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이스타항공이 기존 주주들이 갖고 있던 지분(구주)을 전량 소각하면서 졸지에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들이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이 회생할 날만 기대해 온 소액주주들은 이스타항공 측이 어떤 동의나 설명도 없이 구주를 무상 소각함으로써 피해를 입었다며 무상 소각 무효화를 위한 집단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이어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스타항공 971만 4,000주 무상 소각...30% 가량 소액주주들 '피해' 호소
최근 서울회생법원은 구주를 전량 소각하는 이스타항공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함에 따라 이스타항공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인수자인 ㈜성정은 신주 1,400만 200주를 확보하며 지분율 100%로 최대 주주가 됐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 일가 등이 보유하고 있던 구주는 모두 소각하기로 결정, 구주는 모두 사라지게 됐다. 사라진 주식 총수는 971만 4,000주로 그 가치는 485억7,000만원에 달한다.
지분율로 보면 창업주 이상직 의원 자녀가 주주로 있는 이스타홀딩스(41.65%)가 가장 크고, 개인을 포함한 기타 주주가 보유한 32.56%가 바로 다음이다. 비디인터내셔널(7.68%), 에이프로젠케이아이씨(2.70%), 군산시청(2.08%), NH투자증권(2.01%), 신한금융투자(1.77%)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애궂은 소액 주주들이 이번 무상 소각으로 피해를 입었지만 어떤 보상도 없이 정리돼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소액주주들 연대해 법적 대응할 것”
일부 소액주주들은 “이스타항공의 구주 무상소각으로 4,000만원이 넘는 손실을 보았지만 사전에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얻거나 설명하는 절차가 없었다”며 “다른 소액주주들과 연대해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개인투자자는 “투자 손실은 개인의 귀책 사유이기는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동의 없이 구주까지 무상 소각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부 주주들은 법원에 민원을 넣고, 집단으로 무상소각 무효 소송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액 주주들은 소송을 통해 최소한의 보상이라도 받아낸다는 각오다. 현행 상법 제 445조에는 ‘자본금 감소의 무효는 주주, 이사, 감사, 청산인, 파산관재인 또는 자본금의 감소를 승인하지 아니한 채권자만이 자본금 감소로 인한 변경 등기가 된 날부터 6개월 내에 소(訴)만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이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구주를 전량 무상 소각함에 따라 이스타항공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대책은 묘연하다. 대주주 주식 소각만으로 회생계획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데, 소액주주 지분까지 모두 소각하는 건 지나친 결정이라는 주장이 거세다.
현재 이스타항공의 정확한 소액주주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201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소액주주는 586명으로, 전체 지분의 27.34%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따라서 소각된 주식의 30% 정도는 알려지지 않은 소액주주들의 몫이며, 이들이 소유한 158억원 상당의 지분 가치도 소멸한 셈이다. 지자체 중에는 군산시가 10억여원을 이스타항공 주식에 투자해 이 돈 역시 돌려받을 수 없게 됐다.
"휴지조각 된 주식…성정이 지나치게 욕심내고 있다” 주장

이스타항공 소액주주 피해자 모임은 "이스타항공 전 소유주 이상직 의원 및 대주주, 특수 관계 법인 주식만 소각해도 회생계획의 취지는 달성할 수 있는데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성정은 소액주주 지분까지 무상 소각해 지분률 100%를 고집하는 욕심을 내고 있다"며 "피해 추산 인원만 수백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성정 측은 직접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음에도 법원의 결정이라 불가피하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이스타항공과 성정의 무책임하고 전례도 없는 구주 무상소각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구주 소각이 결정됐는데도 장외거래 사이트에서 거래를 허용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키우도록 방관한 것도 문제"라면서 "거래사이트의 책임 있는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이스타항공은 비상장 기업으로, 소액주주들은 장외시장을 통해 이스타항공 주권을 거래해왔다. 여기에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측은 “회사 정상화 과정에는 구조조정 당시 해고된 605명의 직원이 복직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해고된 직원들의 복직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한편 운항 재개를 준비 중인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가 항공운항증명(AOC)을 다시 발급하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3대의 항공기로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보유 중인 787-800 항공기 2대와 추가로 1대를 리스해 총 3대의 항공기로 국내선 운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주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