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부활시대 ④] 위기의 지방대학

지역사회가 소멸위기를 벗어나려면 지역의 인재를 양성해서 지역에 정착하게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 기반이 지방대학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지역 단위로 우수한 국공립 대학을 운영한다.

반면에 한국에선 지방대학은 기피의 대상이다. 지역교육의 주된 관심은 입시성적이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주목하는 입시제도는 어떻게 하면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하는가이다.

'인 서울(in Seoul)' 경쟁 속 지방대는 최대한 피해야 하는 '선택?'

지방대학의 여건이 부실하고 사회적 편견이 강고하다 보니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가급적 지방대학을 피하려 든다. 그래서 지금의 대입 경쟁은 일류대를 위한 경쟁보다는 소위 '인 서울(in Seoul)'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이다.

지역대학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대하는 교육제도는 아직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했다.(자료사진)
지역대학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대하는 교육제도는 아직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했다.(자료사진)

지방 고교생들은 대학을 통해 서울권 진입을 꿈꾸고, 서울 학생들은 지방대학으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대학 간의 격차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소위 일류대, 이류대, 삼류대의 구분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한다. 그러나 우수 명문대학들이 특정 지역에, 그것도 국가 수도에 집중된 나라는 드물다.

선진국에도 소위 명문 일류대가 있지만, 대부분 각 지방에 분산되어 있고, 우수한 고교생들 자기 지방의 명문대학에 진학 후 그 지역의 엘리트 인재로 성장한다. 반면 지역대학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기대하는 교육제도는 아직 한국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했다.

조선 시대 서원(書院)으로 상징되는 전통적 지방 교육 문화도, 서구의 지방분산 대학체계도 모두 발붙이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지방대학에 대한 육성과 지원 정책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세계적 대학을 육성해야 한다는 명분 하에, 수도권 일류대학 중심의 정책적 지원으로 선회했고, 지방의 국립대학이나 전통 있는 사립대학은 우수한 교수나 학생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사회의 위기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언론을 통해 그 심각성이 보도되어 왔지만, 교육 당국도 지역사회도 “어쩔 수 없는 국가적 현상”으로 치부하며 해결책을 도외시 해왔다. 출처: EBS, KBS경남, KBS강원, MBC광주.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방언론을 통해 그 심각성이 보도되어 왔지만, 교육 당국도 지역사회도 “어쩔 수 없는 국가적 현상”으로 치부하며 해결책을 도외시 해왔다. 출처: EBS, KBS경남, KBS강원, MBC광주.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었고, 지방의 다양한 분야 중 가 장 먼저 소멸의 위기를 체험하고 있다. 한편 민주화 이후 정치권의 로비와 정부의 묵인 하에 신생 부실 지방 사립대가 늘어나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지방대는 최대한 피해야 하는 선택이 되었다.

결국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순서대로 지방대의 위기가 닥치기 시작했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사회의 위기로 이어진다. 경제적 위축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 충격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 근처 상권의 몰락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창조적 에너지원과 정신 문화적 구심점이 사라지게 된다. 지방대학의 몰락은 지금보다 더욱 지적으로 무기력하고 황폐한 지역사회로 귀결될 것이다.

지방대학이 부실한 상태에서는 지방분권도 지방자치도 지역경제도 모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지방 학부모들이 자녀를 수도권 대학에 보내려면 경제적으로 상당한 추가 부담을 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고급 인재, 지방대학에서 양성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그래도 지금까진 수도권 대학에 자녀를 보내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실리적인 결정이었다. 소위 '인 서울'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지방대학 졸업장의 가치보다 높게 쳐주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 졸업자가 수도권 대학 졸업자보다 많은 현실이지만, 한국 사회의 엘리트 계층에서 지방대학 출신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CEO 스코어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에 포함된 대표 이사 중에서 지방대학 출신은 10% 미만이다. 

지방대학 출신의 고위직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지방대학, 지방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지방대학의 육성은 지역균형발전의 필수조건이고 고질적인 입시 교육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다.

지방대학이 선호되는 나라가 되어야 학생들도 입시 지옥에서 해방되고, 학부모들도 사교육 부담에서 해 방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가 쉽지는 않다. 지방사람들과 지방대학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

서울에서 살고 서울 소재 대학 학부모인 교육부 관리들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그러려면 대학 관련 정부 업무를 하루라도 빨리 지방으로 이관하고, 지역사회에 필요한 고급 인재를 지방대학에서 양성 배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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