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22년 9월 3일
국민의 노후 복지를 책임질 국민연금공단이 연금 1,0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이사장 공백 등으로 파행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단 이사장 공석 4개월여 만에 임명된 새 이사장을 놓고도 갈등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신임 이사장의 출근 첫날인 2일 “새 이사장은 졸속 임명”이라며 공단 노동조합이 출근 저지에 나서 취임식이 무산된데 이어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설계된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전혀 확인할 수 없는 ‘모피아’(재무부 출신 인사를 지칭하는 말로 재무부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 출신 임명을 철회하라”고 주장해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연금 새 이사장 첫 출근 못하고 취임식도 무산...왜?

신임 김 이사장은 이날 오전 국민연금공단 정문으로 첫 출근을 하려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국민연금지부의 ‘출근길 저지 투쟁’에 가로막혀 결국 출근이 무산됐다.
이날 아침 노조 측은 “한 발짝도 들여보내지 않겠다. 국민연금 망치는 부적격 이사장 반대한다”는 제목의 현수막을 내걸고 “기금의 재정 안정화만을 기계적으로 외쳐대는 ‘모피아’ 출신 인사의 이사장 임명을 반대한다”고 외치며 이사장 출근을 막았다.
노조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시작되고 국회에 연금특위가 꾸려져 중요한 제도개혁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데, 경력상 아무런 제도 연관성과 전문성을 찾기 어려운 모피아 출신 이사장의 졸속 임명까지 강행하고 있다”며 “부적격 인사는 한 발짝도 들여놓을 수 없도록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도 “연금제도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거의 없이 기금의 재정 안정화만을 기계적으로 외쳐대는 ‘모피아’ 출신의 인사"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참여연대도 ‘국민연금 제도 이해 없는 증권 전문가, 연금개악 우려 커 이사장 임명 철회해야’란 제목의 논평을 내고 ”증권 전문 모피아의 연금공단 이사장 임명은 안 된다“며 ”김태현 사장의 임명을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들 연금 제도 외면...사적 연금 활성화 추진, 매우 우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김태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윤석열 정부가 서둘러 임명한 것은 당면한 연금개혁을 연금 재정 안정화와 시장의 논리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와 같은 연금개혁 방안은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국민연금 제도를 외면하게 함으로써, 결국에는 사적 연금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매우 우려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평은 ”국민연금기금은 수익을 내기 위한 자본이 아니다. 자본시장의 논리로 국민연금과 복지를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모피아 출신인 김태현 전 사장의 연금공단 임명을 철회하고 당면한 불평등과 시민의 불안한 미래를 해소하기 위한 연금개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이사장은 출근을 저지한 노조 측을 향해 “여러분이 걱정하는 것들을 알고 있다”면서 “(나한테) 전문가가 아니라고 하는데, 전문가라고 자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국민연금) 문외한도 아니다. 나도 금융을 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공단 직원들이 김 이사장의 출근길을 열려고 하자 노조원들이 맞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져 결국 대치 10여분 만에 신임 이사장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 이사장이 노조에 가로막혀 출근하지 못하면서 취임식도 연기된 경우는 공단 창립 이래 초유의 일이다.
"훨씬 나은 조건의 예금보험공사 사장 취임 11개월 만에 자리 옮긴 이유는?"
신임 김 이사장은 1966년 경남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와 박근혜 정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실, 금융위원회, 예금보험사 사장 등을 거쳤다. 연금공단 이사장 임명은 통상 공모 마감후 4~6주가 소요되는데, 김 이사장은 지난달 10일 이사장 공모를 마감한 후 약 3주 만에 이례적으로 빨리 임명됐다.
더욱이 신임 김 이사장은 2021년 10월에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취임해 이제 임기 11개월을 채워가는 중에 취임 1년도 안 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려 공모에 지원,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융 공공기관 가운데 중요한 자리라는 점에서 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과 함께 금융 안전망을 책임지는 기관인 만큼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융위원회 당연직 위원이며 금융위원회 이사회 내 의전 서열에서는 금감원장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처우를 비교해 보면 김태현 사장의 이사장 공모 지원은 더욱 의외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연봉은 2022년 예금보험공사 예산기준으로 기본급만 2억 1,861만원, 2021년에는 기본급 2억 9,254만원, 성과상여금 7,587만원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연봉은 2022년 국민연금공단 예산기준으로 1억 4,639만원, 2021년에는 연봉 1억 7,473만 원, 성과금 2,963만원으로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서울 언론들은 “연봉 외에도 본사의 위치도 예금보험공사는 서울에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전북 전주에 있다”며 “김태현 사장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면 상당한 수준의 연봉 감소에 더해 통상적으로 선호되지 않는 지방근무까지 하게 되는 이례적 상황에서 이번 이사장 인선은 기획재정부와 ‘모피아’가 연금개혁의 주도권을 쥐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주요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7월 14일 내놓은 조사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1~3급,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등 533개 직위에 임명된 504명 가운데 12%가 기재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기재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면서 정부 정책 곳곳에서 다른 부처와 갈등 조짐도 나타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향후 국민연금공단의 중요 현안인 연금개혁과 전북의 현안인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