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3년 4월 17일
지난 1월 장수농협에 근무하던 30대 남성 직원이 결혼 3개월 만에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고용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조사를 벌인 결과 고인이 호소한 피해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고용부는 가해자로 지목된 상급자들이 부당 지시를 하거나 면박을 주고 심지어 '킹크랩을 사오라'고 하는 등 고인을 괴롭힌 사실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해당 기사]
“끝없는 직장 내 괴롭힘” 장수농협 30대 직원 극단 선택…유족 ‘억울하고 분통’
장수농협 특별근로감독 벌인 고용부 "15건 관계법 위반 사실 확인"

고용부는 16일 전주고용노동지청이 지난 1월 27일부터 지난 7일까지 장수농협을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고 이 중 6건을 형사 입건하고 6,7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괴롭힘 가해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공인노무사법상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한 공인노무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했다.
특히 고용부는 농협 측이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를 선임해 '자체 조사 관련 비밀을 누설'하고 '편향적 조사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고 이례적으로 해당 노무사에 대한 징계 요구를 할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고용부 조사 결과 고 이씨(33)는 올 1월 12일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까지 직장 내에서 여러 상급자로부터 면박성 발언을 당하거나 27만 5,000원짜리 킹크랩을 사오라는 요구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괴롭힘을 당한 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또한 이씨가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에는 부당한 업무 명령을 하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불리한 처우가 계속 이어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농협, 자체적 해결 위해 선임한 공인노무사 '가해자와 지인 관계'...충격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농협 측은 자체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인노무사를 선임했지만 이 노무사는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사실이 드러나 안이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더구나 고용부는 해당 노무사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고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혀 해결을 더욱 어렵게 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조사에서 장수농협은 조기 출근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공짜 노동'을 시키고도 주지 않은 수당이 4억원을 넘은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의혹을 사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출산한 지 1년이 안 된 여성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휴일 근무를 시킨 사실도 확인됐다.
“괴롭힘 견디지 못하고 결혼 3주 앞두고 극단적 선택 시도 불구 괴롭힘 지속”

앞서 지난 2018년 장수농협에 입사해 지역 농협에서 일해오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월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씨의 유족들은 1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은 지역농협 직원으로 채용된 이후 5년 동안 열성을 다해 업무에 매달려 온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1월 A씨가 센터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불행한 직장 생활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숨진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해당 농협 간부 A씨 등 2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씨는 수개월 당해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9월 결혼을 3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가족의 신고로 늦지 않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으나, 4개월 만에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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