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ESG 리포트'(22)

김도현 변호사
김도현 변호사

필자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에도 ESG 경영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신비한 동물사전’이라는 영화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영화의 도입부에 제이콥 코왈스키(이하 제이콥)가 은행에 대출 심사를 받으러 가는 장면이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와는 크게 관련이 없고, 우리네 사는 이야기와 비슷하니 한 번 들어보시죠.

제이콥은 할머니가 빵을 구워 팔았는데 자신이 할머니의 대를 이어서 빵 가게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돈이 없으니 대출을 받아야 했습니다. 대출심사를 위해 제이콥을 가방에 구운 빵을 가지고 은행에 가는데요. 대출심사를 하는 은행직원은 제이콥의 빵을 먹어보기는커녕 단호하게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제이콥은 대출을 받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오죠. 일반적인 은행의 대출심사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달까요? 

‘신비한 동물사전’의 제이콥, 대출 받을 수 있을까? 

탈라는 신용등급을 보지 않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해줍니다. 저자는 '신비한 동물사전'의 제이콥의 사연을 보면서 제이콥이 탈라에 대출을 받으러 갔다면 결과가 달랐을까? 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케냐에 탈라(Tala)를 설립한 시바니시로야는 핀테크를 이용해 기존 은행에서 대출해주지 않는 기업에 대출을 해줍니다.

인도, 케냐, 멕시코, 필리핀, 탄자니아에서 이용한 모바일 대출 플랫폼 탈라의 기본 전제는 어떤 사람에게 신용기록이 없어도 신용기록 외의 다른 데이터를 이용해 그를 신뢰하고 돈을 빌려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탈라는 그 사람(우리는 제이콥이라고 할까요?) 제이콥의 무엇을 보고 대출을 해줄 수 있는 것일까요? 

탈라는 제이콥의 휴대전화 기록을 살펴봅니다. 여기에서 바로 핀테크 기술이 필요한 것이죠. 탈라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지 예측합니다. 예를 들면 탈라는 어떤 사람이 연락처를 저장할 때 성과 이름을 다 적는 경우 돈을 갚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알아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금융기관들은 대출을 받은 사람이 1회 내지는 2회 연체기록이 있거나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한 기록이 있는 경우 신용평가등급을 낮추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라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보고, 그들의 행동에서 대출금을 변제할 수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영화에서 제이콥은 의리를 중요시하고, 책임감이 있으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제이콥은 탈라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어떤 사람들에게 소액 대출이 필요할까?

고객 중 3분의 2는 제이콥처럼 사업에 쓰려고 돈을 빌리고, 나머지는 교육, 긴급한 이동, 의료 등 개인적인 상황 때문에 돈을 빌립니다. 하지만 사업에 필요한 돈이 고액인 경우는 드물고,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의 돈입니다.

이전에 대부업자 고객과 대부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노점에서 악세사리나 잡화를 파는 상인들이 추가로 물건을 사와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소액 대출을 받고자 하는데 신용문제로 대출이 불가한 경우 대부업자의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때 상인들이 빌리는 돈은 200만원 안팎이라고 하니 큰 돈은 아니죠. 또는 갑자기 과태료나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였을 때, 또는 아이가 아프거나 다쳐서 간단한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할 때 역시 급하게 소액의 돈이 필요한데 대출받기는 어려운 사람들도 100만원 안팎의 돈을 대부업자들에게 빌려 사용하기도 합니다.

신용기록이 없거나 있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은 금융기관에서 소액의 돈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위 소액의 돈을 일시에 갚아야 하기 때문에 부담은 더 커지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업자의 일수가 상인들 사이,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입니다. 하루에 1만원씩 100일 동안 갚을 수는 있지만 한 번에 100만원을 갚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죠.

금융기관의 ESG 경영, 소셜과 밀접한 관련

ESG와 소액 대출이 어떤 관련이 있나 생각하실텐데요.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특히 신용이 낮아 대출이 불가한 사람들에게 신용을 보지 않고 필요한 돈을 빌려준다.” 바로 ESG에서 소셜부분에 대한 기업의 역할, 방향을 일부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예를 들어 금융기관에서, 특히 지역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금융기관이 일정금액을 자금으로 하여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이자를 받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사업을 한다면? 또는 금융기관에서 탈라와 같은 사업을 하고자 하는 기업에게 투자한다면?

바로 금융기관이라는 기업이 ESG 경영을 하는 것이 됩니다. 금융기관은 거래하는 기업이 다수이기 때문에 더더욱 ESG 경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금융기관과 거래(투자 또는 대출이겠죠)하는 기업이 환경을 파괴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내거나 또는 이해관계자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방식의 경영을 한다면 거래 당사자인 금융기관의 ESG 평가가 덩달아 낮아지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경우 거래 상대방인 기업의 ESG 성과를 주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ESG 시대에서는 금융기관 자체의 ESG 경영보다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상대방 기업의 ESG 경영이 훨씬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김도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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