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자금을 관리·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연금개혁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는 전임 김용진 이사장이 지난 4월 18일 사퇴하고 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 캠프로 옮긴 후 지금까지 3개월 가까이 공석인 상태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잇따른 낙마로 공단 이사장 인사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
이사장 공석 장기화..."공적 연금개혁·제3금융중심지 지정 영향 미칠라"

2020년 8월 31일 임명된 김 전 이사장은 임기(3년)가 1년 4개월이나 남았지만 급작스럽게 사퇴한 이후 현재 국민연금공단은 박정배 기획이사의 이사장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사장 공석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후 2개월이 가까이 됐지만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임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첫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임명됐던 정호영 후보자가 낙마한데 이어 4일 김승희 후보자도 논란 끝에 자진 사퇴함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 후임은 3번째 후보자를 물색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처했다.
다시 임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의 상급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최종 임명까지는 빨라야 1개월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공단 수장 자리도 상당 기간 공석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로 인해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작업은 물론 전북도민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는 전주의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통한 연기금특화 국제금융도시 조성 계획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을 위해서는 정권 초기에 추진 동력을 싣지 못하면 정권 내에 추진이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며 “지난 정권에서도 보았듯이 금융중심지 지정과 연금개혁에 관한 정권의 추진 의지가 빈약하게 되면 임기 내에 달성이 힘들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런데 문제는 개혁과 추진의 주체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공석 상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사장 공모 절차 거쳐 한 달 동안 진행 후 결정, 하반기에나 안정 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나 국민연금공단 등 그 어느 곳에서도 후임 이사장을 공모하는 절차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전북도나 전주시도 안타까운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보는 형국이다.
국회가 후반기 원 구성조차 못 하고 공전을 거듭하면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자리는 어쩔 수 없이 상당 기간 비어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내부에서조차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되고 나야 상급 기관과 협의 후 후임 이사장 선임에 나설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선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새 이사장을 공모 절차 등 인선 작업은 장관 결정 이후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새 정부 ‘상생의 연금개혁‘ 10대 과제, 이목 집중...그러나 언제?

하지만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장기 공석에 따라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한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금 개혁작업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새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연금개혁을 강조했다. 대통령직인수위도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상생의 연금개혁'을 올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을 새 정부의 '3대 개혁 과제'의 하나로 내세웠다. 윤 대통령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계속 가중하는 연금제도는 지금 당장이라도 두 팔 걷고 나서야 한다"고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새 정부 연금개혁을 뒷받침해야 할 국민연금공단 수장 자리가 공석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연금개혁이 지지부진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게다가 전북도의 핵심 현안이었던 제3금융중심지 지정도 결국은 연기금특화 국제금융도시 조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장기 공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전북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인사는 먼저 공모 절차를 위한 단계에서부터 시작돼 공단 자체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임원추천위는 서류와 면접 심사로 3∼5배수의 후보자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추천해야 한다. 그러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중에서 한 명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뒤 대통령이 최종 선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공모 과정은 보통 한 달 정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공단 새 이사장은 결국 올 하반기에나 맞이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이사장 후보, 윤석명·김용하·이동근·윤희숙·양성일 등 거론

한편 차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윤 연구위원은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한 청사진을 그린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인물로는 연금 전문가로서 윤석열 당선자의 복지 정책에 관여했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가 거명된다. 김 교수는 대통령직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전문위원으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설계에 관여한 대표적인 연금전문가로 꼽힌다.
이 외에 이동근 한국경제인총연합회 부회장도 후보군에 오르내린다. 그는 산업자원부 고위직을 거쳐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 2017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경제연구원장을 지냈다. 지난해부터 경총 상근부회장을 맡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공단 이사회에서 비상임이사로 참가하고 있다.
이밖에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출신으로 경제통으로 꼽히는 윤희숙 전 의원과 전임 정부에서 복지부 1차관을 지낸 양성일 전 차관도 후보군 물망에 거론되고 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