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욱의 지명 이야기 : 별난 학교 이름과 지명의 상생 관계

학교 이름은 지명을 선호한다. 지명을 학교 이름으로 활용하면 그 지명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학교의 위치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지명의 인지도가 그대로 학교 이름에 반영되어, 지역의 대표성을 물려받는 효과가 있다.
학교는 설립주체에 따라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사립학교는 재단 이름이나 종교적 상징을 학교명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하여, 국공립학교는 지명을 학교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나 국공립학교에서도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등 학교급별에 따라 학교 이름을 정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대학들, 지역 대표성 알리기 위해 지역명 사용하기 경쟁 치열
해방 이 후인 1946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서울대학교가 설립되었다. 그리고 1951년에서 1953년 사이에는 전북대학교, 충남대학교, 전남대학교, 경북대학교, 부산대학교 등이 국립종합대학교로 설립되었는데, 모두 당시의 시도명을 대학 이름으로 정했다. 조금 늦게 종합국립대교로 인가받은(1978년) 충북대학교, 강원대학교 역시 도명을 대학교의 이름으로 했다.
그러나 경남(진주시)에 위치하는 경상대학교는 경남 마산시에 위치하는 사립대학인 마산대학이 경남대학교로 개명하여(1971년) 학교명을 먼저 사용해 버렸기 때문에, 국립대학교(1980년)인데도 불구하고 도명인 경남을 사용하지 못하고 경상대학교로 학교 이름을 정하게 되었다.
또한 1991년에 대학에서 국립종합대학교로 승격된 공주대학교, 목포대학교, 군산대학교, 강릉대학교, 안동대학교 등은 도단위 행정구역명이 아니라 시의 이름을 학교명으로 했다. 이들 학교의 공통점은 1948년 전후해서 단과대학인 사범대학으로 개교하여, 이 후 4년제로 개편되고, 1991년 종합대학교로 승격된 대학교들이다. 이 중 공주대학교가 위치하는 공주시는 원래 충남도청이 위치해 있었으나 1932년 충남도청이 대전으로 이전되었다.
교육대학은 광주교대, 대구교대, 부산교대, 서울교대, 전주교대, 진주교대, 청주교대, 춘천교대, 경인교대(과거 인천교대)가 있다. 교육대학들의 학교명은 시도명 보다는 시명을 학교명으로 사용했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하는 전주교대의 경우 1923년에 전북 공립사범학교로 개교하여, 1936년에 전주사범학교, 1962년 2년제의 전주교육대학, 1984년 4년제가 되었고, 1993년 전주교육대학교가 되었다. 그리고 제주교대는 1968년 제주대학에서 분리되었다가, 2008년 다시 제주대학교에 통합되었다.
이와 같이 국립종합대학교는 시도 단위의 행정구역명을 학교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했다. 지역의 대표성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조금 늦게 국립종합대학교로 승격된 학교들은 시도명을 사용하지 못하고 시명을 학교 이름으로 했다. 교육대학 역시 시명을 학교명으로 사용했다.
사립대학의 경우에도 드물게 행정구역명이나 해당 지역의 지명을 학교 이름으로 사용한 경우도 있다(예를 들면 대구대학교, 영남대학교, 경남대학교, 영동대학교 등). 특히, 경남 김해시에 위치하는 인제(仁濟)대학교의 경우 백병원을 설립한 백인제(白麟濟) 박사에 의해 설립되어 1988년에 종합대학교로 승격되었으나, 한글로 강원도 인제군(麟蹄郡)과 같아서 위치 추정에 혼란이 발생하는 경우이다.
이 후 대학교의 학교명은 2011년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8조(학교의 명칭)의 변경에 따라(2011년 10월 17일) 2년제의 전문대학도 ‘대학교’ 명칭을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대대적인 대학교의 학교명 변경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학교명에서 지역명을 삭제하려는 경우도 있었고(목포해양대), 지역명을 서로 선점하려고 경쟁이 붙은 경우도 있었다(진주, 구미).
고등학교, 먼저 설립한 학교가 시군명 선점...이 후 설립된 학교는 다양한 형태 교명 사용
국립종합대학교가 시도단위의 행정구역명으로 학교 이름 정하는 것을 선호한데 비하여, 국공립 고등학교는 시군단위 행정구역명을 학교 이름으로 정했다. 일찍 개교한 대전고, 진주고, 전주고, 군산고, 이리고, 고창고 등은 각 시군 지역명을 학교명으로 선점했다.
전북 전주시의 경우 29개의 고등학교가 있는데, 이 중 국공립이 11개(전북사대부고, 양현고, 전라고, 전주고, 솔내고, 전주여고, 전주제일고, 한국전통문화고, 전주상업정보고, 전주생명과학고, 전주공고), 사립이 18개로 사립고등학교가 더 많다. 이 중 전주시의 지명을 학교명으로 한 경우는 공립으로는 전주고와 전주여고, 전주제일고가 있고, 사립에서는 과거 전주 지명이었던 ‘완산’을 사용하고 있는 완산고와 완산여고가 있다. 그 외에 전라고와 솔내고(공립), 전북여고(사립)가 지명을 학교명으로 하고 있다.
전주제일고는 1937년에 개교하여 1951년 중고의 분리에 의해서 전주남중과 전주상고로 분리되었다. 이 후 상업고등학교의 일반계 전환에 의해서 2002년 전주제일고로 교명을 변경했다. 이 당시 상고에서 일반계로 전환한 학교들은 ‘제일고’라는 학교명을 부여했다(이리상고가 전북제일고로, 군산상고는 그대로 유지).
고등학교 학교명에서는 먼저 설립한 학교가 시군명을 선점하였고, 이 후에 설립된 학교는 다양한 형태로 학교명을 정했다. 특히 사립 고등학교 중에서도 지명을 학교명으로 사용한 경우가 상당히 있다(완산고, 완산여고, 전북여고, 전주대부설고, 호남제일고).
1개 면 1개 중학교 정책 따라 면명을 학교명으로 한 경우 많아
1951년 3월 15일 문교부의 학제 개편에 의해서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3년제로 분리되었다. 이 때 전주의 경우 전주고는 전주고와 전주북중(1969년 화재 후 없어짐), 전주농고는 전주농고와 전주동중, 전주상고는 전주상고와 전주남중, 전주공고는 전주공고와 전주서중으로 분리되었다. 중학교 이름으로 동서남북을 붙인 것이 특이하다. 이 후 2000년에 남녀통합으로 여중이 학교이름을 바꾸면서 학교이름에 상당한 변동이 발생했다.
현재 전주시에는 38개의 중학교가 있는데, 사립이 9개, 공립이 29개로 고등학교와는 달리 공립학교가 더 많다.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송천동의 경우 1981년에 풍남여중(2000년에 남녀통합으로 인하여 ‘솔빛중’으로 바꿈), 1982년에 북전주중학교(1984년 ‘전주중’으로 바뀜), 2005년에 용소중학교, 2011년에 오송중학교가 개교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개교한 용소중과 오송중은 용소 마을과 오송 등 마을(里) 이름을 학교명으로 채택했다.
학교명에서 지명을 활용한 경우에는 학교의 위치를 추정하기가 편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학교 이름만으로는 학교의 위치를 알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솔빛중학교의 경우 전주시만이 아니라, 경기도 화성시에도 있다. 따라서 전주 솔빛중이라는 지명을 앞에 붙여주어야 구분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로 남원용성여중이 남녀공학으로 변하면서 남원 한빛중학교로 학교명을 바꾸었는데(2001년), 한빛 중학교라는 학교명은 전국적으로 4개가 있다(경기도 파주시, 용인시, 성남시, 전북 남원시). 따라서 남원 한빛중과 같이 지명을 붙여주어야 구분이 가능하다.
익산시의 경우에는 중학교가 공립 16개, 사립 10개로 총 26개가 있다. 공립 중학교의 경우 전주와 같이 이리동중, 이리남중, 이리북중 등의 동서남북 방위명의 학교이름과 함께, 도농통합이라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서 면명과 동명을 학교명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익산시의 경우 이 지역의 대표 지명을 사용하고 있는 이리중학교(1946년, 평화동, 사립), 익산중학교(1948, 금마면, 사립), 함열여중(1961, 함열읍, 사립) 등이 사립학교라는 특징이 있다. 군 지역의 경우 중학교의 이름은 1970년대 1개면 1개 중학교 정책에 따라 면명을 학교명으로 한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이 중학교의 학교 이름은 1951년 중고의 분리와 2000년 남녀통합의 영향으로 특정한 경향성을 발견하기 어렵다.
인구증가에 따라 같은 동 단위에서 복수로 학교가 설립, 다양한 학교명 등장
초등학교는 처음 개설된 학교는 해당 지역의 동이나 면명을 학교명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 인구증가에 의해서 같은 동 단위에서 복수로 학교가 설립되면서 다양한 학교명 붙이기 방법이 나타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72개의 초등학교가 있는데,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송천동의 경우 1948년에 개교한 송천초등학교가 동명(1957년 완주군에서 전주시로 편입)을 선점함으로써, 이 후에 개교한 송북초등학교(1993년), 송원초등학교(1997년)는 송천동의 ‘송(松)’자에 다른 음을 붙여 학교명을 정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에 개교한 신동초등학교(2000년)과 오송초등학교(2008년), 화정초등학교(2018년)는 동명이 아닌 신동과 오송, 화정 등의 마을 이름을 학교명으로 채택했다.
이와 같이 초등학교의 경우에는 동명이나 면명이 우선적으로 학교명으로 채택되고, 이후에는 동명의 변형, 그리고 그 다음에는 마을명이 학교명으로 채택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학교 이름도...‘쌘뽈여고’, ‘학다리고’, ‘대변초등학교’
학교 이름 중 특히 천주교 계통의 경우 천주교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낫선 이름들이 있다. 예를 들면 논산시에 있는 ‘쌘뽈 여자고등학교’의 경우 1962년에 개교한 천주교 계통의 학교인데, 성 바오로 사도(Saint Paul, 쌘뽈)를 학교 이름으로 했다. 그리고 광주광역시에 있는 ‘살레시오 여자고등학교’는 살레시오(프랑스의 성인 Sales의 한국화된 이름) 여자 수도회가 1958년에 설립한 학교이며, 1968년에 설립한 목포의 ‘마리아회 고등학교’ 역시 천주교 마리아회에서 설립한 학교이다.
사립학교 중에서도 지역명을 학교 이름으로 한 경우는 전남 함평의 ‘학다리 고등학교’를 들 수 있다. 학다리 고등학교는 1945년에 설립된 사립학교로 함평군 학교면(鶴橋面)에 위치하는데 한자화 이전 이곳의 지명인 학의 다리(학다리)를 학교 이름으로 한 경우이다. 그리고 2014년에 사립학교로 개교한 충북 음성군의 ‘대금 고등학교’는 개교 당시에는 음성군 대소면과 금왕읍에서 이름을 따와서 ‘대소금왕 고등학교’(대소면+금왕읍)라고 하였으나, 너무 학교 이름이 길다는 여론에 따라 2018년에 각 지명의 첫 자만을 따서 ‘대금 고등학교’로 학교 이름을 변경하였다.
초등학교 이름 중 관심을 끄는 사례로 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리(大邊里)에 위치하는 ‘대변 초등학교’는 ‘대변’이라는 지명이 다른 것(?)을 연상한다고 해서, 개교 55주년에 맞추어 2019년부터 이 지역의 옛 마을 이름인 ‘용암초등학교’로 바꾸기로 하였다.
재단 이름이나 종교적 상징을 학교명으로 붙이기를 선호하는 사립학교와는 달리 국공립학교들은 행정구역명을 학교 이름으로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학교급별에 따라서 대학교는 시도단위 행정구역명, 고등학교는 시군단위 행정구역명을 우선적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중학교는 군 단위에서는 읍면 단위의 행정구역명이 우선적으로 사용되지만, 1951년 중고 분리와 2000년 남녀통합의 영향으로 특히 시 지역에서는 뚜렷한 원칙보다는 다양한 방법이 혼합되어 사용되었다. 초등학교는 동명과 면명을 가장 우선적으로 채택하고, 이후에는 마을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초등학교의 학교 이름으로 원래 그 지역의 마을 이름이 다양한 이유로 주민들에 의해 거부되는 사례가 있다. 이것은 도시개발 등으로 원래 마을이 사라진 경우도 있고, 원래 마을명이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서인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학교명에서 지명을 활용할 경우 이미 알려진 지명의 인지도에 의해서 학교의 위치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지명과 학교명은 상생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새롭게 만들어지는 학교명도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부분이다.
/<사람과 언론> 제4호(2019 봄).
/조성욱(전북대 지리교육과 교수)
