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6·1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일부 단체장들은 여전히 선거 후유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14개 시·군 중 군산, 익산, 남원, 정읍 등 4개 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에 전북교육감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역시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다.

이들 중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학력 기재) 혐의로 기소돼 첫 재판을 받은 최경식 남원시장이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아 일단 큰 불은 껐지만 그동안 진행돼 온 수사와 판결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최경식 남원시장 1심 80만원 선고...또 다른 허위 학력 기재 혐의는 '불기소' 

전주MBC 1월 19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1월 19일 뉴스 화면(캡처)

검찰이 항소할 경우 소송이 완전히 종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최 시장에게 법적인 잣대가 유독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와 앞으로 남은 재판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주지법 남원지원 제2형사부(이영호 부장판사)는 1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최 시장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최 시장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은 명함, 프로필에 소방행정학 박사 등 학위 내용을 기재해 유권자들의 공정한 판단을 저해했다”면서도 “유권자들의 판단에 큰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피고인이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특이 이날 재판은 지난 제8회 지방선거 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도내 단체장 중 첫 선고 재판이란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최 시장은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행정학 박사, 소방행정학 박사 학력이 표기된 명함을 돌리고 포털사이트 인물정보와 기자간담회 자료에 첨부한 프로필에도 같은 내용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소방학 박사만 취득했다. 앞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최시장에게 벌금 25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한양대 경영학 학사’ 부분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전관예우” 주장

전주지방법원 전경
전주지방법원 전경

선출직 공무원이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당선이 무효되지만 최 시장은 벌금 80만원 선고로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앞서 또 다른 ‘허위 학력 기재’와 ‘허위 이력’을 공표한 혐의를 받아온 최 시장에 대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내려져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최 시장은 한양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학점 이수를 통해 경영학 학사를 취득했는데도 보도자료 등에 학력을 '한양대학교 경영학 학사'로 표기한 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다만,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취득한 소방학 박사 학력을 '행정학 박사', '소방행정학 박사'로 표기한 혐의는 인정돼 기소 처분을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최 시장은 이처럼 2건의 허위 학력 기재 혐의 중 1건은 기소, 1건은 불기소 처분을 받은 과정에서 ‘전관예우’ 논란을 일으켜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강동원 전 국회의원 등 남원시민 30여명은 지난해 11월 14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원시민은 검찰의 최경식 시장 허위 학력 불기소 결정에 분노하고 있다"며 "항고 이유서를 충분히 재심해 엄중하게 기소 처분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들은 "불기소 처분 이유는 검찰의 자의적인 법리 해석일 뿐"이라며 "공직선거법보다 검사의 법리 해석이 우선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 뒤 “최 시장의 '한양대 경영학 학사' 부분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전관예우”라고 주장해 시선을 끌었다. 

"유명한 로펌에서조차 이 사건을 어렵다고 했는데 불기소..." 

전주MBC 2022년 11월 22일 뉴스 화면(캡처)
전주MBC 2022년 11월 22일 뉴스 화면(캡처)

또한 이들은 "남원 출신인 조남관 변호사는 불과 7개월 전만 해도 검찰 최고위직에 있었다"며 "유명한 로펌에서조차 이 사건을 어렵다고 했는데 불기소가 나왔기 때문에 전관예우라는 얘기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대학원(박사) 허위 학력 기재 혐의로 기소된 최 시장의 1심 재판을 앞두고 변론을 맡았던 대검 차장검사 출신 조남관 변호사(57·사법연수원 24기)가 사임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그런데 조 변호사가 사임한 날은 6·1 지방선거에서 남원시장 후보로 출마한 강동원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남원시민 30여명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관예우’ 의혹을 제기한 날이란 점에서 적지 않은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동안 법조계에서는 조 변호사가 당초 검찰 수사 단계까지만 변론을 맡기로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조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7일 전주지검 남원지청에 다녀간 것으로 확인되면서 “검찰이 최 시장의 '한양대 허위 학력 혐의' 부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때는 이로부터 11일 뒤였다”는 지적과 함께 ‘전관예우’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 외에도 전주지검 남원지청은 지난해 11월 28일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를 받아온 최 시장을 불기소 처분했다. 지방선거 기간 최 시장은 TV토론회에서 상대 후보였던 강동원 무소속 후보가 "20년간 중앙당에서 근무했다고 했는데 맞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20여 년간 정치 활동을 해왔다"고 답변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아 왔다. 그러나 검찰은 사실관계 확인과 법리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강임준 군산시장, 김학의 변호사 선임 논란 

전주지방검찰청 전경(사진=전주지검 제공)
전주지방검찰청 전경(사진=전주지검 제공)

법조계의 전관예우 논란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최근 강임준 군산시장이 선임한 변호사가 '별장 성접대 추문 의혹 사건'으로 잘 알려진 김학의 변호사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군산지역 시민사회단체가 문제를 제기했다. 단체는 '변호사 선임 의도를 해명할 것'과 '변호사 선임 비용 출처 내역을 공개할 것' 등을 촉구해 시선을 끌었다. 

군산발전시민연대는 지난 10일 전주지법 군산지원 앞에서 “6·1 지방선거 당시 김종식 전 전북도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측근들을 통해 회유한 혐의로 기소된 강임준 시장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이 상식을 벗어난 변호인단 구성으로 시민사회는 경악과 동시에 큰 충격에 빠졌다"며 "강 시장은 첫 공판에서 고액의 선임비가 예상되는 김학의 변호사와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체는 "강 시장이 선임한 김학의 변호사는 '별장 성접대 추문 의혹 사건'으로 전대미문의 파장을 일으킨 장본인"이라며 "강 시장은 김학의 변호사를 선임한 의도를 해명하고, 변호사 선임 비용과 비용 출처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김학의 변호사 등 강 시장 측 변호인들은 지난 12월 22일 첫 재판 이후 법원에 사임신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강 시장 재판에서는 검찰과 강 시장 측의 증인 채택, 순서·시간 등을 조율한데 이어 다음 재판은 다음 달 9일 열릴 예정이다. 강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군산시장 당내 경선을 앞두고 김종식 전 도의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900만원의 현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서거석 전북교육감, ‘호화 전관 변호인단’ 눈길 

6·1 지방선거 기간에 펼쳐진 TV토론회 등에서 전북대 총장 재직 시절의 '동료 교수 폭행 의혹'을 부인한 혐의(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상 허위사실 공표)로 재판에 넘겨진 서거석 교육감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변론했던 한승 전 전주지방법원장과 고승환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등 '전관 변호사'들을 재판을 이틀 앞두고 선임해 눈총을 받았다. 

한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학수 정읍시장은 1심 첫 공판이 3월 8일로 연기됐다.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해 11월 30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 시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시장은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TV토론회 등에서 상대 후보였던 무소속 김민영 후보에 대해 "구절초 테마공원 인근에 위치한 임야와 밭 16만7081㎡(5만542평)를 집중적으로 매입했다"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최영일 순창군수, 고소인 재정신청 '변수' 

또한 지난해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소송을 피해가나 싶었던 최영일 순창군수는 상대방이 재정신청을 해 결과에 따라 법정에 설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 군수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경쟁자였던 민주당 최기환 후보의 배우자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 사실 공표혐의로 수사를 받아왔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해 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관련 혐의를 모두 벗은 것으로 생각됐지만 고소인이 낸 재정신청이 변수가 됐다.

광주고법 전주지부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다시 판단해달라는 고소인의 신청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다음 달 8일 심리를 열기로 했다. 만일 재판부가 재정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검찰은 이 사건을 기소해야 하는 만큼 최 군수는 정식 재판을 받게 된다. 

이처럼 전북지역에서는 6·1 지방선거 이후 강임준 군산시장, 정헌율 익산시장, 최경식 남원시장, 이학수 정읍시장 등 4명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는 중이며 최영일 순창군수는 변수가 아직 남아 있다. 여기에 서거석 전북교육감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역시 법정 공방을 벌이는 처지가 됐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 변호인단은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점에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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