순이었다.
구체적인 불법 진료 행위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9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처방 및 기록 6,876건, 튜브관리(L-튜브 및 T-튜브 교환, 기관 삽관) 2,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 2,112건, 대리수술과 봉합 등 수술 관련 1,703건, 약물관리(항암제 조제) 389건 등이었다. 최훈화 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은 "간호사가 대장용종절제술을 한다는 신고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고 대상 병원 유형을 보면 종합병원이 41.4%로 가장 많았고 허가 병상 수로 보면 500병상 이상에서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간호사들의 '불법 진료'는 종합병원에서 교수의 지시로 이뤄진다는 신고가 많았다.
앞서 간호협회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진료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불법 행위 24개의 리스트를 만들어 각 병원에 배포하고, 불법 진료행위의 신고를 접수 받았다.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현장에서 진료 보조 행위 한 간호사가 개별적 상황에 따라 기소 대상 될 수 있다”

간호협회는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들 행위가 불법인지 아닌지는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한 데 대해 "복지부가 수행하고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숙의된 2021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관련 연구를 토대로 선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현장 간호사가 개별적 상황에 따라 기소대상이 되고 직접 법원에서 유무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한 시범사업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간호협회가 발표한 불법 행위 리스트와 관련해 "문구 자체만으로는 불법이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없고, 간호사가 수행 가능한 업무의 범위는 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간호협회는 "리스트를 분류할 때 복지부가 수행한 2021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 관련 1차 연구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라며 "복지부 주장대로라면, 현장에서 진료의 보조 행위를 한 간호사가 개별적 상황에 따라 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간호협회는 "회원 익명신고에 대해 수사기관과 국민권익위원회 등 공적기관을 통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PA 간호사, 의료법 위반 소지 다분...간호법 제정 쟁점 부상
한편 의료 현장에는 진료보조인력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PA 간호사(Physician Assistant)의 업무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들의 업무가 명확하지 않아 의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일선 병원에서도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이 의사의 보조인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따로 의료인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는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진료의 보조’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아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간호사들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처방과 기록, 수술부위 봉합, 조직 채취, 항암제 조제, 채혈, 수술 수가 입력 등의 행위는 반드시 의사가 직접 해야하는 행위임에도 간호사에게 위임 돼 언제든 의료법 위반에 저촉될 수 있다.
PA 간호사, 대학병원 등에 많아...전국 1만명 이상, 전북지역 150여명 근무
이러한 PA 간호사는 전국적으로 약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주로 대학병원 등 종합병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에도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을 중심으로 PA간호사가 150여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대학병원들에서는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2016년 12월 시행되면서 더 두드러진 인력 공백을 각 병원이 전공의가 아닌 PA간호사들로 메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PA 간호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책임을 고스란히 해당 간호사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업무 분담을 골자로 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간호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불합리한 점을 바로 잡기 위해 '불법 의료행위 리스트'까지 만들어 의료기관에 배포하고 신고도 받고 있다”며 “리스트에는 대리처방, 대리기록, 대리수술, 수술 수가 입력, 수술부위 봉합, 수술보조(1st, 2nd assist), 채혈, 조직 채취, 천자, 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봉합, 관절강내주사,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항암제 조제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