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지방 없는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해야
“국회의원의 상왕 정치, 줄 세우기 정치, 패거리 정치가 6·1 지방선거에서도 변함없었다”
“전라남·북도는 특히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제 폐지해야 한다”
“정당 눈치 안 보고 지역민 누구라도 출마하는 지방선거라야 한다”
“정당 공천제 폐지되면 선거 브로커도 없어질 것”
“'개방명부 비례대표제' 대안으로 적극 검토할 때”
6·1 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지역마다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선출 없는 선출직'이 된 무투표 당선인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는가 하면,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의 잇단 재심 청구 논란, 선거 초반부터 정치 혐오와 실망을 안겨준 '선거 브로커 사건' 등이 민심을 할퀴고 지나간 때문이다.
<전북의소리>가 19일 ‘지방선거 이후 정당 공천제 폐지 여론 확산’에 관한 보도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감하는 댓글이 이어지는 등 반응이 뜨겁게 일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해당 기사]
“서울의 거대 양당서 결정하는 지방 없는 지방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해야”...전국 '이구동성’
‘정당 공천제 개혁’, 지방선거 이후 전 지역 ‘화두’

특히 거대 양당 체제의 자리 나눠 먹기를 해소하기 위한 ‘정당 공천제 개혁’이 다시 재점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만큼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제로 인한 폐해가 심각함을 반영해 주는 것이라 하겠다.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는 대통령선거에서 공약으로도 등장할 정도였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를 공약했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도 '기초단체장·기초의원 공천 폐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국회에서는 아직까지 진척이 없다. 2012년과 2013년 모두 6차례나 국회에서 '정당 공천제 폐지'와 관련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심의조차 하지 않고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국회의원들의 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란 지적이 높다.
“국민 10명 중 7명 정당 공천제 폐지해야”...일당 독식 구도 강화 원인
지난해 7월 KBS가 지방의회 부활 30년을 맞아 주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지방선거(기초·광역의원, 기초단체장)에서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당 공천제는 ‘중앙 정치권의 입김과 잇속, 돈 선거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탓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특히 일당 독식 구도가 고착화된 호남과 영남지역의 경우 특정당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말이 공천이지 '사천'이라는 지적이 이미 수십 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그럼에도 개선은 요원하기만 하다.
호남·영남 지방의원들 “정당 공천제 폐지” 주장 한목소리, 왜?
오죽했으면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부르는 호남지역에서 풀뿌리 정치활동을 펼쳐온 지방의원들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불공정 공천 비난 및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를 호소했다.
지난 5월 11일 여수시의회 의원들은 지지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지방선거 공천은 사익을 위한 공천”이라며 “여수시의회에 입성해 지방의회 정당 공천제 폐지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4월 16일 국민주권실천시민운동연합은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자치단체장과 기초의회의원의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경북 포항지역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강덕 포항시장 패싱 논란 및 공천 컷오프 번복 등이 일자 ”정당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주권재민(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의 원칙에 따라 공천권을 ‘국회의원’이 아닌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는 거대 양당 정치가 지역의 일당 독식 정치 구도를 공고하게 했기 때문이다.
"시민보다 국회의원에 충성하는 지방의원들, 지역색·편 가르기 심화"
정당 공천제는 지난 2006년 지방선거부터 공정한 정당 시스템을 통한 유능한 지역인재 발굴과 책임정치 실현을 위해 도입됐지만 정당보다 지역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좌지우지하면서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이 ‘시민’보다 ‘국회의원’에 충성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이 국회의원의 '심부름꾼', '하수인', '보좌관'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방정치를 양분하면서 지역색과 편 가르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자치행정이 중앙정당의 정쟁 도구화하고 공천 과정에 각종 잡음이 발생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지방이 중앙정치권에 예속돼 되레 지방자치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정당 공천만 받으면 아무나 당선되는 정치 풍토에서 개인 역량은 뒷전이고 당에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 공천되다보니 선거 브로커가 활개를 치는 판국이다. 이에 지방정치 공천권을 지방 주민들에게 돌려 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박미옥 씨(전주시 송천동) 등 주민들은 “정당 공천을 통해 당선된 지방의원들이 주민들보다 지역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며 충성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거대 정당이 결정하는 정당 공천제를 폐지하고 주민들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정치권 바람불면 지역 정치권은 태풍…지방의원 독립성 보장해야"

이번 지방선거의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김 모씨는 “컷오프 사유가 명백하지 않았다”며 “국회의원들이 기초자치단체장은 물론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을 쥐락펴락한다는 말은 상식이 된 지 오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서울 정치권에서 바람이 불면 지역 정치권에는 태풍이 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느 정당이냐가 당락을 좌우하는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에서 의정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서울에서 바람이 불면 능력 있는 '지역 일꾼'은 태풍에 휩쓸려 낙선하고 만다는 말이 지방 정가에서 정설이 된 지 오래다.
“'정당' 아닌 '주민'에 충성하게 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 필요”
이번 전북지역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전직 도의원은 "아무리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고 언론의 많은 조명을 받았어도 이름도, 얼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특정당 공천을 받으면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사실을 처절하게 경험했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대해 유명화 경기시민연구소울림 공동소장은 지난 12일 인천일보와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주목을 끌었다. 유 소장은 “지방선거 정당 공천은 결국 지역 국회의원 입맛에 맞게 충성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일 뿐, 정당이 지역 정치인을 양성하는 제대로 된 정당 공천이 불가능한 환경”이라며 “기초의원 정당 공천을 폐지하고 지역 정당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내는 시스템으로 정치 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금처럼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구조에서 제도 개혁 없이는 양당 체제로 인한 폐해가 반복되고 계속해서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묵살당할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지역 정치인들이 '정당'이 아닌 '주민'에 충성하게 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