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진단

“청소 미화원도 사람입니다. 갑질이 너무 심해 피해를 호소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9일 한국전력공사(한전) 자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김모 씨(65)로부터 급한 제보가 들어왔다. 그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며 서면과 전화로 자신 및 주변의 갑질 피해 사례를 고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진 김씨의 글(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진 김씨의 글(홈페이지 캡쳐)

“공기업 한전에서 일하는 65세 청소 근로자”라고 자신을 밝힌 김씨는 “일터는 한전이지만 그 자회사에 고용되어 2019년 말 한전 간부의 막말, 망신주기, 조롱, 개인적인 일시키기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 근무 환경에 대해 한전 본사와 지역본부에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글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글을 올린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그러나 그 뒤 지금까지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보복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하나 싶은 마음에 글을 적게 됐다”면서 “합법적 지시를 가장한 보복 행위는 저만이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 미화원들까지 인간적 모멸감을 느끼는 근무 환경에서 일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히면서 피해 사례들을 주장했다. 

"감염자 접촉 사실 등 코로나19 관련 정보 미화원들에게는 알려주지 않아" 

제보자 김씨는 “2019년 한전 본사 등에 갑질 피해 시정조치 요구서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가 발생한 때의 일”이라며 “한 직원이 확진자와 함께 있었다하여 사무실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휴가 보낸 일이 있었으나 우리 미화원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알려주지 않아서 그 사무실 청소를 맡은 동료 미화원은 보통 때와 같이 일하고 나왔다”며 “그 여성은 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이른바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캡쳐)
한국전력공사 홈페이지(캡쳐)

그 후 “이 사실을 한전의 담당 과장에게 말하고 사과해야 하지 않냐고 하자 ‘전달해 줄 필요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한 김씨는 “한 공간에서 일하는 같은 직원인데 준전시체제와 같은 코로나 사태에서도 미화원의 생명은 내쳐지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가슴이 막힐 뿐”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코로나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회사 식당에서 식사 방식이 바뀌었을 때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는 그는 “‘부서별로 10분 간격으로 돌아가며 비대면으로 식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 미화원들만 그 사실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는 우리 미화원은 코로나에 걸리든 말든 상관없다는 차별적 환경에 몸서리가 쳐졌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일터에서 이렇게 멸시당하고 천대받는 모습을 내 부모, 형제, 자식들이 안다면 어떤 심정이 들까?, 땅으로 숨고 싶었다”고 밝히면서 "미화원들이 작업하기에 어려운 일들도 지시한다"고 주장했다. 

“비오는 날, 추운 날에도 작업지시...한없이 초라한 느낌”

그는 “비오는 날에도 일을 하라고 했으며, 사고가 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서 인간이 아니라 기계부품처럼 다뤄지고 있구나 하는 심정이 들었다”며 “꽁꽁 얼어붙은 12월에 잡초를 뽑으라니?, 미화원을 괴롭힐 핑계로 그렇게 했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면서 살아야 하나 피가 거꾸로 흐르는 듯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또 “시정조치 요구서를 낸 뒤로 노골적으로 심해지는 괴롭힘은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커녕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절망감만을 느끼게 한다”며 “보복으로 지시 내리는 걸 뻔히 알면서도 따라야하고,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까지 잘 보이려 인사를 해야 하는 심정을 생각하며 몸서리가 쳐지고 내가 나를 포기한 것 같은 굴욕감과 자괴감을 견딜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전 간부들이 업무지시랍시고 휘둘러대는 갑질과 막말 앞에서 한 인간으로서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이 근무환경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여러분의 힘을 모아주십시오”라고 글을 맺었다. 

“굴욕감·모욕감 못 이겨 시정요구했지만 시정 안 돼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홈페이지 캡쳐)

제보자 김씨는 전화 인터뷰 결과, 한전 전북본부 내 부서(처)에서 현재 근무하고 있으며, 원 소속은 한전 본사와 계약 맺은 자회사인 FMS(주)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부터 한전 자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 오후 4시께 퇴근하는 청소 미화원 직으로 5명이 함께 일하고 있다. 

“갑질을 일삼아 온 담당 과장은 FMS(주) 파견 반장에게 지시하지 않고 직접 개인에게 지시를 하면서 심한 굴욕감과 모멸감을 주고 있다”고 밝힌 그는 “업무 외적인 지시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장이 지시한 작업(매실 따는 일) 도중 심하게 눈을 다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이런 갑질 피해를 참지 못해 2019년 11월 한전 나주 본사와 전북본부, FMS(주) 본사에 시정 요구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9월 담당 과장은 정년퇴임하고 다른 과장이 왔지만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계속 갑질이 이어져 3월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갑질 논란’ 전북디자인센터장 결국 사퇴 

한편 이 같은 갑질 피해 사례는 전북지역에서 최근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직원들에게 폭언과 갑질로 물의를 빚은 전북테크노파크 전북디자인센터장이 최근 사퇴했다. 

전북디자인센터 입구 전경.
전북디자인센터 입구 전경.

지난 7일 전북테크노파크는 전북디자인센터 유모 센터장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를 수용해 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기존 임기가 만료됨에 따른 면직으로, 유씨의 재임용이 취소됐다.

그러나 전북도 산하기관에서 폭언·갑질 논란은 유씨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진행된 전북센터장 초빙 과정에서 그가 또 다시 센터장 최종 합격자로 선정되자 불거진 것이다. 전북테크노파크 노조지부는 이를 문제 삼으며 재임용을 반대, 자진 사퇴를 강하게 촉구한 바 있다. 

전북디자인센터는 전북도 및 본원과 멀리 떨어진 독립된 공간으로 운영되는데다 독단적인 인사 시스템으로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산업디자인 전문가인 모 팀장은 괘씸죄에 걸려 전공과 무관한 부서에 배치됐고, 일부 팀원은 강제 전출되는 등 내부 관계자들의 피해 호소가 계속 이어져 나왔다. 

전북디자인센터는 전북테크노파크 산하 특화기관으로 송하진 도지사 공약에 따라 산업디자인 육성과 지역산업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8년 문을 연 곳이다. 

진안군 장애인 시설 대표 ‘갑질’ 피해 ...내부 고발로 해임 

전북읿
전북일보 3월 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답정너’인 기관장 한 사람의 독단 운영에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을 여러분께 고발합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일 진안지역 장애인 복지 업무를 수행하는 한 단체에서 배모 대표가 상시 ‘갑질’을 했다며 이를 고발하는 내용이 담긴 ‘투서(호소문)’ 수십 통이 전국 각지 사회복지사협회에 우송돼 파장이 일었다.

전국 사회복지사들을 상대로 발송된 이 투서에는 ‘대표의 갑질’ 해결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가 담겨 있었다. 사태가 발생하자 진안군 장애인복지관을 수탁 운영해 오던 ‘㈔나누는 사람들(이하 나사)’은 자체 조사 후 배모 관장을 지난달 23일부로 해임 조치했다. 

‘㈔나사’는 3주 가량의 조사를 실시, 고발내용 대부분이 사실에 근거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배 전 관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관련 전국 사회복지 단체에 ‘배 전 관장에 대한 고발장’이라는 제목으로 우편 발송된 내용 중에는 그동안 감춰졌던 배 전 관장의 갑질이 낱낱이 적시돼 있었다. 

고발장에 따르면 배씨는 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면서 휘하 직원들에게 오랜 시간 동안 반인권적 갑질 행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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