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성의 '이슈 체크'
여야 대선 주자들의 연이은 출마 선언 속에 전북 정치권도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내년 3월 대선에 이어 석 달 뒤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도지사 선거는 대선 판도에 따라 요동칠게 분명하다. 시장 군수 선거 역시 대선 판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대권에 나설 여야 주자, 그리고 그 주자들의 당내 경선에까지 전북지역 단체장 입지자들의 줄서기와 지원 활동이 가세하고 있다. 지방선거가 대선이라는 태풍의 영향권에 이미 들어갔음을 반증한다. 일부 입지자들은 유력한 대선 주자와 끈끈한 연대 속에 단체장 후보 경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선 변수가 역대 지방선거, 즉 도지사와 시장군수 선거에 가장 크게 파장이 갈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도민들의 대화의 소재도 그 간의 힘겨운 코로나발(發) 민생 문제에다 지역 정가 소식까지 얹혀지고 있다. 그만큼 여론 형성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도 풀릴 기세여서 더 힘을 얻는다.
재선 단체장 3선 도전에 시선은 ‘싸늘’

가장 관심사는 재선 단체장의 3선 도전여부다.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해 김승수 전주시장, 정헌율 익산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심민 임실군수가 화제의 주인공이다. 특히 도지사의 3선 출사표 여부는 전주시장, 지역구 국회의원 입지자들에게도 연쇄 반응을 보이는 휘발성이 큰 사안이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의 재선 도전은 해 볼 만 한 모험였을 것이다. 그러나 3선의 고개를 넘어서기는 만만치 않다는 정가의 경험칙(단체장)에 비추어본다면, 당사자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시장 군수의 3선 도전도 주의깊게 지켜볼 일이다.
문제는 전북의 미래를 걱정하는 도민들의 목소리에서부터 불거져 나오고 있다. 왜 전북지역 단체장들은 대체로 공무원 출신 일색이냐는 것. 물론 현직 단체장들 모두가 그렇지는 않지만, 잘나가는 공무원 고위직을 누리다가 마치 인수인계를 받듯 단체장으로 이어지고, 그것도 3선까지 순풍을 타는 게 바람직한 모델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이 그렇다.
그럴듯한 근거도 상당하다. 무사안일한 공무원, 따라서 도전을 회피하는 공무원 조직 논리, 담대한 구상은 엄두도 못내는 공무원 문화, 갈등조차도 해결 못해 질질 끄는 규정 타령, 현안의 집행에만 익숙한 반면 기획력 부재를 드러내는 정책 실종 등등.
따라서 기존의 정치판을 뒤집겠다고 뜻을 굳혀가는 정치 지망생과 단체장 입지자들의 행보가 내년 6월 흥미진진한 경쟁으로 이어질 분위기다. 신흥 지방정치 엘리트의 출현이 기대된다. 이들이 내심 기대하는 것은 3선 도전에 나설 현역 단체장에게 주민 시선이 싸늘하다는 판단이다.
고향에서 고위직 누리다가 단체장까지 누리게 되는 전북의 단체장 배출 패턴. 여기에 도민들의 매서운 시선이 꽂힌다. 이제 3선에 도전하는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이 응답해야한다. ‘공무원 출신 단체장이 3선, 무려 12년 동안이나 지역의 수장으로 용인될 일인가?’
“공무원 단체장 쏠림현상, 기대보다는 우려”
때마침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지수 보고서에 한국은 23위로 저조한데, 그 이유 중 하나로 한국 인재들의 공무원, 의사, 변호사 쏠림현상을 꼽았다(매일경제 6월 18일). 혁신을 주도해야할 인재들이 공무원 같은 안정적인 직장에 몰리면서 경쟁력이 향상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곁들이고 있다.

학계에서도 공무원 쏠림으로 인해 도지사나 시장군수의 출신 직업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한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사회적 배경의 변화에 관한 연구. 한국지방자치학회보). 지방정치 엘리트의 출신 직업과 정당, 나이 등 사회적 배경이 그들의 가치관과 신념, 성향에 영향을 미처 정책결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북지역은 도지사 시장 군수의 공무원 출신 편중현상이 두드러진 곳 중의 하나다.
공무원 출신자의 많고 적음이 지역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아직 없다. 역동성을 더했는지, 무사안일했는지는 훗날 새롭게 수립할 지표를 통해 비교 분석해야할 일이다. 어찌됐든 후세의 몫이다.
그렇지만 공무원 조직을 철밥통이라 부르듯이 공무원 출신자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이 냉정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게 민심이다. 공무원 출신 단체장이 지배적인 전북이 다른 시도와 비교해 역동적이라는 평가가 많은가? 공무원 출신 단체장 쏠림현상, 과연 전북발전에 득인가 실인가!
3선 성공한 자치단체장 9명뿐
전북지역의 현직 단체장은 몇몇 군데를 빼고는 정통 공무원 출신이 압도적이다. 그만큼 출신 직업의 다양성이 떨어진다. 다른 시도의 경우 총리가 배출되고 국회 진출도 있지만 전북은 예외다. 행정자치부 테두리에 있던 공직자 출신이거나 도청과 시군청내 요직만 두루 역임한 공직자로서 한계일 것이다.
전북지역에서 3선에 성공한 도지사 시장 군수는 1995년 민선 이래 지금껏 9명이다. 그만큼 3선의 벽은 높다. 자신이 3선을 획득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3선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대안 부재, 대세 운운, 따놓은 당상 등은 가당찮은 얘기다.

특히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은 ‘지금의 공직 생활이 정년 앞두고 이어질 단체장의 사전 준비운동’이라는 쓴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언젠가는 전관예우와 이해충돌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사안이다(퇴직 후 몇 년 이내 출마 금지 등).
지방자치가 민선의 형식을 빌려 관선 출신으로 채워진다는 곱지 않은 비난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한결 수월하게 지방정치 엘리트가 된 공무원 출신 단체장들. 그들은 고위 공직자로서 프리미엄을 한껏 누렸다는 엄연한 현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 주민들도 냉철한 판단과 혜안도 더없이 중요한 때다.
중앙 정치권 격변, 전북 소용돌이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 정치권도 소용돌이치고 있다.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민심도 급격히 표출되고 있다. 국회의원 출신 인사들의 단체장 도전도 흥미진진하다. 야권도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로 오른 높은 지지율에 사기가 오르고 있다. 여야가 전북지역에서 벌일 인물 대결도 기대된다. 특히 제1야당은 수권정당으로의 복귀를 노리며 비장의 무기를 벼리고 있다.

여권의 경선은 땀을 쥘만한 긴장과 흥미를 선사할 것이다. 재선의원과 다선의 중진들까지 지방정부의 수장을 노리고 있다. 갈수록 정부와 중앙 정치권을 상대로 교섭능력이 중시되면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인지도가 막강한 현 전주시장의 거취도 변수 중 변수다. 현 도지사는 3선의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그 벽은 매서운 도민의 시선과 맷집 좋은 경선 주자로 둘려있다. 도민들은 지난 8년을 평가하고 새로 4년을 허용할지 따져 물을 것이다. 경선 주자들은 물갈이를 기치로 돌진해 올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피폐해진 민심은 기존의 질서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염원한다.
말 그대로 거친 소용돌이다.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민심이기에 그 소용돌이는 멋진 축제 한 판이 될 것이다.
/김명성 논설위원(전 KBS전주방송총국 보도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