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61)] 적폐청산과 지방분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과거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불법행위들이 양파껍질처럼 끊임없이 벗겨지면서 ‘적폐청산’이란 용어가 등장했다. 과거 정부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국정원, 법원, 검찰, 국세청, 문화부 등 핵심 권력 기관들이 각종 반민주적 권력 남용 행위에 동원되었음이 재판을 통해 입증되었다.

형식적으로는 민주적 선거 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택한 정권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과 부정이 횡행했던 것이다. 1987년 시민항쟁을 통해 출범시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실상이 껍데기에 불과했음을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권력자들은 권력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들이 권좌에서 물러난 이후의 상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다음 정부 인사들은 전임자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할 것이다. 최순실과 같은 비선 실세는 만들지 않을 것이고,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마구 갖다 쓰지도 않을 것이고, 검찰과 법원에 노골적인 압력을 행사하지도 않을 것이다. 

집중 쉽지만 분산 어려운 권력...집중된 권력 분산해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 

광화문과 청와대 사이에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조선총독부, 해방 후에는 중앙청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었다.(출처=한국조경학회)
광화문과 청와대 사이에 일제 식민지 시대에는 조선총독부, 해방 후에는 중앙청이라는 이름의 건물이 있었다.(출처=한국조경학회)

권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기자회견 방식도 바꾸었고, 과거 조선 시대 신문고와 비슷한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도 만들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불안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력과 부정부패는 뗄래야 떼어낼 수 없는 숙명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권력이 강해질수록, 즉 권력 집중도가 높을수록 권력 남용의 유혹도 커지기 마련이다.

혁신적인 권력분산 제도가 도입되지 않는 이상, 청와대 권력의 남용과 부패는 근절되기 어려운 것이다. 향후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지금의 청와대 진보 인사들이 ‘적폐청산’의 심판대에 오르는 ‘정치보복’이 벌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마치 수비와 공격을 번갈아 하는 야구경기처럼, 권력의 남용과 부패를 놓고 벌이는 추악한 정치 게임을 국민은 한탄스럽게 관전해야 할 것이다.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의 공방전이 반복되지 않는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려면 현재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야 한다. 그러나 집중은 쉽지만 분산은 어려운 것이 권력이다. 권력은 속성상 원심력보다 구심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은 오만하고 부정한 속성이 강해, 권력을 쟁취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숙하고 자정하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권력을 쟁취하기 전에는 권력의 집중과 오남용을 강력 비판하는 사람들도, 일단 권력을 쟁취하고 나면 결코 그 권력을 양보하거나 축소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권이 ‘적폐청산’의 심판을 받은 것은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통제할 장치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유혹에 도취한 나머지 견제세력을 배제하고, 비판언론을 통제한 결과이다.

대한민국 고질병 '지역 불균형', 근본적 원인은 권력의 과도한 중앙집중 탓

그런데 ‘적폐청산’을 외치는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청와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서 권력의 오남용을 막으려는 강한 의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대선에서 지방분권 개헌을 약속했지만, 지방과 협력해 합리적 분권 개헌안을 만들려는 진정한 노력은 보여주지 않았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필수적 기본요소인 이유는 권력의 집중을 막는 기능 때문이다.

그래서 서구민주주의 국가의 지방자치는 행정이나 교육뿐만 아니라 경찰, 검찰, 법원 등 주요 권력 기관들 역시 중앙과 지방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 대한민국에선 꿈도 꿀 수 없는 현실이다. 중앙권력을 감히 지방에서 견제하고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중앙은 일류이고 지방은 이류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기꺼이 중앙권력에 힘을 모아준다.

지방자치와 분권, 고질적 병폐 해소하는 대안이자 지방소멸 위기 극복 특효약

KTV 국민방송 2022년 6월 15일 방송 화면 캡처
KTV 국민방송 2022년 6월 15일 방송 화면 캡처

지방선거조차도 중앙권력이 좌지우지하는 선거가 된다. 지방권력은 중앙권력에 도달하기 위한 임시정류장에 불과하게 여겨진다. 문재인 정부가 청산을 외쳤던 ‘적폐’의 근원은 청와대에 몰린 과도한 권력집중에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지역 불균형도 근본적 원인은 권력의 과도한 중앙집중 탓이다.

따라서 유일한 해결책은 권력의 지역분산이다. 지방자치와 분권은 대한민국의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는 대안이자, 지방소멸의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어줄 특효약이며, 지방부활의 시대를 열어갈 견인차가 될 것이다.(끝)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이 글은 필자의 저서 <지방부활시대>(당진시대방송미디어협동조합 발행) 중에서 필자 동의를 얻어 발췌한 일부 내용임.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