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근의 지리산 문화대간(62)

지리산 작은 고을에 현감이 부임했다. 그 고을 사람들은 온통 앞으로 현감이 펼쳐갈 일들에 대한 걱정으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고을 백성들은 부임해 온 현감마다로 부터 오랜세월 동안 불공정한 행정을 집행 당했던지라 공정하게 일을 할 현감의 부임만을 학수고대하며 살고 있었다.

전임 현감들의 불공정 사례중 하나를 꺼내보면 이랬다. 모내기철 하천에서 보또랑을 거쳐 들어오는 물을 윗논부터 차례로 받아 모내기를 하였으나 맨 아래에 있는 논 주인이 현감의 먼친척 집안 사람이라고 하여 보또랑에 흘러들어 오는 물을 다른 논들로 들어가지 못하도록하고 자기 먼친척 논부터 물을 받아 모내기를 일찍하게 했다. 

해마다 맨아래 논은 물을 차례로 기다리다가 모내기 시기를 놓쳐 메밀 같은 대체작물을 심어야 하는 하바지 논이었고 그때문에 땅값이 아주 형편 없는 곳이었다. 그 논을 자기 친척이 사게 하여 그런 편법으로 쌀농사를 지어내는 옥답이 되게한 것이다. 

그 고을 백성들의 일상에서 적폐와 불공정은 날로 늘어났고 백성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새로 부임한 현감은 그 적폐와 불공정의 상습 세속자들의 청탁과 고을 토호들의 압력때마다 칫간에 다녀와서 이야기 하자며 먼저 칫간에서 볼일을 보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면담자리에서 말했다 그 칫간의 사람 배설물은 오줌이나 똥 그것이 누구의 것이든 모두 똑같은 거름이 된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공평해야 한다고 했다. 

그 고을 사람들은 그 현감을 '칫간 원님'이라고 불렀고 훗날 한양에서 연로하여 작고 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매년 정월 초사흩날에 마을 당산제때 칫간원님 고사를 함께 지냈다고 전해온다. 칫간의 사람 배설물은 누구의 것이든 똑같은 거름이 된다.

세상에 이 보다 공정은 없다는 이야기는 고을 공동체의 접착제다. 지방선거에서 봉임자가 되려는 자는 칫간에 든 지혜 하나만 가져도 자격이 차고 넘치리라. 선거공약에 백성이 필요한 것은 무엇이 들어 있는지 자기의 놀이터를 만들고 적폐들을 불러 함께 놀아날려고 하는 것은 무엇이 들어 있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살펴야 할때다. 

백성들에게 필요한 숨겨져 있는 것들을 많이 그리고 신속하게 찾아 꺼내 주는 것이 지방생활정치다.

/글·사진: 김용근(지리산문화자원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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