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의 '이슈 체크'

김승수 전주시장이 3선의 꽃길을 포기했다. 도지사직에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도지사 불출마에 대해서는 ‘실력 부족 탓’이라고 당당하게 겸손을 내비쳤다. 김 시장의 선언은 지방정가에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전주시장에 도전하려는 입지자들에게 설레임을 안겨줬다.

현직 시장이 기득권을 내려놓음으로써 활짝 열린 시장직에 누구든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도지사직에는 더 큰 파장을 일으킨다. 최대 도전세력으로 여겼을법한 한 축이 갑자기 사라졌다. 인지도 경쟁에서 한참 밀린 입지자들에게는 도전의 기회가 확 열렸다. 현직 도지사에게는 3선 도전의 욕심 보다는 별안간 성찰의 시간이 와 버렸다.

성찰 부족한 공직사회에 신선한 충격

김승수 전주시장이 1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1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김승수 시장은 7년 전 당선 때 전국 최연소 시장으로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만큼 시민들도 새 인물, 젊은 역동성에 후한 점수를 줬다. 그리고 김 시장은 전주시민의 기대에 걸맞게 ‘사람의 도시를 만들고 품격있는 전주’를 빚어가는데 혼신을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내년 6월, 어쩌면 3선의 순탄한 길을 내 던졌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새로운 길이 보일 것”. 이 깔끔한 한 마디로 정리했다. 얼마나 신선한가. 그리고 도지사직 도전장도 내 던졌다. “어느 자리에 갈 것인가 보다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한 화두였다”. 이렇게 고뇌에 찬 한 마디로 정리했다. 얼마나 진중한가.

김 시장이 던진 향후 진로 설계 역시 현직 단체장들에게 따끔한 경고가 되고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시대와 세대교체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공부하며 남은 기간 시정 운영에 전념하겠다”. 가장 젊은 단체장이 세대교체를 말하며 3선 도전의 신중함과 고뇌를 밝힌 것이다. 시장직 수행의 어려움보다는 더 나은 사람에게 기회를 드리고 싶다는 뜻이 오롯이 담겨있다.

내년 선거, 단체장-국회의원 격전장될 듯

김 시장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석 달 전에 치러질 3월 대선과 맞물려 전북지역 도지사, 시장군수, 지방의회까지 글자그대로 격변에 휩싸이고 있다. 대선 판도에 따라 출렁이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경선과정에서 입지자들의 기여도와 활약상에 따라 지방선거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다. 이번 대선은, 지금 관점에서는 선두를 유지하는 야권 주자에 맞서 여권의 주자가 역전 드라마를 써 나가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 박진감 넘치는 정치 드라마 속에 신흥 단체장 입지자 출현도 활력을 더할 것이다.

특히 기존 정치인들의 지방선거 도전장은 흥미롭게 펼쳐질 것이다. 벌써 일부 시군에서는 현역을 지낸 의원출신의 단체장 출마 여부가 화제가 되고 있다. 현역의원의 도지사 도전 소식은 오래 전부터 파다하다. 내년 지방선거는 단체장과 국회의원 출신 입지자간 격전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신흥 정치 엘리트까지 가세하고 야권의 도전도 흥미를 더할 것 같다. 지방의원 출신의 국회의원 진출은 이미 시작된 터라 새로울 것은 없지만 단체장 출신의 국회의원 도전, 국회의원 출신의 단체장 도전은 전북 정치권과 공직사회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모처럼 경직된 공직사회에도 여의도 바람이 휘몰아쳐 역동성이 더해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의원은 선수(選數), 단체장은 쇄신이 중요

국회의원의 단체장 선회는 일장일단이 있다. 정부와의 교섭력을 높이는데는 무엇보다도 몇 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선수가 높을수록 지역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워가 그만큼 상대적으로 클 것이다. 장관이, 그 휘하 정부부처 공직사회가 초선의원에 고분고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전북은 다선의원이 가장 적은 곳으로 꼽힌다.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높은 정치의식 탓인데, 그러다보니 다선의원으로 살아남기가 무척 어려운 곳이다. 타 지역과 비교해보면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정치권의 교섭력이 타지역에 비해 떨어져 아쉬움을 준다.

반면 전북지역 단체장은 변화와 쇄신이 요구된다. 즉 인적 쇄신이다. 전북지역은 공무원 출신 단체장이 유난히 많은 곳으로, 자칫 역동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전북 침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도 많다. 평생 공무원으로 지내다 단체장이 된 뒤로 지역현안에 대처하거나 정책 집행에는 달인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기획능력에는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김 시장의 3선 포기 선언은 경직된 공무원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자리에 연연하는 공무원 출신자답지 않게 자리를 내던짐으로써 공직사회에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도전, 역동성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김 시장 3선 포기, 잇단 불출마 선언 부를까

전주시청 전경.
전주시청 전경.

김 시장의 3선 포기는 또 다른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 3선 도전에 나설 도지사, 시장, 군수들의 불출마 연쇄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젊은 현직 시장이 세대교체를 주창하며 출마를 포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머지 4명의 3선 도전 예정자들에게는 심리적 압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들의 나이도 6~70대에 이르니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초선 도전은 해봐야하고 재선은 거저먹고 3선의 벽은 너무 높다’는 지방정가의 속설은 3선 도전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퇴장이냐 힘겨운 도전이냐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질 듯싶다.

김 시장은 최연소 시장으로 선택을 받았지만 3선 도전의 기득권 포기로 시민들에게 ‘사이다’를 선사했다. 전주시민들은 아쉬움을 갖겠지만 변화와 쇄신을 원한 김 시장의 뜻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1년동안 새로운 리더를 물색해보는 숙의(熟議)에 들어간다. 전주발(發) 전북의 혁신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며 김 시장의 멋진 포기를 응원해 본다. 

/김명성 논설위원(전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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