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슈

장수농협에서 3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자신의 근무지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간부 등 4명이 사건 발생 2년이 지나서야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검 남원지청은 근로기준법 위반 및 협박 등 혐의로 장수농협 간부 A씨 등 4명을 기소했다고 18일 밝혔다. 이와 함께 장수농협과 사건에 연루된 노무법인 등 법인 2곳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2022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 시작, 1년 만에 숨진 채 발견...결혼한 지 3개월 된 새신랑 죽음 '충격' 

검찰 로고(이미지=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검찰 로고(이미지=검찰청 홈페이지 캡처)

A씨 등 4명은 지난 2022년 10월쯤 '명령 불복종으로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말로 직원 B씨를 협박하거나 부당한 업무지시를 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A씨 등 장수농협 관계자 4명은 기소됐으며, 또 다른 C씨 등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을 A씨에게 흘리는 등의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해당 농협에서 일하던 B씨는 지난 2023년 1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당시 결혼한 지 3달 밖에 안 된 33세의 새신랑이어서 지역사회에 더욱 충격이 컸다. 이 사건은 지난 2019년 장수농협에 입사한 B씨가 A씨 등으로부터 지난 2022년 1월 부임한 이후 줄곧 폭언 등 갑질에 시달리면서 비롯됐다.

당시 농협 상급자들은 B씨에게 "서울 노량진에 가서 킹크랩을 사 와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일을 못 하니 징계하겠다", "업무에서 빠져라", “왜 일을 그렇게 하냐”는 등의 고압적인 언행을 일삼으며 직장 내 괴롭힘을 벌인 정황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에 B씨는 이들의 괴롭힘을 버티다 못해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러나 이와 관련 농협 측은 자체적인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착수했으나 A씨는 해당 조사를 자신의 지인 C씨에게 맡기고 C씨는 조사 내용을 몰래 A씨에게 흘리는 등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 편향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 농협 자체 조사는 '직장 내 괴롭힘이 없었다'는 황당한 결과로 마무리 되기도 했다.

해당 농협, 부당한 업무지시·갑질 '만연'...주민들 "진상규명·사법처리 지체, 갈등·혼란 키워"

장수농협 전경
장수농협 전경

이에 B씨의 사망 이후 유족들은 '진상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2023년 1월 전북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수사를 의뢰했고,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해 이 농협에서 A씨를 포함한 여러 상급자가 B씨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을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형사 입건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씨의 병원 진료기록과 SNS 대화 내용, 관계자 진술 등을 토대로 A씨 등이 B씨에게 갑질한 것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B씨의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까지 해당 농협에서는 부당한 업무지시와 갑질이 만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23년 4월 16일 전주고용노동지청이 그해 1월 27일부터 4월 7일까지 장수농협을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하여 이 중 6건을 형사 입건하고 6,7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한 괴롭힘 가해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는 등 공인노무사법상 비밀 엄수 의무를 위반한 공인노무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요구했다.

더욱이 숨진 B씨는 앞선 2022년 9월 27일에도 근무지에서의 괴로움을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잠적했고, 당시 경찰 추적을 통해 B씨는 무사히 발견됐지만 이후 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후 B씨는 수개월 당해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4개월 만인 2023년 1월 다시 극단적 선택을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처럼 이미 사고가 예견됐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하고 내부 조사까지 미진했던 점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안타까움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민들은 “농협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했는데도 진상규명과 사법처리가 너무 지체되면서 농협은 물론 지역사회에 갈등과 불안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수사 결과를 넘겨받아 법리 검토를 거쳐 위법 사항이 드러난 이들을 재판에 넘기게 됐다”며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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