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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 한 농협에서 일하던 3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해당 직원은 결혼을 1주일 앞둔 지난해 9월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만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18년 장수농협에 입사해 지역 농협에서 일해오다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고 이모 씨의 유족들은 25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을 찾아 “고인은 지역농협 직원으로 채용된 이후 5년 동안 열성을 다해 업무에 매달려 온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며 “하지만 지난해 1월 A씨가 센터장으로 부임해 오면서 불행한 직장생활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직원들 앞에서 모욕성 발언...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 시도” 충격

고인이 된 이씨의 동생은 이날 “A씨는 부임 첫날부터 형이 담당하는 일을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등 다른 직원들 앞에서 모욕성 발언과 심한 질책을 했다”며 “고객들이 보는 앞에서도 꾸중과 지적을 하는 것은 물론 주차문제로도 괴롭힘을 당하고, 커피를 사라고 종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다 전주의 한 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기까지 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유족들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9월 27일 근무지에서의 괴로움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잠적했다. 당시 경찰 추적을 통해 이씨는 다행히 무사히 발견됐지만 이후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해자 업무 공간 분리되지 않아”

이날 유족들은 "괴롭힘 신고가 이뤄졌지만 피해자와 가해자들 간의 업무 공간이 분리되지도 않아 매일 얼굴을 맞대며 조롱과 괴롭힘을 당해야했다"며 "나중에 알고보니 회사에서 조사를 위해 연결해준 노무사 역시 가해자와 알던 사이였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해당 노무사는 "전에 농협중앙회 근무를 했을 때 교육 차원에서 A씨를 한 두 번 만난 적이 있다"며 "그렇지만 그 사실이 여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장수농협 관계자는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매뉴얼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조사가 이뤄졌고, 신고자인 이씨에게 유급휴가를 제공하고 분리 조치도 이행했다"며 "추후 경찰이나 고용노동부 등에서 조사를 요청하면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유족들은 이날 고용노동부와 농협중앙회에 진정서를 제출한데 이어 전북경찰서에도 고소장을 접수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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