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ESG 리포트'(17)

김도현 변호사
김도현 변호사

매번 날씨 이야기로 시작하는 게 너무 뻔해서 오늘은 다르게 준비했습니다. 저는 요즘 전주시 정비사업점검반원으로 재개발조합 실사 중입니다. ESG에서 무슨 갑자기 재개발조합 실사 이야기를 하는가 싶겠지만, 여러분 아시죠? ESG 경영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나 찾아봐라’, 하지 않아도 눈에 띄는 것이 바로 ESG 경영이죠.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도시 재생은 ESG의 S에 해당

재개발, 재건축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바로 ‘도시 재생’입니다. 답이 너무 바로 나와버렸네요. 재개발은 쉽게 말해 도시 정비가 되어 있지 않은 지역을 다 부수고 말끔하게 아파트를 지어버리는 사업이고, 재건축은 노후화된 아파트를 부수고 새로운 아파트를 지어버리는 사업이죠. 둘의 공통점은 오래된 동네를 부수고 새로운 동네를 만드는 바로 도시 재생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재개발, 재건축 사업만이 도시 재생의 답이냐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저만 그러한 의문을 가진 것은 아니고요. 미국에서 1960년경 슬럼화된 지역을 다 밀어버리고 아파트를 지었는데 도시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악화되자 이 아파트를 다시 밀어버린, 그런 사건이 있었죠.

결국 도시 재생의 문제는 오래되고 낙후되었다고 평가되는 주거 환경을 새로운 아파트로 바꾼다고 하여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어느 정도는(?) 입증된 것입니다. 여기까지 보고, 그래서 도시 재생과 ESG가 무슨 연관이 있는가?라고 여전히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있으실거에요. 답을 바로 드립니다.

도시 재생은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에서 S(Social)의 영역에 속합니다. 어디든 다 ESG를 갖다 붙이냐면서 기사를 접어버리시는 분들, 아직 기다리세요. 저도 강의를 듣기 전에는 ESG와 도시 재생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전혀 납득하지 못했으니까요.

기업, ESG 경영 통해 지역 문제 해결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김경민 교수의 강의는 ESG와 CSR의 관계, 더 나아가 ESG와 도시 재생, 사회 혁신에 대해 다루었는데요. 이하에서는 제가 이 강의를 이해한 내용 위주로 작성한 것이므로 김경민 교수가 전달하려는 내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SG 전에 CSR은 기업이 사회에 공헌하고, 일방적으로 베푸는 의미였다면 ESG는 ‘같이, 진심’이 중심이기에 기업이 사회와 같이 진심을 담은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기업의 ESG 경영이 도시 재생에서는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서울 성수동의 ‘헤이그라운드’를 아시나요? 헤이그라운드는 스타트업과 로컬스토어, 서울숲이 어우러진 성수동에 임팩트 지향 조직을 위한 최적의 업무공간을 제안합니다. 전주시와 전주시사회혁신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전주시사회혁신센터를 아실텐데요. 헤이그라운드와 전주시사회혁신센터의 역할이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헤이그라운드는 체인지 메이커가 함께 일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인데, 임팩트(사회적 가치를 의미합니다)를 지향하는 스타트업들끼리 모여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는 상생형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서울 성수동은 굉장히 낙후된 지역이었는데요. 헤이그라운드가 자리를 잡으면서 젊은 스타트업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합니다. 투자자인 헤이그라운드가 위치한 곳에 스타트업을 개업하고,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는 훨씬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지요. 좀 과하게 말하자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유사하다고 할까요?

그렇게 성수동이 뜨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성동구 정원오 구청장이 지역 문제에 ESG 경영을 적용하면서 성수동은 누구나 살고 싶은 동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동네로 발전합니다. 헤이그라운드의 역할도 굉장했죠. 스타트업 기업들이 속속 헤이그라운드에 모이니, 관련 사업도 같이 발전합니다. 그렇게 도시 재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죠. 

ESG 경영 중 S 영역, 바로 여기에 답이... 

기업의 ESG 경영에서 S에 대한 고민도 상당한데요. 근로자의 다양성, 인권 경영, 공급망 관리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중 하나인 지역 문제 해결에 대하여 기업의 이미지에 부합하면서도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더 나아가 위 일자리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도움을 주는 상생의 S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바로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임, 헤이그라운드와 같은 단체에 기업이 지원을 한다거나 또는 기업이 헤이그라운드와 같은 단체를 만들 수도 있겠죠. 유사한 예로 SK가 설립한 사회적가치연구원이 있습니다. 사회적가치연구원은 사회적 가치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요. 최근 사회적 가치를 비용으로 측정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ESG의 S도 측정이 가능해야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회문제 중 특히 지역의 문제, 전라북도의 인구 소멸의 문제가 대표적이죠. 인구 소멸의 문제를 기업이 해결할 수 있다면... 하지만 앞에서 본 것처럼 지역 문제를 기업이 혼자 풀어나가는 것은 기업의 ESG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고, 본질과도 맞지 않습니다. 지역 문제는 지역의 문제를 풀어나가고자 하는 기업의 진심 어린 행동(이게 바로 ESG 경영이죠)과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인 지역 대학, 지방자치단체, 정치인, 시민들 모두가 합심해서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김도현(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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