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 ⑤] 지방 대학 지원정책

지방 대학의 위기는 이미 오래전 예견되었다.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제시한 ‘지방 대학 육성대책’을 보면 그동안 역대 정부가 제시해온 지방대학 대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 대학이 당시 직면한 문제점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 공동화 현상 심화', '교육여건 열악', '미충원 심화', '취업의 질 저하'였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권역별 산-학-연 체제 구축', '취업 기회 확대를 위한 관련 법령 정비', '우수 학생과 교수 유치를 위한 지원 확대', '고등교육 예산 중 지방대학 지원 비중 확대' 등이었다.

지방 대학 위기, 해결 방법 없어서가 아니라 해결 의지가 없기 때문

지방 대학의 위기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결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 대학정책의 칼자루를 서울에서 흔드는 교육 권력 구조에서 지방 대학은 서울 소재 대학의 거추장스러운 들러리에 불과하다. 출처: 전국대학노동조합, 2020년 7월 8일 자; '굿모닝투데이', 2020년 5월 3일 자.
지방 대학의 위기는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해결할 의지가 없기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 대학정책의 칼자루를 서울에서 흔드는 교육 권력 구조에서 지방 대학은 서울 소재 대학의 거추장스러운 들러리에 불과하다. 출처: 전국대학노동조합, 2020년 7월 8일 자; '굿모닝투데이', 2020년 5월 3일 자.

김대중 정부 이전에도 이미 국가적 차원의 지방 대학 지원정책이 제시되긴 했다. 1987년 당시 교육개혁 심의회가 제출한 ‘지방 대학 육성 방안’에는 △지역별 대학발전위원회 구성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전 제로 한 증과-증원정책 △수도권 이외 지역대학 우선 지원 △졸업생 취업 기회 확대책 강구 △지방 대학 교수 연구 활동 지원 △시설투자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지금의 지방 대학에 여전히 간절히 필요한 정책들이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현실외면이나 대안 부족으로 인해 생긴 현상이 아니었다. 문제점도 명백했고 그래서 대안 마련도 쉬웠지만 그것을 실천할 국가 사회적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서울 사람들이나 지방 사람들이나 모두 '서울의 대학'에만 관심

서울 사람들이나 지방사람들이나 모두 '서울의 대학'에만 관심을 갖고 지방 대학을 외면해온 결과이다. 일제 식민지 시기 도입된 한국의 근대 대학 제도는 자연 중앙집중 구조에 맞게 서울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해방 후 지방에도 대학이 늘었지만 선발그룹인 서울지역 대학에 정부가 재원을 집중 지원했다. 당시만 해도 대학은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허용되는 특권이었다. 1960-70년대 경제개발 덕분에 대학진학 비율이 크게 늘고, 더불어 대학의 숫자도 크게 늘었지만, 1997년 발생한 IMF 사태는 지방 대학의 위기를 불러왔다.

신자유주의 무한 경쟁이 전면화하면서 대학 서열화에 따른 수도권 대학 집중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또한 대학설립 규제를 완화하면서 지방대학 수와 입학정원이 크게 증가했다. 지 방대학은 1980년 138개에서 2019년 220개로 82교 늘어났다. 지방 소재 신설대학 대부분은 수도권 대학에 비해 교육환경이 열악할 수밖 에 없었다.

그 결과 지방대학은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2021년 대학 입시 정시모집에서 71개 대학이 경쟁률 3대 1 미만으로 사실상 정원미달이었다. (정시모집에서 한 수험생이 3개 대학에 원서를 제 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지방 대학 육성 정책’을 실시했지만, 큰 실효성이 없었다. 지방 대학 육성 주요 정책은 지역균형 정책과 마찬가지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바뀌었다. 지방 대학은 특성화 분야와 집중지원 분야를 변경해야 하는 등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웠다.

지역 간 산업 불균형이 고착화된 상태에서 지방 대학이 산학협력을 통해 성장하기란 쉽지 않았다. 지방대학 우대정책으로 공공기관 지방인재 채용제, 국가공무원 임용시 지방인재 채용목 표제 및 지역인재 추천채용제를 도입했지만 아직은 지방 대학 위기탈 출에 큰 촉매제가 되지는 못하고 있다.

지방분권을 적극 추진한 노무현 정부는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 해 권역별 대학 특성화를 시도했다. 지방대학이 지역 내 산업체, 연구소, 지자체 등과 연계함으로써 지역 발전의 핵심역량이 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지방대학이 인재를 양성하고, 양성된 인재가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모델이었다.

그러나 대학과 산업체가 손잡고 지식생산과 기술개발, 인재양성의 윈-윈 효과를 얻는다는 산학협력 취지는 현실과 괴리가 컸다. 지방 산업체 대부분이 대기업 하청업체, R&D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등으로 구성되어 산학협력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었다. 산학협력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만큼 지역 산업구조 및 인력 등의 인프라와 문화가 형성되어 있지 못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 균형발전정책이 이후 정권에 의해 약화되면서 지방 대학의 현실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 대학 육성’은 역대 모든 정부가 추진한 정책이다. 국가균형발전과 마찬가지로 지방 대학 육성도 구호만 내세웠지 국정운영과 고등교육 정책 전반은 시장주의에 기반한 수도권 중심의 경쟁력 강화 논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자리’, 수도권에 집중 되어있는 한 지방 대학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 되어있는 한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MBC 화면 캡쳐)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 되어있는 한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MBC 화면 캡쳐)

지역발전 및 지방 대학 육성 필요성은 시혜적 관점에 머무르거나 명분에 그쳤다. 그나마 지방 거점 역할을 해왔던 지방 국립대학 위상마저도 크게 하락했다.특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국립’ 대학보다 ‘수도권’ 대학을 선호 하는 지방 학생들의 선택은 명확해졌다. 대학서열 상위를 차지하는 ‘대학’과 임금 및 처우가 상대적으로 나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 되어있는 한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 대학의 위기를 이미 20년 전 인지하고도 해결하지 못한 것은 대책의 부재 때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방 대학을 튼튼하 게 만들 다양한 대책들이 제시되었다. 그러나 하나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왜 그럴까? 애초에 중앙정부가, 즉 교육부가 지방 대학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기대하지 말았어야 한다.

서울의 관료와 지식인들 이 지방 대학을 배려하고 살려주리라 기대하지 말았어야 한다. 그들의 주된 관심은 서울의 대학들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지방대학이 부실해지고 피폐해지는 것은 그들에겐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방 대학이 위기를 벗어나려면 지방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내 지역의 인재들이 균등한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부활시대가 되려면 지방의 교육, 지방의 대학들이 되살아나야 한다. 그 해결의 칼자루를 중앙에서 쥐고 있는 한 지방 대학과 지방 교육은 소멸위기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계속)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관련기사

저작권자 © 전북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