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연 3.25%로 결정하면서, 지난 4월부터 시작하여 이번이 여섯 번째 연속 인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0.5%p를 올렸는데 엊그제 은행연합회에 등록된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 차이는 오히려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예대금리 차이가 줄었으니 뭔가 개선된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으니 이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것 같습니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0.5%p 오른 영향으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지표인 10월 코픽스 금리는 전달 대비 0.58%p 오른 3.98%로 나타났기 때문에 모든 은행들의 가계대출금리가 당연히 올랐습니다. 

그런데도 예대금리 차이가 9월 대비 줄어든 것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린 것보다 금리인상을 기회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예금금리를 더 올렸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 차이는 줄어든 겁니다. 결국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에 예금을 넣어 이자수익을 받는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분들은 대출이자 부담으로 더 힘들어지게 된 겁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의 이유를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로 외국자본이 한국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금리는 외국 자본가를 위해서만 있는 게 아니라 금리에 가장 민감한 곳은 국내 기업들과 가계대출을 이용하는 우리 국민들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우리 기업과 국민들을 우선으로 놓고 펼쳐야지 언제까지 외국인들 눈치나 보면서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정부에서는 집값이 폭등해서 젊은 친구들이 영혼까지 끌어들여 은행 빚을 내서 집을 사게 만들었고, 이번 정부는 금리를 사정없이 올려 다시 고통을 주고 있으니 이 나라에 민생을 위한 정치가 있는지 걱정입니다. 

미국인들이 이용하는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의 경우는 확정된 고정금리대출 비중이 98% 이상으로 금리 인상이 대출고객에게 영향을 주지 않지만, 한국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 고객의 95% 이상이 변동금리로 설계되어 있어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바로 대출고객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최근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콜옵션 혼란 등을 거치면서 단기금융시장은 얼어붙으면서 채권시장에 자금 경색 위험이 남아 있긴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떨어진 데다 미국에서도 금리 인상이 금융시스템의 불안정 내지 궤도이탈 위험을 높였다고 우려하고 있으며, 국내 위원들 중에서도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고, 세계적으로도 경기 하강 신호가 커지고 있다면 이번에는 금리 인상을 멈췄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8월 예대금리 차이를 공시하면서 너무 과다한 예대금리 차이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전북은행의 경우 가계대출금리가 9월의 10.11%에서 10월에는 11.21%로 1.10%p 상승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은행의 예대금리 차이가 9월 7.38%에서 10월에 6.72%로 줄어든 이유는 예금금리가 9월 2.73%에서 10월에는 4.49%로 1.76%p가 상승하여 대출금리 1.10%p 상승보다 더 올랐기 때문에 예대금리 차이는 줄었을지 몰라도 가계대출을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는 대출금리는 올라 부담이 확실히 늘어난 겁니다. 

/이화구(CPA 국제공인회계사·임실문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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