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전‧현직 언론인 대선캠프 직행, 언론 신뢰가 무너진다" 

"전북일보·새전북신문 임원 이낙연캠프 참여, 선거보도 공정성 우려” 

전북지역 간판 언론격인 전북일보가 전국적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전북일보 사주와 새전북신문 임원의 행보가 신문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제기돼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민언련, 조선일보·동아일보·전북일보·새전북신문 '선거보도 공정성' 문제 제기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17일 논평을 내고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전‧현직 언론인들의 대선캠프행이 재연되고 있다”며 “선거 시기만 되면 어제까진 권력 감시자를 자처하다 오늘은 권력 대변자로 변신하는 일부 언론인들의 부적절한 처신은 언론 공신력을 크게 훼손해왔다”고 전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7일 낸 논평.
민주언론시민연합이 17일 낸 논평.

그러면서 민언련은 최근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과 그들을 지지하거나 캠프에 합류한 언론인들을 지적했다. 특히 그중에는 전북지역 언론사 임원이 두 명이나 포함돼 주목을 끌었다. 

논평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6월 1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대변인으로 영입됐다”며 “불과 이달 초까지 조선일보에서 정치칼럼을 쓴 현직 논설위원이 하루아침에 야권 대선주자 입으로 변신한 것이어서 언론인이 정계 진출 시 공백 기간을 두자는 최소한 직업윤리마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또한 “동아일보 법조팀장 출신인 이상록 전 국민권익위원회 홍보담당관도 윤석열 캠프 대변인으로 추가 기용됐다”며 “그는 기자직을 떠난 지는 오래됐으나, 법조팀장 시절 윤 전 총장과 맺은 인연으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언론사 사주 신분을 유지한 채...” 비판 

미디어오늘 6월 1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미디어오늘 6월 1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어 논평은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언론사 사주 신분을 유지한 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대선 캠프인 ‘신복지전북포럼’ 상임대표에 이름을 올려 유례조차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박정재 새전북신문 부사장은 공동대표를 맡았다”고 덧붙였다.

논평이 문제 삼은 건 바로 그 다음에 이어졌다. “언론인의 정치권 직행은 언론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크게 훼손하기 때문에 지양돼야 한다”며 “직업선택의 자유를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공백 기간은 거쳐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언론윤리”라고 논평은 강조했다.

논평은 또한 “언론사 사주가 대선 캠프로 직행한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과 박정재 새전북신문 부사장은 유례조차 없는 심각한 일”이라고 규정짓고 “언론사주나 임원이 특정 대선주자를 지지하고 나선다면 해당 언론사 보도는 신뢰를 모두 잃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언론으로서 존재 의미를 흔든 이런 행태에 서 회장과 박 부사장은 독자에게 사과하고, 당장 캠프 직책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판하지 않는 언론도 문제”...전북 일간지들 중 전국언론노조 가입 전무 

KBS 전주총국 6월 9일 보도(화면 캡쳐)
KBS 전주총국 6월 9일 보도(화면 캡쳐)

더욱 따가운 논평의 지적은 “여러 언론인이 잇따라 보여준 한심한 직업윤리 의식도 문제지만, 이를 비판하지 않는 언론도 문제”라고 한 지점이다. “비판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한 민언련 논평에서처럼 전북일보와 새전북신문의 내부에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지만 어떤 견제나 감시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언론사 노동조합이 부재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최근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언론개혁 4대 입법 투쟁 전국순회 기자회견’을 잇따라 실시하고 있지만 전북지역에선 전국언론노조에 가입된 일간지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다른 지역과 대조를 이뤘다. 

각 지역의 일간지 및 방송사 등 노조 지부장과 분회장 그리고 노조 회원들이 참여하여 언론개혁을 위한 릴레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지만 전북지역은 방송사와 통신사,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외에 일간지 노조원 참여는 보이질 않았다. 이 때문에 전북지역 일간지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올해로 창간 71년이 된 전북일보 뿐만 아니라 30년이 넘는 일간지들도 기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내에서 건강한 목소리를 낼만한 노동조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경영진과 관련된 견제 또는 자성의 목소리를 찾기 힘들다. 특히 사주나 임원들의 일탈 행위에 대한 직원들의 어떤 견제나 감시, 지적도 생각하기 힘든 상황이다. 

‘부산일보 공정성 및 편집권 독립 위한 사장 퇴진 투쟁 159일’이 주는 의미 

부산일보 노동조합이 2018년 7월 16일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모습.
부산일보 노동조합이 2018년 7월 16일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모습.

부산일보에서 3년 전 사장 부인의 지방선거 출마에서 촉발된 ‘부산일보 공정성 및 편집권 독립 투쟁’이 159일 동안 펼쳐져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 길고 긴 사장 퇴진 투쟁으로 이어진 사례는 전북지역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2018년 5월 2일 안병길 부산일보 사장 부인 박 모씨는 당시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후보로 확정되면서부터 신문사 노조와 사측간 갈등이 시작됐다. 

신문사 노동조합은 즉각 “공정보도 훼손 우려가 있다”며 ‘사장은 답하라’는 성명을 내면서 투쟁에 나섰다. “언론사 사장의 부인일지라도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경우 공정성 논란을 자초하는 것은 물론 독립 정론지 위상을 훼손하고, 편집권 독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신문사 사장 부인 시의원 출마, "보도 공정성 훼손 및 편집권 침해 우려" 사장 퇴진 요구 

부산일보 전대식 전 노조위원장의 단식투쟁 모습.
부산일보 전대식 전 노조위원장의 단식투쟁 모습.

더욱이 사장이 부인의 문자 메시지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문사 내에선 사장의 퇴진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사장 가족에겐 가문의 영광일지 모르지만, 부산일보 구성원들의 심정은 참담하다”며 “사장 배우자 출마로 왜 우리가 부끄러워야 해야 하는가?”라고 노조는 반문했다. 

당시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 명분은 분명했다. '보도 공정성 훼손 및 편집권 침해'를 우려하며 시종일관 한 목소리로 퇴진을 외쳤다. 노조는 급기야 단식농성에까지 들어갔다.

결국 신문사 사장은 자진 퇴사 의사를 밝혔고 2018년 10월 8일 김삼천 정수장학회 이사장은 부산일보 사옥 앞에서 7일째 단식 투쟁 중인 전대식 노조 위원장을 찾아 "사장이 재단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투쟁 159일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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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잠들 때 괴물은 깨어난다"

두고 두고 언론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우리(언론)가 잠들 때 괴물은 깨어난다"는 교훈을 남겼다. 언론사에서 건강한 노동조합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이처럼 크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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